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사회. 이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의료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의료는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는 이 공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만성질환자는 늘어나고, 의료비는 급격히 증가하며, 의료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병원을 더 많이 짓고 의료진을 더 많이 양성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과거 의료의 목표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의료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헬스케어다.
디지털헬스케어는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마커,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질병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의료 개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의미한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다.
기존 의료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 측정한 정보에 의존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생체데이터가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전도, 혈압, 혈당, 보행, 수면, 음성, 뇌혈류 등 다양한 생체신호는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AI와 결합될 때 의료는 '진단'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 진화하게 된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디지털헬스 기업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병원은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고, 디지털헬스 기술은 일상 속 건강관리와 조기 위험 발견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를 의료서비스의 부가적인 수단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초고령사회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반 건강관리 기술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활용 기반이 확대될 때 국민 건강과 의료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기술과 의료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이제 이 강점을 연결해 병원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의료를 국민의 일상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헬스케어가 있으며, 그 핵심 경쟁력은 사람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기술에 있다.
초고령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더 많은 병원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송민영 SHMD 대표/서울대보건대학원 보건정책최고위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