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반도체 호황 이면에 가려진 원·하청 간 극단적인 불평등·차별적 대우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노동당국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식비와 복지, 성과 분배에서 소외된 반도체 하청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해 즉각 현장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실태를 고발했다. ⓒ 정혜경의원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실태를 13일 고발했다. 이후 특별근로감독과 전수조사, 성과 분배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 의원은 삼성전자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 돌파 등 반도체 역대급 실적 속에서도 성과 보상 격차는 극에 달했다고 질타했다. 원청 정직원의 경우 성과급 상한 폐지 등에 힘입어 1인당 평균 약 7억5000만원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의 성과 인센티브는 반기 최대 235만원에 불과해 약 319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심지어 원청 배당 잔치 속에서도 4년 연속 임금이 동결된 하청업체 사례도 제시됐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은 일상적인 처우와 복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 의원은 "원청 정규직의 식비 부담은 1500~2000원 선인 반면, 하청노동자는 8500원을 지불하고 있으며 식사 순서마저 밀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용 수면실과 휴게공간을 갖춘 정규직과 달리 복도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휴게 인프라 격차, 옥상 주차장 이용 강요, 통근버스 차별 등 출근부터 퇴근까지 이어지는 신분적 격차를 폭로했다.
산재를 유발하고 은폐를 부추기는 구조적 모순도 지적됐다. 정 의원은 원청의 평가제도로 인해 협력업체에서 휴업 1일 이상의 사고가 단 한 건만 발생돼도 해당 업체 노동자 전원의 인센티브가 전액 삭감(0원)되는 구조를 꼬집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다친 노동자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사비로 치료하거나 산재 신고를 회유·은폐당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생산설비 없이 인력만 조달하는 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이 메신저(라인폰) 등으로 직접 지시를 내리는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과 3·4·6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 12시간 맞교대와 물량 폭증에 따른 장시간 노동 문제 등도 함께 제기됐다.
정 의원은 이같은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사업장 원·하청 대상 특별근로감독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 사내하청 전수조사 △도급단가 내 임금 인상분 반영 및 원·하청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 등 공정한 성과 분배 방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적하신 반도체 사업장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처우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태를 확인해 필요한 개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복지 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최소한 밥으로는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장 내 식사 및 기본 복지 차별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원·하청 간 극심한 격차 해소 방안으로 '원·하청 직접 교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하청 간 직접 교섭 타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근로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원·하청 교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지적된 기간제 '쪼개기 계약'과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관행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향후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시설 투자 확대를 넘어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준비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