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이 미국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이하 아처)과 손잡고 군용 미래 항공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이하 AAM)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 아처의 전기수직이착륙기(이하 eVTOL)를 기반으로 군용 개조와 체계통합 기술을 축적하고, 감항인증과 부품 국산화까지 이어가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기체 자체보다 개발 과정에서 확보할 역량이 놓여 있다. 해외에서 개발한 민간 AAM 플랫폼을 활용해 초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대한항공이 군 운용 환경에 맞춘 개조와 장비 통합을 맡는 방식이다. 독자 기체 개발보다 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면서 군이 요구하는 임무와 운용 개념을 조기에 검증하겠다는 선택이다.
군용 AAM은 병력·물자 수송과 의무후송, 탐색·구조, 특수작전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만큼 산악과 도서 지역이 많은 국내에서는 도로와 활주로가 제한된 지역에 병력과 긴급 물자를 투입하는 보완 전력으로 주목받는다.
대한항공과 아처가 추진하는 협력 모델도 이런 운용 환경에 맞춰져 있다. 대한항공은 군용 개조와 체계통합을 주도하고, 아처는 기체 기술과 감항인증 경험을 지원한다. 미국 기체를 구매해 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작전 요구에 맞춘 항공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조다.
기반 기체는 아처의 '미드나잇(Midnight)'이다. 미드나잇은 도심과 인근 지역을 오가는 민간 항공 이동을 목표로 개발된 eVTOL이다. 대한항공은 미드나잇을 국내 작전 환경과 군의 임무 요구에 맞게 개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용 AAM 도입 시 예상 운용 개념(AI 제작 이미지). ⓒ 대한항공
민간 기체를 군용으로 전환하려면 임무 장비와 운용 체계를 군의 요구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장비 추가에 따른 중량 변화와 비행 성능을 분석하고, 개조 이후에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군용 개조와 체계통합을 주도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설계 변경과 비행평가 경험은 향후 다른 군용 AAM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기체 한 종류의 도입보다 국내에서 군용 AAM을 개조하고 운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대한항공은 단계적인 국산화 로드맵도 추진한다. 초기에는 아처가 개발한 기체를 활용하되, 군용 개조 과정에 국내 기업의 참여를 늘리고 부품과 장비의 국내 조달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산화는 사업 초기부터 완제기를 국내에서 제작하는 방식보다 군용 임무 장비와 부품, 정비 체계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이 항공전자와 통신·항법장비, 기체 구성품 공급에 참여하면 군용 AAM 공급망을 형성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장기적으로는 기체 운용과 정비, 성능개량까지 국내 산업이 맡는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 군이 기체를 도입한 이후에도 부품 공급과 정비, 장비 교체가 이어지는 만큼 후속지원 역량은 전력 운용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좌우한다.
감항인증 기술 확보도 대한항공이 이번 협력에서 기대하는 주요 성과다. 감항인증은 항공기가 정해진 운용 조건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기존 항공기와 구조, 추진 방식이 다른 eVTOL은 새로운 기준과 평가 경험이 필요하다.
아처가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이하 FAA) 인증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은 국내 AAM 인증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참고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체 구조와 추진계통, 배터리 안전성, 비행제어 기술에 관한 검증 경험을 활용하면 국내 인증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군용 AAM 도입 시 예상 운용 개념(AI 제작 이미지). ⓒ 대한항공
군용 AAM 개발 과정에서 쌓은 인증 경험은 민간 시장과도 접점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와 운항, 안전 기준을 아우르는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 군용 사업에서 확보한 비행 데이터와 전문 인력은 국내 AAM 산업 전체의 기반을 넓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사업을 통해 군 활용성을 검증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속시범사업에 선정되면 실제 기체를 국내 군 운용 환경에 투입해 수송과 후송 등 임무 수행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신속시범사업은 군용 AAM 구상을 실체화하는 출발점이다. 시범 운용을 통해 항속거리와 탑재 능력, 운용 편의성, 정비 소요 등을 확인하면 향후 전력화 방향과 추가 개발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다.
수출은 국내 시범 운용과 국산화 성과를 토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처는 기술 협력과 현지 개조 경험을 결합해 제3국 군용 AAM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완제기를 판매하는 기존 방산 수출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아처의 민간 플랫폼과 대한항공의 군용 체계통합 역량을 결합해 수요 국가의 작전 환경에 맞춘 기체를 공급하는 형태다. 국가별 요구에 따라 장비와 성능을 조정할 수 있어 맞춤형 수출 모델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대한항공이 군용 AAM 사업을 주도하려는 배경에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세계 주요국이 AAM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인 만큼 현재 확보한 기술과 운용 경험이 향후 시장의 경쟁 구도를 좌우할 수 있다.
군용 AAM은 기존 헬리콥터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 수송과 후송 임무를 보완하는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해외 플랫폼을 발판으로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군용 개조와 체계통합, 감항인증, 정비 경험을 국내 역량으로 축적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군 운용 경험을 확보한 뒤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사업의 성패는 대한항공이 군용 개조와 인증 과정을 얼마나 주도하고,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국산화와 후속 수출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기술 축적이 후속 개발로 이어진다면 미드나잇은 국내 군용 AAM 산업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