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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87] 패션생태계 치유 '오르그닷'

디자이너·봉제공장 잇는 '패션 플랫폼' 개발… 유통구조 변화 주도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4.03.20 17:24:08

[프라임경제] 무채색의 패션기업이 있을까? 19일 방문한 오르그닷 사무실에서는 옷들로 가득 찬 사무실 한쪽에 직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사무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션기업의 모습이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옷들로 화사한 분위기가 아니라 곳곳에 걸려있는 옷들은 전부 회색, 검은색뿐이었다. 이는 이들이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시회적기업이기 때문. '무채색에서의 다양한 변주'를 추구한다는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윤리적패션'에 대해 들어봤다.

2009년 문을 연 오르그닷은 이제 6년차 기업이다. 나름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던 청년들 6명이 국내 패션업계의 비윤리적인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뜻을 모아 세웠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환경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이들이 외치는 '윤리적 패션'.

김방호 대표는 "오르그닷이 사회적기업으로 추구하는 것은 패션사업 종사자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갖게 되면서 환경오염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라며 "패션산업이 규모가 큰 만큼 조금만 바뀌게 되도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기업 벗어나 선택한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뭔가 다른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고민이 컸어요. 그렇다면 창업을 하거나 NGO(비정부기구)에 들어가야 하는데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죠. 사회적기업이면 좋은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소득도 보장될 것이란 생각에 창업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어요."

   김방호 대표는 6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가 오르그닷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하영인 기자  
김방호 대표는 6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가 오르그닷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하영인 기자
2009년 명성 있는 대기업 사원이던 6명의 청년은 '착한 밥벌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전공과는 관련 없는 '패션사업'에 뛰어든 이들은 '윤리적 패션'을 추구한다며 친환경 소재를 가슴과 머리에 품었다.

그렇다면 왜 '패션'을 선택했을까? 김 대표는 패션산업이 굉장한 레드오션으로 보이지만 종사자 수, 매출규모로 보면 식품산업 다음으로 거대한 산업인 만큼 조금만 변화를 줘도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친환경'을 내세운 오르그닷은 오가닉코튼 등 친환경 소재와 재생소재 등을 사용해 옷을 만들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염색도 하지 않는다.

오르그닷의 옷은 무가공면, 무표백, 무형광 등을 지향하다보니 옷의 색은 모두 갈색, 회색, 검정 일색이다. 페트병, 망가진 어망 등의 쓰레기도 오르그닷에서는 재생소재로 옷의 소재가 된다.

이와 관련 그는 "패션산업은 환경파괴가 심한 산업 중 하나로 면을 재배할 때도 살충제를 사용하고 옷 염색 등 가공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어마어마하다"며 "우리는 그런 환경오염을 최대한으로 줄여 옷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린 마케팅' 힘입어 꾸준한 매출 상승

다행히 기업들이 그린 마케팅에 나서며 오르그닷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의 그린 유니폼으로, 2013년부터 제작하고 있다.

  오르그닷의 남성복 매출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오르그닷의 남성복 = 하영인 기자  
오르그닷의 남성복 매출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오르그닷의 남성복 = 하영인 기자
삼성전자, 교보생명 구글코리아, 메리츠화재 등에도 친환경 단체복을 공급했다. 기업 외 공공기관, 환경단체에서도 꾸준히 오르그닷을 찾고 있다.

편집숍 등을 통해 판매하는 남성복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시작할 당시에는 2억5000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약 8억원까지 늘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오르그닷만의 '착한 감성 디자인'이 통한 것.

김 대표는 "패션시장은 무엇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 또한 도전할 수 있었다"며 "옷이라는 것은 정해진 가격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특이한 요소가 결합해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업 간 거래(B2B)에서 소비자거래(B2C)로 분야를 확대하며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5억원, 1억원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오르그닷이 시작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 첫해 회사를 설립하며 무리한 투자로 실패한 쓴 경험도 있다. 창업 첫해 12명으로 시작했다가 무리한 투자로 5명까지 인원이 줄기도 했다.

다시 창업 첫해와 비슷한 13명으로 인원을 늘리는데 6년이 걸린 만큼 무리한 투자나 사업규모 확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 보태졌다.

◆패션업계 유통구조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

"이 사업의 핵심은 많은 봉제공장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이죠. 봉제공장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지인들의 일감이 전달돼요. 오픈되지 않은 거죠. 디자이너는 한해 1만명이 쏟아지는데 패션 관련 취업률이 10%가 안 되고 취업 후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해요. 온라인 판매창구가 많아진 만큼 창업을 하려해도 생산인프라를 꾸리는 게 어렵죠. 이 둘을 매칭시키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이 사업은 오르그닷의 또 다른 도전이다. 국내외 패션 디자이너와 서울의 봉제공장을 연결하는 패션 플랫폼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nmakers)가 바로 그것.

김 사장이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감은 대단하다. 본격적인 서비스 런칭은 6월로 예정됐지만 개설한 홍보사이트에는 벌써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그닷은 단순히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서 둘이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생산과정도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이런 시스템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었다"며 "잘만 운영된다면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봉제공장에 주문을 넣을 수 있고, 실제로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르그닷은 플랫폼이 잘 운영돼 향후 패션사업의 잘못된 유통구조를 바꾸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통구조 내에선 '돈을 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홈페이지엔 오르그닷과 제휴를 맺은 19개 봉제공장의 소개가 올라와 있다. 사진촬영은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인 울라 레이머가 담당했다. = 하영인 기자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홈페이지엔 오르그닷과 제휴를 맺은 19개 봉제공장의 소개가 올라와 있다. 사진촬영은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인 울라 레이머가 담당했다. = 하영인 기자
김 대표는 "백화점에 전시된 옷들은 화려하지만 그 옷을 팔아도 유통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기업은 남는 게 없다"며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의 소득이 안정되려면 우리나라의 고비용 유통구조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이너들의 모여 작업하는 패션공간을 만들어 유통비용을 줄이고, 그곳을 사람들이 먼저 찾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꿈"이라고 장래에 대해 첨언했다.

오르그닷은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에 '친환경 소재'에 대한 홍보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친환경 소재의 옷을 만들며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에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들의 행보에 형광빛 무채색의 기대감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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