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대형마트는 더위를 피하는 피서처가 됐다. = 김은수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 손부채질을 하며 매장으로 들어온 방문객들은 에어컨 바람을 맞자 손을 멈췄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대형마트는 더위를 피하는 피서처가 됐다. 반면 냉방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이마트에 온 김씨(30대)는 "시장보다 마트가 시원해서 오래 둘러보기 편하다"며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땐 실내 위주로 다닌다"고 말했다.
냉방 시설이 쾌적하게 돌아가는 매장 내부에는 바깥의 38도 폭염을 잊은 방문객들이 카트 안에 물건을 하나둘 쌓았다.
◆주요 백화점 방문객 수 전주比 최대 30%↑…이마트 11.6%↑
1층 고객센터에 앉아서 쉬던 방문객 이씨(60대)는 "병원을 들렀다가 더워서 잠깐 들어왔다"며 "물건을 안 사도 편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1층 고객센터와 화장실 인근에 비치된 의자에는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는 방문객이 많았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대형마트를 비롯한 백화점, 아울렛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방문객이 몰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8월2일까지 이마트 매장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6% 늘었다.
7월28일부터 8월3일 한 주 동안 국내 주요 백화점 및 아울렛 방문객 수도 전주 대비 최대 30% 증가했다.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30% △현대백화점 15% △신세계백화점 14.1% 늘었다. 롯데아울렛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각각 40%, 27.7%씩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전통시장 점주 평균 연령 60.7세…온열질환자 60대가 가장 많아
반면, 야외에 있는 전통시장은 폭염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서울 은평구 대림골목시장에서는 의자에 누운 채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는 상인이 곳곳에 보였다. 대림골목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씨(60대)는 "올여름에는 더위가 유독 심해서 손님이 더 없다"며 "요즘은 장사를 하는 것 자체가 손해인 날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씨(50대)는 "평소보다 일찍 문 닫는 가게도 많다"며 거들었다.
이어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노인들이다"며 "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더위를 버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림골목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에 발표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점포주의 58.7%가 60대 이상 노인이다. 점포주 연령은 △60세~69세(40.1%) △50세~59세(26.8%) △70세 이상(18.7%) 순으로, 평균 연령은 60.7세로 집계됐다.
지난 5월15일부터 8월4일까지 질병관리청으로 신고된 온열질환자 중 연령별 환자 수는 60대가 18.4%로 가장 많았다.

서울 은평구 신응암시장에는 문을 닫고 긴 여름 휴가를 떠난 점포가 눈에 띄었다. = 김은수 기자
◆"더 쉬다가 올 걸"…긴 휴가를 떠나는 상인들
서울 은평구 신응암시장에는 문을 닫고 긴 여름 휴가를 떠난 점포가 눈에 띄었다.
2주가 넘는 휴가를 떠난 점포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70대)는 지난주에 사흘의 휴가를 보내고 왔다. 그는 더 긴 휴가를 보내고 왔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씨는 "휴가 공지를 아예 안 올리고 그냥 문 닫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시장을 찾는 손님이 적어서 휴가를 더 길게 다녀와도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10곳 중 7곳이 냉방시설 없이 운영되고 있다. = 김은수 기자
◆전통시장 10곳 中 7곳 냉방시설 없어
신응암시장은 냉방시설이 따로 갖춰지지 않았다.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햇빛을 막아주긴 했지만, 상인들은 지속되는 폭염에 지쳤다는 반응이었다. 김씨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냉방시설 설치 사업은 10%의 자부담금이 있다"며 "냉방시설을 구비하지 않은 시장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과류를 사러 신응암시장에 방문했다는 이씨(80대)는 "근처에 있는 대림시장은 냉방시설이 있어서 시원하다"며 "그래도 여기가 가까워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전통시장의 10곳 중 7곳 이상은 냉방시설 없이 운영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에 발표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1403개 전통시장 중 405개(28.8%)에만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같은 은평구에 있는 대림시장에는 안개 분사 장치가 설치돼 있다. 대림시장 관계자는 "안개 분사 장치를 설치한 지 7년 정도 지났다"며 "냉방시설이 있어서 상인들이 그나마 더위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평구에서 안개 분사 장치 청소와 정비도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월드컵 시장은 올여름에 냉방시설을 새롭게 설치했다. = 김은수 기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월드컵시장은 올여름에 냉방시설을 새롭게 설치했다. 월드컵시장 관계자는 최신식 증발 냉방 장치를 구비한 뒤로 체감온도가 약 5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맞은편에 있는 망원시장에도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다만 망원시장을 찾은 한 외국인은 "망원시장은 평일에도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람도 없고, 닫은 곳도 많다"며 "더워서 시장은 짧게 둘러보고 카페로 들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에서 20년간 수산물을 판매한 김씨(60대)는 "냉방시설이 있어도 버티기 어려운 폭염이다"며 "생선 위에 얼음팩을 올려놔도 한 시간이면 다 녹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선은 신선도가 중요한데 전기 요금부터 얼음값까지 감당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에게 폭염보다 더한 걱정은 줄어드는 손님이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적어졌다고 해서 더위가 물러날 때까지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하루를 버티는 상인들에게 폭염보다 더 두려운 것은 텅 빈 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