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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공장 딛고 세계판세 바꿀 자체소비국" 중국 애니메이션의 힘

[해외기업탐방] 한중합작기업 'EMI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7.02 14:50:52

[프라임경제]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상전벽해를 넘어 세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 기업의 주문을 받아 단순 제작·납품하는 하청 공장에서 세계 애니메이션 판세를 바꿀 수 있는 자체 소비국으로 이미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해 온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13년 1018억위안(약 16조7298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다만 '베이징 사범대학 디지털미디어학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과 소비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중국산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수입 총액은 증가했지만 한 작품당 평균 흥행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만큼 치열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산동성 청도에 자리잡은 EMI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依米动漫有限公司: 动漫은 만화영화를 가리키는 중국어 표현)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이어나가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린연진 대표는 한중합작기업 EMI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과 한국의 기술 시너지가 극대화돼 빠른 시간 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부했다. © 프라임경제  
린연진 대표는 한중합작기업 EMI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과 한국의 기술 시너지가 극대화돼 빠른 시간 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부했다. © 프라임경제

지난 2012년 설립된 EMI 스튜디오(대표 린연진)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저렇듯 치열한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성공, 제반 경비를 조달하고 여력을 작품 기획에 투자하는 궤도에 이미 진입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EMI스튜디오는 중국의 인력과 한국의 기획력, 노하우를 접목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한중 합작기업이다. 중국과 한국이 51:49 비율로 합작했지만, 중국 측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 전문가들의 장비, 노하우와 커리어 등을 각종 조건을 고려해 탄생했다.

이들은 오로지 단 하나의 일념인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 석권'할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두 나라 국적의 임직원들이 오늘도 하나가 돼 일하고 있다.

◆중국 정부 무한 지원, 한국 기획력 절실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급성장에는 정부의 문화 산업에 대한 강한 집착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 문화부는 '12차 5개년계획-국가애니메이션산업발전계획'을 통해 중국을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 계획에는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능력과 함께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애니메이션 선도 기업을 양성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 애니메이션 창작과 개발 및 디지털 출판 등 영역에 중점을 둬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공급업체 및 서비스 운영사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관련 업체들은 기술력이 크게 발전해 단순한 하청 일감을 소화하는 수준에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 즉 기획력은 아직 한계가 있어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이 영역을 강화할 필요가 높은 것이 현실.

중국 애니메이션계가 한국의 기획(창작)과 에니메이터(제작) 영역의 인재를 탐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인 대표가 이끌고 있는 EMI 스튜디오의 경우도 한국 전문가들을 영입, 함께 일하고 있다.

한국 출신 김병준 부사장과 정현세 이사는 이미 15년여를 함께 보내며 기획연출과 애니메이터로 손발을 맞춰 온 사이로 남북 최초 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등을 함께 해 온 최고의 베테랑이다.

김 부사장은 "기술력만 놓고 본다면 (한중 애니메이션계의) 시간 격차는 불과 5~6년 정도"라고 설명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중국 현지 내 저작권과 관련해 관련법이 강화되는 등 애니메이션 융성의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한국식 기획력과 노하우를 접목하는 경우 급격히 성장, 세계 시장을 노크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는 이제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EMI 스튜디오 같은 기업들이 날개를 달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넘어선 비결 '미래가치 공유'

EMI 스튜디오는 현재 외주로 주요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기획·콘텐츠 분야는 아직 독자적 수익이 나지 않고 있어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보다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통해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토대를 만들고 있다.

초기투자 단계를 넘어선 현재의 상황에서 중장기 프로젝트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한 것은 외주 업무에만 안주하기에는 중국의 인건비 구조 등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정부의 적극적 제도 정비 등이 맞물려 변화를 시도할 적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같은 중국 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에 일을 맡길 때 인건비를 낮추려는 소위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은 무시하기 힘든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외주제작을 두루 받고 있는 EMI 스튜디오로서는 중국 업체라면 일단 비용을 저렴하게 하려는 경우를 적잖이 겪어 왔다.

김병준 부사장은 "한국에서 단가 문제로 소화하지 못하거나 제작 능력과 데이터 보안의 문제로 인한 저퀄리티 제작물을 중국에 보내겠다는 인식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다량의 업무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김 부사장은 직원들이 똘똘 뭉쳐 한국식 기업 문화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김 부사장은 "EMI 스튜디오의 주력은 중국인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이지만 중국식 회사 문화와 달리 필요하면 야근도 하는 간부들의 모습에 점차 변화하면서 이제는 자체 회의는 물론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무한 책임 의식이 많이 늘었다"면서 "조직의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기업 문화를 통해 현장에서의 시행착오가 자양분이 돼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MI 스튜디오는 전직원들의 미래가치 공유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창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EMI 스튜디오는 전직원들의 미래가치 공유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창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세계적 애니메이션 기업 되는 일만 남았다"

"콘텐츠 개발, 조직의 안정,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이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작품 탄생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EMI 스튜디오의 린연진 대표의 당찬 포부는 이제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두 나라 직원들이 한 데 어우러져 긴 안목에서 좋은 기획이 작품으로 태어날 날을 목표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 만큼 한국과 중국의 상호동반 성장과 선린우호의 상징으로 EMI 스튜디오가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

정현세 이사는 "기획을 하고 세상에 내보내면 우리의 작품이 수 십년 후에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꿈꾼다"면서 "중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희노애락을 함께한 회사 구성원들과도 끝까지 가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이는 인건비와 기술의 결합에 불과한 제조업과 달리, 감성의 교류와 융합을 토대로 초기의 리스크만 넘어서면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문화 사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특수성 때문이다. 더 이상 한국 기업이냐 중국 기업이냐의 구분 시도가 불필요한 경지에 올라야 세계 시장에서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린연진 대표는 "(관객들이) 내 감성을 좋아해 준다면 은퇴 없이 갈 수 있는 길이 애니메이션"이라며 "우리가 만든 캐릭터들이 전세계 모든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도 늘 가까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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