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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선택 폭 넓힌 시간선택제의 매력

대학 수강신청 비슷 "원하는 요일·시간 내 입맛대로…"

김경태 기자 | kkt@newsprime.co.kr | 2015.06.02 10:18:50
[프라임경제] #. 군대 전역 후 복학해 학교를 다니는 김문종(남·22)씨는 최근 이케아의 시간제 근무로 학업과 알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시간제 근무 전에는 저녁에 편의점 알바를 하고 낮에 수업을 들어 한 가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제로 전환 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게 돼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됐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의 지원인원은 지난 1~3월 기준 4698명으로 전년동기 459명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만큼 호응도가 높어졌다. 

또 올 1월부터 시작된 '전환형 시간선택 지원사업'에는 3월 말 기준 50개 기업이 지원승인을 받았고, 이 중 26개 기업이 제도를 도입해 47명의 근로자가 시간선택제로 근무 중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명칭처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로, 고용·산재·국민연금·건강보험 4대 보험을 비롯한 복리후생 등을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근무시간만 풀타임 근무가 아닌 내가 일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상용직 일자리다.  

때문에 대학생이 정규직과 비슷한 상용직인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선진형 시간제 근무가 늘었다. 아르바이트와 비슷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하면서 시급은 오히려 아르바이트보다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국내 시간선택제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로 추천돼 관련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일각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비정규직이나 나쁜 일자리로 인식하는 견해도 있다.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과 민간기업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상용직으로, 최근에는 이런 잘못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이나 일반 여성근로자가 많이 근무 중인 콜센터(컨택센터)를 위시한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안양·광주콜센터'는 상담사 195명 전원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110명을 추가 채용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콜센터에서는 55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다 잡았다" 일·학업 두 마리 토끼

지난 12월 국내 론칭한 스웨덴의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 코리아(이하 이케아)는 희망시간선택제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케아는 구직자가 원하는 시간부터 요일까지 직접 입력하도록 해 근무자들에게 최고의 근무 여건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케아 시간선택제는 정규직 시간제부터 계약직 시간제까지 근로자가 원하는 형태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부터 경력단절 여성까지 지원자들이 꽤 많다.

이케아는 근로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날짜에 근무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정규직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두 시간제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 이케아

이케아에서 시간선택제로 근무한 임미선씨(여·20·가명)는 "정규직이나 수습, 인턴은 하루 종일 근무해야 해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이케아 시간선택제는 대학 강의와 같아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장과 같이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내가 원하는 시간대 근무할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케아의 시간선택제일자리가 일반 풀타임 근무가 아님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시간과 시급, 복리후생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좋기 때문이다. 

현재 아르바이트나 인턴·수습사원의 경우 최저임금이나 책정된 시급,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시간선택제의 경우 임금은 월 평균 131만3000원이다. 지난 2013년 시간당 7557원에서 2015년 3월 9402원으로 꾸준히 오른 것이며 시간대비 근무 시간이 짧고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나영돈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시간선택제는 여성뿐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며 "기업 인력난 해소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어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고용안정성 비율 꾸준히 증가

시간선택제 활성화로 시간제 전용워크넷 이용자수 역시 증가세다. 워크넷에 오른 구인건수는 지난해 3000건이었지만 올해는 4300건을 넘어 43% 급증했다. 또 워크넷을 통한 시간선택제 취업자수도 지난해 월평균 2500건에서 올해는 월평균 3300건으로 32%나 뛰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부터 '전환형 시간선택제'로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환형 시간선택제'는 △육아 △가족돌봄 △건강 △학업 △퇴직준비 등의 사유에 따라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디자이너인 천보영씨(25세·가명)는 "직장생활 4년차로 회사 업무와 생활도 안정됐지만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었다"며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는데 시간선택제 전환 후 학교도 다시 다니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제언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일부는 시간선택제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들어 나쁜 일자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간선택제 임금이 꾸준히 늘어 아르바이트나 인턴·수습사원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도 양호하다. 지난 2011년부터 2014까지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을 받은 사업장에 지원한 구직자 중 채용일로부터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한 비율은 과반수 이상은 60.8%다. 이는 비지원 대상자의 고용유지율 38.1%보다 22.7% 더 높은 수준이다. 

이케아에서 시간선택제로 근무 중인 한 학생은 "알바 같은 이케아의 시간선택제는 내 스스로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근무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런 시간선택제로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다양한 정부지원 '한몫'

이처럼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빨리 자리를 잡은 것은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바로 기업에서 계약직이나 일용직이 아닌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자를 고용해 1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는 경우 정부가 근로자의 인건비 일부를 대신 지원하기 때문.

보조금 지원사항을 살피면 중소기업의 경우 월 최고 80만원이 지원되고, 대기업의 경우 60만원가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근로자수는 고용보험피보험자수를 기준으로 30%(우선지원대상기업 60%) 이내다. 즉 10명의 근로자가 있다면 이 중 3명까지는 시간선택제일자리 형태로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지원조건은 △4대 보험 가입 △주당평균근로 시간 15~30시간 이내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 △1개월이상 고용유지 △통상근로자와 임금차별이 없을 것 △복지에서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일 것 등이다. 

이처럼 시간선택제 지원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떤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근로자는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지만 이케아처럼 아르바이트식의 시간선택제는 상용형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들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상 아웃소싱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여기 더해 "근로자에게는 고용안정이 될 수 있지만 1년후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때는 직원에 대한 부담을 기업에 전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도입이 힘들다"고 짚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시간선택제가 고용창출에 큰 일익을 담당하는 만큼 중소기업이나 아웃소싱기업에서 시간선택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응대했다.

아울러 "더 많은 정부 지원으로 시간선택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케아의 시간선택제처럼 아르바이트형 시간선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시간선택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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