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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양항 바나나 생과 후숙시설 가보니…

'푸르딩딩' 바나나 금새 연노란 색으로

박대성 기자 | kccskc@hanmail.net | 2013.06.18 1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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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냉동냉장창고에 반입되고 있는 컨테이너 물량. 
[프라임경제] 17일 오전 11시 전남 광양항컨테이너부두 건너 '광양항 냉동.냉장창고' 후숙(後熟)시설. "칙~칙" 기차 화통소리를 닮은 에틸렌가스통에서 소량의 에틸렌(ethylene)이 분사된다.
 
이곳은 호남 첫 과일 후숙시설로 무역회사인 (주)대평이 위탁운영하는 곳. 막 항구에 도착한 수입 바나나는 새파란 녹색이다. 껍질을 벗겨보면 달기는 커녕 쓴맛만 날 뿐이다.
 
푸르딩딩한 바나나를 '노릇노릇'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후숙시설이 필수라는 것이 수입업체 설명.

에틸렌이란, 사과 등에서 방출되는 탄소와 수소로 만들어진 달콤한 향기의 무색기체이다. 이 기체는 식물에 작용해 마치호르몬처럼 성장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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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후숙저장시설에 후숙을 하기위해 바나나 입고가 한창이다.
 
에틸렌가스는 사과에도 들어있어 사과와 배를 함께 보관하면 배가 쉽게 물러진다고. 광양항 후숙시설은 합성에틸렌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바나나는 숙성농도에 따라 크게 7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갓 수입된 바나나는 1단계로 '짙은녹색(Dark Green)'을 띈다.
 
상품성을 갖춘 바나나는 부분적으로 누런빛을 띤 4단계 이후가 돼서야 비로소 출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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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덜익은 채로 수입되는 1단계부터 7단계로 숙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마케팅회사 허만형 부장은 "감귤후숙은 남보다 좋은조건에서 빛깔좋은 상태로 팔기 위해 일부 후숙을 하지만, 바나나는 후숙을 하지 않으면 물러져서 먹을 수 없기때문에 후숙은 필수"라고 말했다.
 
즉, 원산지인 필리핀에서 국내항구로 들여오기까지의 수입과정 20일, 통관 4~5일을 감안할 경우 덜익은 채로 수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바나나 주산지이지만, 거리가 멀고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주로 필리핀산 바나나가 선호된다.
 
만일 제주도산 바나나라면 곧바로 바다 건너 육지에 도착할 수 있으므로 굳이 별도의 후숙과정이 필요없는 것.

광양항 냉동냉장창고내 후숙시설은 1실당 11t 규모를 보관 할 수 있는 폭 4m, 길이 12m 규모의 18개실로 바나나 상자사이로 에틸렌 가스가 통과돼 창고안을 순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에틸렌가스는 20시간 순환시킨뒤 잔량이 산화하도록 산소를 공급해 잔량가스를 충분히 없앤다.

광양항이 열대과일 후숙실을 마련한데는 컨테이너 물량만으로는 물동량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신규물량 창출을 위해 농.특산물 수입비율을 늘리고 있다.
 
연말까지만 해도 후숙시설이 없어 바나나를 수입해도 부산의 냉장시설로 옮겨 후숙과정을 거친뒤 전국으로 유통해 물류비용 상승을 가져왔다. 이제는 광양항에서 후숙이 가능해 부산을 가지 않고도, 수도권 도매상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바나나 최적의 보관상태는 15~16도 정도. 후숙은 시퍼런 바나나를 19도에서 매일 온도를 내려 16도까지 5~7일간 에틸렌가스를 방출시켜 숙성을 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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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산 바나나가 푸르딩딩한 채로 광양항에 하역돼 후숙을 기다리고 있다.

허 부장은 "이동기간만 짧다면 필리핀에서 60-70% 익혀 따면 좋으나 바나나는 쉽게 물러져 덜익은 채로 수확할 수 밖에 없다"면서 "바나나는 노랗게 변하고 검은반점이 생길때가 가장 잘익고 맛있을 때로 당도가 16~18브릭스(Brix)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입업체에서는 바나나 후숙을 하지 않은채 상온에서 보관했더니, 바나나가 시커멓게 변색되고 물러져 도저히 상품가치가 없어 현재로서는 후숙방법이 최적의 바나나 유통대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숙성된 바나나는 여수, 순천을 비롯해 광주와 대전,부산,서울 등지의 대도시 도매법인에 공급된다. 편의점 CU마트(옛 훼미리마트)에서 판매되는 바나나도 광양항 후숙시설에서 조달될 예정이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부드럽고 달달한 바나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또한 바나나 쥬스와 바나나다이어트, 몸짱 열풍이 불면서 모 대형마트 집계결과 바나나는 감귤을 제치고 과일매출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바나나는 유명업체들이 온갖 브랜드를 갖다 붙이지만, 실상 필리핀에서는 동일 상품이라는 것이 업계 귀띔이다. 마치 유명 음료업체들이 생수 수원지에서 채수한뒤 대기업 상표를 달고 시중에 유통되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

바나나도 비수기가 있다고. 대개 여름이 비수기이고, 과일이 들어가는 시즌인 겨울철(11~이듬해 5월)에 통상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가 반복되고 있다.
 
값싸고 영양가 많은 바나나이지만, 최근 시중에는 한송이(2kg기준) 소비자가격이 5000~8000원선으로 50% 이상 올랐다. 송이가 클경우 1만원도 호가한다.

값이 뛴데는 작년에 필리핀 농장에 태풍과 장마가 들이닥쳐 바나나 수확량이 30~40% 가량  줄어 산지 출고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수입업체의 설명이다.
 
바나나 한상자(14kg) 필리핀 산지출하가격이 요즘에는 무려 2만원에 육박해 물류비용과 후숙처리비용, 중간도매상 등을 거치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먹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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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후숙시설에는 주당 50TEU가 처리되고 있다.

대평물류에서는 주당 10TEU, 월 50TEU 가량의 바나나를 들여와 후숙처리하고 있다. 컨테이너 1량(TEU)에는 14kg들이 바나나 1320박스(22파렛트)가 적재돼 수입된다. 수입 과정에서 세균검사를 위해 박스 속비닐에 구멍을 뚫어 놓는 것도 색다르다.
 
수입업체는 바나나 뿐만 아니라 파인애플, 오렌지, 포도, 키위, 체리, 애플망고 등의 수입량도 늘릴 예정이다.
 
소비재에 비해 농.특산물의 관세는 높은 편이다. 바나나 30%, 사과와 포도 45%, 고추는 무려 50%의 고율의 관세율이 매겨지고 있다.

수입생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저온저장설비 확충도 시급해졌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주)대평 고재천 대표는 "수입과일을 후숙처리하기 전까지 저온창고로 옮겨서 14~15도로 보관해야 하는데, 지금은 애로점이 많다"며 "광양항 물동량 창출을 위한 기반시설로서 저온창고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업체이기때문에 환율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 올초까지만 해도 환율하락덕을 봤으나, 최근에는 달러당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수출기업에는 유리해지나, 수입업체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이때문에 환율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고 대표는 또한 "많은 물량을 취급하지 않아 환차손(차익)이 크지는 않아 환변동보험이나 환헤지 등은 않고 있지만, 결제할때 가급적 환율이 떨어질때 입금하는 등의 요령도 있다"며 "서울-광양간 거리가, 서울-부산보다 가깝기때문에 물류비용이 덜 들어 수도권 주문량이 더 늘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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