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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규제 결국 실패 하나?

‘대출규제→전세가격 급등→내집마련 장애’…‘부자정책’ 비난 확산

류현중 기자 | rhj@newsprime.co.kr | 2009.09.21 17:54:00
[프라임경제]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가운데 대출규제 억제가 오히려 부자만 이득 보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DTI 규제 이후 부동산업계 근황에 대해 살펴봤다.


DTI 규제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수 포기 사례가 속출하자 전세값이 뛰고 있다. 세입자들의 ‘전세지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시장에선 매물이 나오는대로 곧장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전세공급이 귀하다.

전세 오름 현상은 서울 노원구와 관악구, 그리고 신도시 쪽에서 두드러진다. 노원구의 경우 상계동 주공6단지, 한1차, 주공4단지, 중계그린 등이 올랐다. 관악구는 신림동 관악휴먼시아, 봉천동 관악현대 등 약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신도시의 경우 △일산 0.49% △중동 0.30% △평촌 0.26% △산본 0.20% △분당 0.14% 등의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신혼부부 등 소형 전세를 찾는 수요가 꾸준하고 서울에서 이동해 온 전세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인한 전세가격 급등이 곧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최근의 집값 상승은 실수요자들이 은행 대출로 내집을 마련하기보다 여윳돈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며 “이번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DTI 규제는 결국 서민과 중상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줄이는 반면 개발지역에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받는 지주에겐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주택 인한 시세차익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부자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경매시장 북새통

반면 대출규제 강화에도 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감정가 수준을 뛰어넘는 고가낙찰 건수도 급증했다.

9월 들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낙찰된 물건의 세 건 중 한 건이 고가에 낙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입찰의 경우 감정가 7억8000만원의 104.23%인 8억1300만원에 낙찰됐으며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의 경우 101㎡ 매물이 첫 입찰에서 감정가 11억원의 111.56%인 12억6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경매업체 지지옥션은 “낙찰자들이 이용하는 경락잔금대출이 제2금융권 중심인 만큼 DTI 규제가 경매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남 3구를 제외한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의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 4월 대비해 1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급증했다. DTI 확대 적용으로 자영업자 등 소득증빙 자료가 없는 서민들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DTI 규제에 대한 우려는 금융업계도 마찬가지. 과거 부동산 대출규제와 비교해 볼 때 이번 규제 효과도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주택가격지수 시계열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2002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총 여섯 차례의 대출규제책 중 다섯 번이나 집값잡기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집계된 국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2년 하반기 이후부터 올해까지 110조원에서 341조원으로 약 3배가량 늘었다.

2006년에는 투기지역 아파트의 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DTI를 40%이하로 규제한다는 일명 ‘3·30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1년간 평균 아파트 값이 13.8%나 급증했다. 발표 직전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2007년 7월의 경우도 보험사를 비롯한 비은행금융사의 3억원 초과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과 동일한 DTI규제를 적용하는 ‘7·19대책’이 발표 됐음에도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3.8% 오른 바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DTI규제 이후 당장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잡겠지만,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 제한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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