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회생 기회를 다시 얻었다. 법원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방안을 인정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면서다. 다만 대출 실행과 상품 공급망 복원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20일 임시 휴업 중인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 이인영 기자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21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4일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면서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을 다시 판단할 여지가 생겼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 임금과 세금 등 우선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이 늘면서 회생계획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폐지 결정 공고일로부터 14일 이내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실행 가능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할 경우 기존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홈플러스는 전날인 20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불복하는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장에는 '재도의 고안'을 통해 폐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재도의 고안은 즉시항고를 접수한 원심 법원이 불복 사유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급심으로 사건을 넘기지 않고 기존 결정을 스스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절차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홈플러스는 즉시항고 하루 만에 회생절차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결정이 뒤집힌 배경에는 이해관계자들이 마련한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이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대주주 MBK파트너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16일 회생절차 재개를 위한 상생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에 투입될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메리츠도 이를 전제로 DIP 대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9월4일까지 연장되면서 법원은 이르면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관계인집회를 열 전망이다. 관계인집회에서는 채권자와 담보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회생계획안을 심리·결의한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고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홈플러스가 본격적인 정상화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2000억원의 DIP 대출이 실제 집행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허가를 비롯한 후속 절차가 마무리돼야 자금을 상품 매입과 점포 운영 등에 투입할 수 있다.
지난 13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대형마트 매장도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영업 재개를 추진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들과 납품 재개를 협의한 뒤 점포별 영업 일정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과 매각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37개 점포 폐점 등 구조혁신 작업을 거쳐 본사와 대형마트, 온라인 등 잔존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생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조합도 폐점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0억원만으로 무너진 영업 기반을 완전히 복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이어진 대금 지급과 상품 공급 차질로 납품업체의 신뢰가 약화된 데다 매장 휴업에 따른 소비자 이탈과 매출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추가 운영자금 확보와 공급망 정상화가 향후 회생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상화를 위한 한 고비를 넘겼다"며 "협력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해 영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