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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상품이 동생 죽였다” 알리안츠생명 1인 시위자 사연

함께 일하던 친동생 ‘우수 설계사’ 자살…사측 “자사 소속 설계사 아니다” 외면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2.06.27 14:18:51

[프라임경제] 누구보다 착했던 동생이었다. 더욱이 보험업계에 동생을 끌어 들인 건 자신이기도 했다. 혼자서 세 아이를 키워야했던 동생이기에 열심히 해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자신이 동생을 사지로 밀어 넣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모든 게 후회스럽다. 한 달째 알리안츠생명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조복심씨는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시위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알리안츠생명의 부실 상품이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고 밝힌 조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생을 떠나보낸 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13년간 성실히 근무했던 동생이지만 몇 년 전부터 보험계약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았다. 그리고 산더미 같은 빚은 동생 조유심씨를 세상과 등지게 했다. 한동안 가족 모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동생은 자신에게 남은 자식들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

또한 동생을 사지로 몰고 간 보험상품을 판 알리안츠생명으로부터 사과 받고 싶었다. 하지만 13년간 동생이 열정을 바친 회사는 ‘자사 소속설계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결국 힘없는 조씨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사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일 뿐이었다.

◆연봉 1000만원, 허울뿐인 우수설계사

동생 조씨는 우수설계사였다. 회사에서 에이스로 꼽히며 알리안츠생명 인천지사 AA영업부 소속으로 네 차례 우수설계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조복심씨는 “알리안츠생명 상품으로 고객이 본 손해를 동생이 보상하다 결국 지쳐 자살했다”며 “하지만 알리안츠는 여전히 우리와 상관없다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가족과 일밖에 모르는 아이였어요. 고객들도 무척 챙겼죠. 동생 고객 중 많은 사람이 시장상인이었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면 가서 돕고 경조사도 빠지는 법이 없었어요.”

동생의 우수설계사 타이틀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매일같이 고객들을 만나고 다녔다. 조씨가 마지막가지 담당했던 계약 건은 총 540건. 한사람 당 2~3건의 계약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약 200명 이상의 고객을 관리했던 것이다.

“동생은 약 1000만원의 수당을 받으면서도 14년 동안 김치냉장고 한 대와 딸아이의 옷장하나 살 정도로 검소했어요. 1000만원의 수당을 받아도 다시 500만원은 고객에게 사용했으니 넉넉한 가정형편이 될 순 없었죠. 그래도 10년간은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파워덱스연금보험 상품을 팔기 시작하며 조씨는 점점 말 못할 고민이 늘어갔다.

“처음엔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이 나왔다고 동생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제가 ‘회사 상품교육을 그대로 믿지 말라’고 충고해도 좋은 상품이라 믿었죠. 하지만 3~4년 후부터는 동생 표정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손해를 본 고객의 피해보상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한번 터진 민원은 물 밀 듯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빛 또한 같은 속도로 불어났다. 10년간 쌓은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원금 보장되는 파워덱스보험? 손해는 설계사 책임

조씨는 2005년 알리안츠생명이 파워덱스연금보험이란 신상품을 내놓고 원금보장 상품이라며 집중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것이 상품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2002년도에 문제가 된 변액보험의 불안정한 수익률을 개선한 상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설계사들이 받은 상품교육과 너무나 달랐다.

“동생은 2002년 변액보험 문제로 이미 많은 손해를 본 상황이었어요. 고객의 손해를 배상해주기 위해 2005년 당시 집을 담보로 8000만원을 대출받았어요. 그런데 변액보험이 잠잠해지자 2009년 파워덱스 문제가 터진 거에요. 결국 2009년 6000만원을 추가대출 받았더라고요.”

   
조씨는 30일째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12시까지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이다.
그녀는 이를 보험설계사들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보험사에서 그 민원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고객에게 원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그 뒤 회사는 손해금액을 설계사들에게 청구한다.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3년 뒤 보험수익률을 확인해본 계약자들은 이자는커녕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니 동생에게 항의를 해오기 시작했어요. 본사 콜센터에 전화해도 ‘5년이 지나도 원금보장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그분들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겠죠. 고객민원은 급증하고 동생은 집 담보 대출을 받고 패물을 팔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기 시작했어요.”

회사에 민원이 들어가면 원금보상과 더불어 영업정지까지 받게 돼 고객들에게 직접 찾아가 상황을 밝히고 합의를 보는 일도 많아졌다. 항의 전화부터 손해보상 하겠다는 각서를 받는 고객까지 원금을 손해 본 고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생의 목을 조여 왔다. 하지만 회사로 민원이 들어가면 영업정지에 월급 감봉을 당하므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동생이 헌신한 고객들인데 옆에서 지켜보면 참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때도 동생은 고객들 걱정뿐이었어요. 그래서 잘 버티는 줄만 알았죠. 여기저기 대출받고 집이 넘어간 상태인줄은 몰랐어요.”

문제는 동생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여러 알리안츠생명 설계사들이 파워덱스 상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조씨는 주장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이름만 바꿔 파워덱스 연관상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파워리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죠. 파워리턴에도 민원이 들어오면 또 설계사들이 손실분을 채워야겠죠. 결국 설계사들만 계속 고통 받는 거에요.”

◆보험대리점 영업 후 자살 “우리 설계사 아니다” 외면

그녀는 13년간 알리안츠생명 인천지점 소속으로 일한 동생이 변액연금과 파워덱스연금보험 사태가 연이어 터지고 계속되는 경쟁에 지쳐하자 같은 건물 5층 보험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기기를 권유했다. 자신이 옆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돼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망한 조씨가 딸에게 남긴 유서의 일부. 파워덱스 상품으로 정신이 지쳤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보험설계사의 경우 퇴사한 후에도 민원이나 일정기간 보험이 유지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손해를 물어야 해요. 동생은 이직 후에도 계속 파워덱스보험 민원에 시달렸어요”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만난 알리안츠생명 사람들은 냉정했다. 원금손실이 충분히 날 수 있는 상품임에도 ‘원금보장’이라고 설계사들을 교육시키고 상품을 팔았지만 동생 조유심씨의 경우 대리점 소속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려 우수설계사 표창을 받고 빚을 내며 알리안츠생명 보험으로 피해본 고객들에게 보상을 했어도 그 사람들에게 우린 비정규직이고 대리점소속 직원일 뿐이에요. 조카들은 3억원 가까이 되는 빚 때문에 결국 상속포기 신청을 냈어요. 이런 상황인데도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들은 우리의 항의로 감정이 상해 장례비를 못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조씨는 알리안츠생명 측이 주택담보 대출 비용인 1억4000만원 변제와 이제 20살이 된 동생의 막내아들 학비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소한 잘못된 상품으로 동생이 피해를 받은 만큼 남은 세 자녀가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엄마를 잃었는데 동시에 재산도, 집도 없고 빚만 남은 상태에요. 마음 같아서는 파워덱스 상품에 의한 손해로 설계사들과 사람들에게 고통을 줘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이 듣고 싶지만… 모든 게 합법이라 하니 안타까울 뿐이에요.”

한편, 알리안츠생명은 조씨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으며 1인 시위자에 대한 입장은 특별히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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