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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수에서 투수로…한국계 마이너리거 '에릭 심'

심현석, 캐나다 출신 한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입 꿈꿔

신효정 기자 | shj@newsprime.co.kr | 2015.02.13 09:13:04

[프라임경제] 지난해 9월14일 2014 시즌 종료 후 잠시 캐나다 집으로 돌아온 한국계 마이너리거 심현석(25, 미국명 에릭 심(Eric Sim)을 밴쿠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2015년 2월 초 또 한번 인터뷰를 부탁했다.

186cm 105kg.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이 돋보이는 심현석은 캐나다 출신 한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입을 꿈꾸고 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27라운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명을 받아 산하 싱글A부터 트리플A리그 포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2015시즌부터는 투수로 제2의 야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싱글A뉴욕양키스 산하 찰스턴(Charleston Riverdogs)과의 경기에서 난생 처음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7개의 공을 던졌다. 10개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고, 1 삼진을 잡으며 최고 구속 94mph(151km)을 찍었다.

경기 직후 스카우터들과 감독으로부터 투수로 보직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다음경기에서 2/3이닝 공 10개를 던지며 또다시 최고구속 94mph(151km)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그리고 9월16일 시작했던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투수로 참가해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다. 다음은 미국에서는 에릭 심으로 불리는 심현석 선수와 나눈 일문일답.

투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 중인 에릭 심. 한국명 심현석은 캐나다 출신 한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입을 꿈꾸고 있다. = 신효정 기자

-야구를 어떻게 처음 시작해 보직변경 없이 포수를 쭉 했는지 궁금하다.
▲14살 때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 부산 상당초등학교를 다녔다. 어릴 때 상당히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다. 장남인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자 11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해운대 마린스리틀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우연히 경기를 보러 오셨던 전 삼성라이온즈 우용득 감독님이 포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때부터 경남중학교를 진학해 지금까지 쭉 포수를 했다.포수는 참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그래서 나는 홈런 치는 것 보다 도루를 저지할 때가 제일 즐겁다.

-한국에서 야구를 잠깐 했었는데 현재 KBO 프로팀에 뛰고 있는 선수도 있었는지.
▲그때 당시 지금 LG트윈스에서 뛰고 있는 정의윤 형도 함께 해운대 마린스리틀야구에 있었다. 하지만 형이 아직까지 나를 기억할진 모르겠다. 하하.

-캐나다로 이민 와서는 럭비와 야구를 병행했던 것으로 안다. 최종적으로 야구를 고른 이유가 있는지.
▲럭비는 중‧고등학교 시절 5년을 했는데 소질도 꽤 있었다. 하지만 야구보다는 진로의 길이 좁기에 12학년 때(고등학교 3학년) 럭비를 그만두고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들어오던 야구에 전념했다.

-마이너리거로선 다소 늦은 나이에 투수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지.
▲사실 2012년부터 강한 어깨로 도루 저지하는 것을 보고 투수로 뛰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많았었다. 이번에 교육리그도 투수로 참가하게 되는 만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투수로서의 나는 어떨지 알아보고 싶다.

-다른 한국 마이너리그 선수들과는 달리 영어는 능통해 언어적인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영어와 한국어 모두 편하지만 동료들과 통역 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종종 한국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시합 때 만나면 내게 선뜻 말을 못 걸어오는 경우가 많아 내가 먼저 가서 인사를 하곤 한다. 보통 내가 한국인인지 몰랐다고 한다.

-친한 한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있나.
▲현재 발티모어 소속인 강경덕 선수와 친하다. 경덕이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같은 부산 출신이라 더 친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삼성에 지명된 장필준 선수도 친하다. 필준이 형이 LA에인절스 소속일 때 알게 됐다. 이 외에 오클랜드 소속인 성민이(김성민)도 알고 이번에 롯데자이언츠에 지명된 태경이(안태경)도 안다. 태경이와 필준이형 지명 축하하고 한국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캐나다 애보츠포드로 돌아와 지내는 걸로 알고 있다. 비시즌 기간을 어떻게 보내나.
▲비시즌 기간에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수영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러닝머신을 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시 3시부터 7시까지 야구팀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저녁에 자인언츠에서 비시즌 운동 프로그램 짜준 것을 한다. 사실 오프시즌이 더 바쁜 것 같다.
 
- 확실히 작년 9월 인터뷰 때보다 자신감도 많이 붙고 즐거워 보인다.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리그를 갈 때만 해도 아무래도 포수라는 포지션에 최적화된 몸이라 트레이닝 코치로부터 상체 근력을 많이 빼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몸무게도 20파운드(9kg) 정도 빼면서도 근력과 체력을 다져 내 인생 최고의 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심 선수는 "Best shape of my life"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비시즌 기간 동안 정말 혹독하게 훈련하고 체력관리를 했다. 특히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상‧하체의 밸런스도 잘 잡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새로운 시즌이 다가온다니 설레고 기뻐서 그런 것 같다. 얼른 따뜻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첫 경기를 뛰고 싶다.

-확실히 작년 교육리그 참가 후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포수만 봐왔었다. 그런데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니 처음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포수와 타자로써 쌓아온 다양한 포지션에서 바라보는 경기 이해력 덕분에 투수만 했던 선수들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붙은 것같다. 그리고 비시즌 기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했기에 자신이 있다.

심 선수는 오프시즌 기간 내 매주 멀리 애보츠포드에서 1시간 떨어진 밴쿠버까지 찾아와 한인야구팀 선수들에게 타격과 투구 레슨을 해주기도 한다. 시즌 중에는 넉넉하지 않은 마이너리거 월급에서 본인과 이름이 같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한국계 소년 에릭을 위해 기부도 하는, 누구보다도 긍정적이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심현석 선수. 이번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승승장구해 훗날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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