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달 기업 체감경기가 업종별로 엇갈렸다. 자동차업계 파업과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제조업 심리는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된 반면 비제조업은 명절 특수와 야외활동 증가에 힘입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9.1로 전월(99.6) 대비 0.5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에 하락 전환이다.
CBSI는 업황과 자금사정 등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주요 지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기준값인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전체 지수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제조업 CBSI는 99.5로 전월(103.8) 대비 4.3p 급락했다. 월간 하락폭으로는 지난 2022년 9월(-5.8p) 이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제품재고(-1.8p)와 신규수주(-1.0p), 생산(-0.6p)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박용민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중동 전쟁 장기화 및 일부 완성차 업체의 부분 파업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조업 CBSI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어려움도 업종별로 뚜렷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내수 부진에 일부 완성차 업체의 파업과 연휴에 따른 가동률 하락까지 겹치면서 업황(-10p)과 생산(-22p)이 크게 위축됐다고 답했다.
박 팀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일부 완성차 업체의 파업으로 중소 부품업체들이 납품 차질과 재고 증가를 겪었다는 응답이 있었다"며 "고무·플라스틱 등 후방산업에도 영향이 미쳤는데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도 함께 언급됐다"고 말했다.
화학물질·제품 업체들도 중동지역 갈등에 따른 수송 차질과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12p)과 신규수주(-9p)가 줄었다. 전자·영상·통신장비에서는 디스플레이·카메라·TV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수주와 매출이 감소해 신규수주가 7p 떨어지고 제품재고는 7p 늘었다.
다만 제품재고 증가를 모두 경기 악화 신호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각 요인의 영향을 나눠 설명하기 어렵다"며 "제품재고 기여도가 제조업 하락에 영향이 컸는데, 일부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체에서는 추석 이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재고를 쌓았다는 응답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제조업체가 꼽은 경영상 어려움에서도 경기 부진에 대한 체감이 나타났다. 가장 많은 기업이 '내수부진(21.2%)'을 꼽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20.9%), 불확실한 경제상황(16.7%)이 뒤를 이었다.
내수부진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비중은 전월 대비 2.2%p 늘었고, 환율을 꼽은 비중도 5.7%에서 8.7%로 3.0%p 상승했다.
◆ 음식료품부터 여가까지…비제조업 체감경기 3년 만 '최고'
반면 비제조업에서는 추석 특수와 야외활동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비제조업 CBSI는 98.9로 전월보다 2.2p 상승해 지난 2023년 9월(99.6)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금사정(+1.0p)과 업황(+0.7p), 채산성(+0.5p)이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도소매업에서는 추석 명절 특수와 환절기에 따른 음식료품·의약품 수요 증가가 체감경기를 끌어올렸다. 업황은 전월보다 10p, 채산성은 3p 상승했다.
연휴와 선선한 날씨도 비제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스포츠경기장과 유원지 방문객이 늘면서 예술·스포츠·여가업의 업황은 18p, 채산성은 21p 뛰었다. 전문·과학·기술업도 건축·설계 및 반도체 관련 엔지니어링 업체의 수주 확대에 힘입어 업황이 3p, 자금사정이 4p 개선됐다.
비제조업 기업들이 느끼는 경영 부담도 제조업과 다소 달랐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내수부진(18.8%)이었지만 전월 대비 응답 비중은 0.6%p 줄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16.6%)과 원자재 가격 상승(12.5%)을 꼽은 비중도 각각 1.4%p, 0.7%p 하락했다. 다만 인력난·인건비 상승을 꼽은 기업은 14.5%로 전월보다 0.2%p 늘었다.
◆ 10월 제조업 부진폭 축소…도소매·건설업도 개선 전망
내달에는 제조업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내달 제조업 CBSI 전망치는 101.1로 전월 대비 1.4p 낮아졌지만 이달 실적 하락폭(-4.3p)보다는 낙폭이 작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동차 생산 부진은 이달 -22p에서 내달 전망 -10p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제품재고 증가폭은 +7p에서 +1p로 축소됐다. 이에 반해 화학물질·제품은 생산(-11p)과 신규수주(-6p), 1차금속은 업황(-11p)과 신규수주(-8p) 등을 중심으로 전망이 악화됐다.
박 팀장은 "내달 전망의 하락폭(-1.4p)은 이달 실적 하락폭(-4.3p)에 비해 작았다"며 "자동차와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부진도 크게 축소됐다"고 짚었다.
비제조업의 내달 CBSI 전망치는 98.6으로 전월 대비 1.0p 올랐다. 도소매업에서 업황과 매출 전망이 각각 5p, 3p 상승, 건설업은 채산성이 8p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업도 업황(+3p)과 채산성(+4p)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