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피해구제형 감면제도 도입 논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중심 제재 바뀌나"

조건부 선감경·사후검증 모델 제안…피해회복 실효성·제재 형평성 확보 관건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6.10.23 14:26:50

Ⓒ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프라임경제]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가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실질적 권리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자에게 배상·보상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할 경우 이를 과징금 감면에 반영하는 새로운 제도 도입 방안이 제시되면서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회장 김도승)는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공동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 협력적 집행모델의 모색 Ⅱ – 피해구제형 과징금 감면제도 도입'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와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회복을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은 기업 피해회복 및 피해확산 방지 노력을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마련한 피해구제 조치 내용과 규모를 별도 심사하고, 이를 과징금 감면과 직접 연계하는 구체적인 절차는 마련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도승 학회장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법 집행의 궁극적 목적은 제재 그 자체가 아니라 침해된 정보주체 권리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동일한 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행 과징금이 법 위반을 억제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국고에 귀속되는 제재금만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구제가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세미나에서는 기업의 자발적 피해구제 노력을 과징금 감면과 연계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계인국 교수(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는 '피해구제형 과징금 감면의 공법적 의의와 정당성' 주제로 제도 도입 법적 근거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계인국 교수는 "기업의 자발적 법규 준수와 피해회복 노력을 제재 과정에 반영하는 게 규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라며 "다만 감면제도가 기업 법적 책임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피해회복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제도 운영 방안도 제시됐다.

방성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구제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적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과징금 감면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일정한 조건 아래 과징금을 먼저 감경한 후 실제 피해구제계획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조건부 선감경·사후 검증' 모델을 제시했다. 기업이 피해구제 조치를 모두 완료할 때까지 감면 결정을 유보하는 방식과 다르게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피해회복에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면 평가 대상에는 금전적 손해배상·보상뿐만 아니라 △추가 피해 확산 방지 △피해자 지원 △재발방지 조치 등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거론되기도 했다. 피해구제를 이유로 과징금을 감면할 경우 제재 억지력이 약화되거나 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은상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새로운 감면제도가 기존 개인정보 보호법상 감경 사유와 중복 적용되지 않도록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며 "아울러 기업이 약속한 피해구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감면을 철회하는 절차 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설계가 중요하다"라고 바라봤다. 

이병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역시 "제도 핵심은 기업 과징금 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를 받았는지에 대한 평가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기업이 지출한 보상 비용보다 피해자 손실과 추가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감면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피해구제형 과징금 감면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 피해회복을 유도하면서도 법 위반에 대한 제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도승 학회장은 "피해구제형 과징금 감면제도는 기업 제재 부담을 단순히 완화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공적 제재와 정보주체에 대한 실질적 피해회복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개인정보 보호 법 집행 성과는 침해를 입은 정보주체 권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회복됐는가라는 관점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