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카수다] 집 합치고 내실 다진 '지프·푸조'…다음 과제는 고객 선택

SBH·재고·A/S 개선에도 7월 합산 108대…제품·브랜드 경쟁력이 관건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11 10:34:26
[프라임경제]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지난해 지프와 푸조의 집을 합치는 데 속도를 냈다. 각자 운영하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통합형 네트워크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Stellantis Brand House, 이하 SBH)'로 묶었다.

SBH는 한 건물에 두 브랜드의 간판을 나란히 거는 작업만은 아니었다. 지프와 푸조가 공간과 인력, 정비 설비를 함께 사용해 딜러의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고객 접점을 넓히는 사업 재편이다. 판매 규모가 줄어든 두 브랜드를 각각 운영하는 것보다 통합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2025년 초 7개 딜러사와 협약을 맺고 전국 11개 전시장과 14개 서비스센터를 SBH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에 국내 11번째 SBH 전시장을 확보했고, 올해 1월에는 수원 서비스센터를 확장 이전해 지프와 푸조를 함께 정비하는 거점을 추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푸조 전시장의 93%, 서비스센터의 78%가 SBH 전환을 마쳤다. 푸조는 위탁판매 방식 도입으로 딜러 재고를 없앴고, 지프 딜러 재고도 2023년 말 700대 이상에서 지난해 말 120대로 줄였다. 정비 고객의 평균 대기기간은 2024년 9.9일에서 지난해 7.4일로 단축됐다.

영업망 통합부터 재고와 서비스 개선까지 회사가 말한 '내실 다지기'에는 실체가 있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도 이를 토대로 고객 만족과 브랜드 강화, 판매 증대,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올해 과제로 제시했다.

SBH 수원 서비스센터 전경. ⓒ 스텔란티스 코리아


그러나 일곱 달이 지난 뒤 시장이 내놓은 답은 차갑다. 내부 운영을 손본 성과가 지프와 푸조를 선택하는 고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3만976대로 전년 동월보다 14.3% 증가했다. 올해 1~7월 누적 등록도 21만5008대로 30.1% 늘었다.

반면 지프의 7월 등록은 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66.7% 감소했고, 푸조는 35대로 55.1% 줄었다. 두 브랜드의 합산 판매는 지난해 7월 297대에서 올해 108대로 63.6% 급감했다. 합산 점유율도 1.10%에서 0.35%로 내려갔다. 수입차 1000대가 팔릴 때 지프와 푸조를 합쳐도 4대가 채 되지 않은 셈이다.

누적 실적은 한 달의 부진으로 넘기기 어렵다. 지프는 지난해 1~7월 1148대에서 올해 1~7월 620대로 46.0% 감소했다. 푸조도 527대에서 363대로 31.1% 줄었다. 두 브랜드 합산 판매는 1675대에서 983대로 41.3% 후퇴했고, 점유율은 1.01%에서 0.46%로 반 토막 아래까지 밀렸다.

수입차 시장이 30.1% 성장하는 동안 두 브랜드의 판매가 함께 줄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장 침체나 소비 위축에 휩쓸린 결과가 아니라, 커진 시장에서 지프와 푸조가 고객의 선택지 밖으로 밀려났다는 의미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 스텔란티스 코리아


SBH는 판매 규모가 축소된 사업의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고 딜러 운영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선택이었다. 별도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유지하는 것보다 공간과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다만 SBH가 해결한 것은 지프와 푸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고객이 왜 두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제품과 가격, 브랜드가 따로 만들어야 한다. 집을 하나로 합쳤다고 그 안에 놓인 자동차의 매력이 함께 커지는 것은 아니다.

지프와 푸조는 출신 국가부터 제품 성격, 고객층까지 다르다. 정통 오프로더를 찾는 고객이 같은 전시장에 푸조가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푸조를 보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지프 SUV로 이동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SBH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두 브랜드의 약점을 서로 보완하는 장치까지 되기는 어렵다.

지프의 문제는 랭글러를 제외하면 고객을 끌어당길 제품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랭글러는 국내에서 1295대 팔리며 전년보다 7.3% 성장했다. 지프 전체 판매의 약 62%를 한 차종이 책임졌다. 랭글러가 선전했는데도 지프 전체 판매는 2024년 2628대에서 지난해 2072대로 21.2% 감소했다. 랭글러의 경쟁력이 다른 제품군으로 확산되지 못한 결과다.

랭글러에는 '지프를 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독특한 디자인과 오프로더 정체성, 충성도 높은 팬덤은 경쟁 모델이 쉽게 대신하기 어렵다. 문제는 랭글러 밖이다. 다른 모델에서는 경쟁 브랜드의 SUV를 제치고 지프를 골라야 할 이유가 선명하지 않다.

푸조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308·408·3008·5008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고 팝업과 문화 행사도 확대하고 있다. ⓒ 스텔란티스 코리아


올해 지프가 내세운 브랜드 85주년 행사와 랭글러 한정판도 기존 팬을 결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4월 선보인 랭글러 루비콘 트레일 헌트 에디션의 국내 물량은 20대다. 브랜드의 상징성과 소장 가치는 강화할 수 있지만, 축소된 판매 기반을 넓힐 볼륨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랭글러의 존재감은 지프의 강점이면서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다. 한 차종은 여전히 고객을 움직이지만, 지프 브랜드 전체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은 약해졌다.

푸조는 상황이 다르다. 신차가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308을 시작으로 408과 올 뉴 3008에 48V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고, 올해 2월에는 10년 만에 완전변경된 7인승 SUV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까지 투입했다. 308·408·3008·5008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고 팝업과 문화 행사도 확대했다.

판매 방식도 바꿨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부터 본사가 재고를 관리하는 위탁판매 방식을 도입하고, 전국 동일 가격을 적용했다. 전시장마다 달랐던 할인과 가격 협상에 대한 불신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시장 흐름도 푸조에 불리하지 않았다. 7월 수입차 등록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41.5%를 차지했고, 전기차까지 더한 전동화 차량 비중은 91.3%에 달했다.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제품을 재정비한 방향은 시장 수요와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푸조의 7월 판매는 35대에 머물렀다.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SBH) 부산 전시장. ⓒ 스텔란티스 코리아


푸조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신차의 부재보다 희미해진 브랜드 위치에서 찾아야 한다. 디자인과 주행 감각은 개성이 있지만, 독일·일본 브랜드와 국산 SUV가 촘촘하게 자리 잡은 가격대에서 푸조를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장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국 동일 가격 역시 구매 과정의 불신을 줄이는 장치일 뿐이지 구매 수요 자체를 만드는 전략은 아니다. 가격이 투명해질수록 고객은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 향후 보유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비교한다. 그 과정에서 푸조가 경쟁 브랜드를 밀어낼 만큼 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지프와 푸조의 공통점은 신차나 영업망이 전혀 없어서 팔리지 않는 브랜드가 아니다. 지프에는 랭글러가 있고, 푸조에는 신형 SU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있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SBH로 정비됐다. 그럼에도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투입한 카드의 숫자가 아니라 카드의 힘이다.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추진한 내실 강화의 성과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SBH 전환과 재고 축소, 서비스 대기기간 단축은 국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미뤄둘 수 없었던 과제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성과는 판매 확대보다 축소된 판매 규모에 맞춰 사업 구조를 효율화한 데 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지프와 푸조가 머물 집을 하나로 합쳤다. 집 안의 재고를 비우고 서비스 체계도 손봤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고객이 그 집을 찾아와 지프와 푸조를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SBH의 성패 역시 통합 거점의 숫자보다 판매에서 확인될 수밖에 없다. 랭글러 밖에서도 지프가 팔리고, 푸조의 신차가 판매 회복으로 이어져 그곳에서 계약서를 쓰는 고객이 늘어날 때 내실 다지기는 비로소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