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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유의 실록 '무(無)' 1.화려한 출발 <계속 3>

60년대 가요계의 사랑과 배신-본지 단독연재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05.10.18 09:20:10

글= 김동가 (오륜스님),그림= 김진두

 

“다음 곡은 뭡니까?” 리듬기타 이유신씨의 부드러운 음성이다.

“오동나무 집순이” 신인 쌍둥이 제자가 부를 노래다. “뽕짝입니다” 하고는 두 손을 뒤로 올리고 지휘를 한다.

“세엣, 네엣” 시간은 짧고 녹음할 곡은 많고 하여 한번 연습하고 바로 녹음에 들어간다.

“어, 이거 코드가 틀려요.” 퍼스트  바이올린 심상철씨의 목소리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어딥니까”

“B에서 다섯째 소절 Bass는 Ab으로 가는데 여기는 코드가 이상해......”

파트별 스코아가 없다 inc.에서 코드를 붙이고 오부리카트를 그려 넣고 본인이 아니면 이해를 할 수 없는 이상적인 편법 스코아다.

재빨리 바이올린 파트에 달려가 악보를 고쳐주고는 “미안합니다  B부터 8소절만 가보겠습니다.”

이상이 없다.
분주하게 4곡을 끝내고 “수고들 하셨습니다”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정신없이 녹음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다.
“한 그릇 먹고 갈까?” 하고는 곧장 택시를 집어탔다.

“청계천 5가로 갑시다”

“어서 오십시오”

40대 후반의 중년, 헤어스타일이 이태원 흑인들에게 볼 수 있는 짧은 파마 스타일 속으로 “이 사람은 지금도 한창 때인가보다. 카바레 같은 데서 제비 짓을 많이 했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다 왔다.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리를 들으며 황급히 택시에서 내려 2층 6교실로 갔다. 오아시스레코드 사장님께서 전속 작곡가 앞으로 방을 제공한 것이다.

“미쓰연이 왔겠지” 하면서 문을  여는데 그녀는 보이질 않고 쌍둥이 자매와 현정이, 그리고 순애가 와 있었다.

 일제히 일어서며 “선생님 이제 오세요!”

“그래, 별일 없었지?”

“참, 선생님 10분전에 전화 왔었는데 신림동이라면서 점심 잡숫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던데요?” 현정이가 즉시 말을 걸어왔다.

“알았다”

“그라고 쌍둥이 너그들 음악이 오늘 잘 들어갔다. 나중에 3층에 미쓰리가 오면 복사해 줄 테니 열심히 연습해라. 농땡이 까지 말고”

“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누구 연습할 차례냐”

“제가 먼저 왔어요” 현정이가 애교를 피우며 말한다.

“이리와 , 악보”

요즈음 한창 힛트되고 있는 방주연의 기다리게 해놓고 라는 곡이다.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나는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노라”

“임마! 자꾸 가수 흉내를 내면 어떻해! 아랫배에 힘을 바짝 주고 본인의 개성을 살려야지” 하면서 이것저것 지적을 하면서 피아노 앞에 앉는 시간이 30분이 지날 무렵 노크소리가 난다.

“들어오세요” 쌍둥이 자매가 대답을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오는 그녀.

베이지색 바바리를 입고 커다란 보자기에 무엇을 잔뜩 담아 들고 있다.

“김 선생님 녹음 잘하셨어요?”

어제 신림동에서 술을 한잔더 할까 하다가 “내일 녹음이라 안돼겠다”라고 한말이 생각났다.

“잘했어요, 그런데 뭘 그렇게 많이 갖고 왔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반말이 튀어 나왔다.

“참, 쌍둥아 오늘 연홍이 아직 안왔나?”

“네, 약속이 있어 2시쯤에 온다고 연락 왔었어요”

“알았다” 하고는 악보 몇 가지를 챙겨들며 미스연도 챙겨야 할 것 같았다.

“3층 사무실에 올라갔다 올께, 미쓰연, 잠깐 앉아 있어....?”

“다녀오세요”

녹음실에서 문예부 미쓰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심의용 악보를 챙겨 미쓰조에게 건네주고는 바로 내려왔다.

“점심갖고 왔는데요” 수줍은 듯이 말을 꺼내는 그녀 제자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그래....그럼 먹자”

“찬이 없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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