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법원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동일인 변경 지정 효력이 본안 판결 이후까지 중단되면서 쿠팡과 공정위의 법적 다툼은 본안 소송에서 가려지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이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지난 5월1일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Inc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 지정한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공정위가 지난 4월8일 쿠팡 측에 김 의장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처분도 같은 기간 효력이 중단된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법원이 정지 기간을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로 제한하면서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5월 정식 집행정지 심문과 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의 효력을 7월15일까지 직권으로 정지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효력 정지 기간이 본안 판결 이후까지 연장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동일인 변경 지정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공정위 처분의 위법 여부는 별도로 진행되는 취소소송에서 가려진다.
공정위는 지난 4월29일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통해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법인인 쿠팡Inc에서 자연인인 김 의장으로 변경했다. 쿠팡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동일인이 자연인으로 바뀐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쿠팡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규정된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충족해 쿠팡Inc를 동일인으로 지정받아 왔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와 비교해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과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채무보증·자금대차 관계를 맺지 않고,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해 현장점검 과정에서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 회사 경영에 사실상 참여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김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유사한 수준의 권한과 대우를 받았으며, 물류·배송 정책과 관련한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하는 등 주요 사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이에 법인 동일인 지정의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고 판단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5항에 따라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당시 실질적인 지배자와 대기업집단 규제의 최종 책임자를 일치시킨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과 배우자를 비롯해 4촌 이내 친족과 3촌 이내 인척 등의 국내외 계열회사 주식 보유 현황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쿠팡은 공정위 처분 직후 불복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5월8일 서울고법에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등 취소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튿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쿠팡은 "쿠팡Inc가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법인 역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100% 보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라며 "김 의장과 친족이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사장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고 한국 계열회사 지분도 보유하지 않았다며 공정위 판단을 반박하고 있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으로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 자료 제출 의무는 당분간 중단된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는 김 부사장의 업무와 권한을 '친족의 경영 참여'로 볼 수 있는지, 이를 근거로 법인 동일인 예외 적용을 배제한 공정위 판단이 적법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