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들은 3분의 2가량이 대기업과 하도급 관계로 얽혀 있다. 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떠나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생존하기가 힘든 구조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척결을 다짐하는 등 대기업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그 결과 현금결제 비율이 늘어나는 등 개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대기업들의 횡포 때문에 못살겠다는 하소연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 제품을 잔뜩 주문한 뒤 취소하기, 하도급대금 제때 지급하지 않기 등 방법도 다양하다.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사이에 도산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중소 하도급 업체들이 늘어만 가고, 시간이 갈수록 그 희비가 확연히 엇갈린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 결과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간 임금 수준도 매년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죽지 않을 만큼만 준다’는 중소기업의 원성은 우리를 우울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앞날도 어둡게 한다. 이같이 대기업의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상존하는 풍토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이같이 우리 경제의 고질병 중 하나인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서면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서면실태조사 대상을 지난해 4만개에서 올해 5만개로 늘리고 조사불응 및 허위응답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IT벤처기업, 대형 건설업체, 기계․화학업종, 반복적 하도급법 위반업체 등을 대상으로 직권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애써 왔다.
부당한 하도급단가 인하 신고센터도 올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현금성 결제비율이 지난해 79.1%에서 올해 80.3%로 높아진 반면 법위반 혐의업체 비율이 지난해65.8%에서 올해 58.5%로 감소하는 등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적용대상을 제조․건설 뿐 아니라 서비스분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한 데 이어 서비스업종에 대한 예비실태조사를 9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방법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했고,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유망 중소기업이 보유한 신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구매상품의 특성상 대기업이 중소벤처의 기술자료 확보가 필요한 경우 은행 등 제3의 기관에 기술자료를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 시행하는 등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 또는 개정해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간 거래실태 관련 통계자료를 중립적 기관에서 조사․발표토록 해 불공정거래관행의 자진시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거래계약 체결과정에 관한 바람직한 모델을 개발, 사용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들이 당장의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긴 안목에서 상생 경영을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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