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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부산자이언츠…" 부산시민에게 물어봤더니

롯데자이언츠 구단에 불신…"시민구단 83.4% vs 롯데구단 14.2%"

부산 =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4.11.21 17:49:29
[프라임경제] 최근 롯데자이언츠구단은 프런트와 선수단 간 해묵은 갈등과 시즌 중 원정경기숙소 CCTV 감시 사찰 사건 등이 뒤엉키면서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다 이종운 신임감독의 '깜짝 선임'까지 더해지면서 구단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구단은 지난 11월6일 배재후(54) 단장과 최하진(54) 사장이 내홍에 책임을 통감하고 동반사퇴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다. 사태 수습을 위해 이튿날 구단은 신임대표와 단장을 서둘러 선임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 롯데자이언츠 관련 기사들에는 '프런트 퇴진'과 '구단 해체'를 거론하는 불만 댓글이 쇄도했고, 일인시위 릴레이까지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한 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시민구단 부산자이언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다. 
 
'시민구단'이란 특정 기업에 소속된 팀이 아닌, 시민에게 공개 주식매매를 통해 자금을 모아 창설한 구단을 말한다. 지자체 지원과 연고지 기업에게 광고를 유치하여 운영자금을 마련하는데, 해외에서는 시민구단이 '공공소유기업(public owned company)' 혹은 '협동조합(cooperative)' 등의 기업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217명중 181명 "시민구단 원해" 
 
프라임경제 영남취재본부는 지난 11월15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과 남포동 부산극장 앞에서 '자이언츠구단을 부산시민에게 돌려준다면 누구에게 구단을 맡기겠는가'라는 주제로 '시민구단 부산자이언츠'와 '롯데자이언츠' 중 한 팀을 결정하는 게릴라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안티롯데팬'과 '친롯데팬클럽'에는 알리지 않고 거리에 나온 일반 시민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시민들이 조사 판넬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있다. = 서경수 기자


조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면에서 시작해 오후 5시 남포동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6시30까지 이동시간을 뺀 약 3시간30분간 진행했고, 총 217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181명(83.4%)이 '시민구단부산자이언츠'를 선택해 '롯데자이언츠' 31명(14.2%)을 압도했다. '무효'는 5명이었다.  
   
'시민구단 부산자이언츠'를 지지한 시민 중 30대 이하 일명 '로이스터감독 세대' 다수는 현장에서 진행된 간단한 인터뷰에서 "일련의 바람직하지 못한 프런트 행동들 때문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쫓겨나듯 트레이드 된 부산의 야구영웅 최동원의 초라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이른바 '원년롯데팬'인 중장년층에서는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일부다. 지금껏 쌓여온 문제가 터진거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일부는 "구단은 지금껏 팬들을 위해 뭘 했나.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롯데가 안 떠나면 우리가 떠난다, XXX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 롯데구단에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다가 구단의 뜻에 의해 떠나간 '프렌차이즈 스타'가 레전드 최동원 한 명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시민 김철균(36‧용호동)씨는 가칭 '시민구단 부산자이언츠'에 대해 "지역연고를 하는 프로스포츠에 적합한 제도다"며 "팬들과 소통하며 야구다운 야구를 보고 싶다"고 말했고, 이종삼(42‧대신동)씨는 "그냥 딱 롯데구단처럼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롯데자이언츠'를 지지한 이들은 대부분 △"그냥 좋아서" △"야구를 잘 몰라서" △"부산은 롯데니까" 등이라고 답했다.  
 
◆FC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 등 시민구단  
 
연간 200억원 이상 투자되는 '프로야구 시민구단'은 실현 가능한 염원일까. 현재 국내 프로축구의 경우 1997년 대전을 시작으로 2014년 성남 FC까지 10개 팀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시민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축구의 2배 이상 비용이 드는 국내 프로야구구단 중 시민구단은 한 팀도 없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50년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시민구단으로 창단됐지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요자동차(현재의 마츠다자동차)에 팔린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기록(30승16패6세이브)을 갖고 있는 故 장명부 선수가 뛰었던 구단이다.
 

부산 서면과 남포동에서 모두 3시간30분간 실시한 이번 조사에 모두 217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조사에 응한 대다수는 '시민구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경수 기자


유럽축구는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등이 시민구단이다. 주주인 '소시오(Socio)'들이 투표를 통해 회장을 뽑는, 시민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시민주가 구단 전체 주식의 51%를 넘겨야 하는 규정이 있어 준시민구단들로 이루어진 리그로 분류된다. 국내 최대 관중동원력을 자랑하며 '시민구단'을 희망하는 부산시민들에겐 눈여겨볼만한 모범사례다.  
 
하지만 '자이언츠 시민구단'에 대해 부산시나 롯데 측에서는 조심스럽거나 거론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이순학 과장은 "시민구단을 논의해 본 적은 없다"면서 "제2구단에 대해서는 아직 부산을 연고로 희망하는 기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만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민들의 여론이 성숙된다면 검토 할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롯데자이언츠구단 측 관계자는 시민구단에 대해 "거론할 입장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롯데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는 취임사에서 "이종운 감독 이하 코치 및 선수, 그리고 프런트 직원들의 면면을 보니 잘 극복해 나갈 것이란 확신이 들고, 최근 사태로 인해 떠난 팬심을 되찾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고,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위로해야 한다"며 구단과 팬 추스르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롯데자이언츠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중에는 '거듭나겠습니다. 바보 같은 짓, 프로답지 못한 짓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자이언츠 팬들은 그간 반복돼온 롯데구단의 프로답지 못한 구단운영 방식에 잔뜩 화가 나있고, 구단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바닥난 모습이다. 부산시민들의 시민구단 염원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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