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12개국 141개 업체가 참가했고, 관람객은 62만명을 기록했다. 행사장에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축제성도 분명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고,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고,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를 부산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사람이 많이 왔는데도 그렇다. 행사가 망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질문이 남는다. "관람객은 왔는데…, 완성차 업체들은 왜 가야 할까?"
전시회에서 관람객 수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시회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결국 무대의 중심에는 완성차가 있어야 한다. 신차를 보여주고, 브랜드의 방향을 설명하고, 산업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압축해 보여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전시장에 사람이 많이 몰려도 완성차 업체들이 빠지면 행사의 무게감은 달라진다.
이번 2026 부산모빌리티쇼의 불편한 지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BMW, MINI, BYD,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램 총 8곳이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으로 묶이고, BMW·MINI도 BMW 그룹으로 묶인다. 브랜드 수는 8개였지만 실제 선택지는 그보다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 노병우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인 KG 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르노코리아는 부산에 생산 거점을 둔 브랜드다. 그런 브랜드마저 빠진 부산모빌리티쇼라면…. 수입차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BMW와 MINI, BYD가 자리를 지켰지만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아우디, 볼보, 렉서스, 토요타, 포르쉐 등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브랜드들도 빠졌다.
결국 이번 행사는 '누가 나왔느냐'보다 '누가 나오지 않았느냐'가 더 크게 보인 행사였다. 완성차 업체들의 참여가 줄어든 자리를 관람객 숫자만으로 덮기 어려운 이유다.
불참한 업체들을 탓하기는 쉽다. "국내 대표 행사인데 왜 빠졌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보면 계산은 냉정하다. 부스를 꾸리는 데는 돈이 든다. 차를 옮기고, 인력을 배치하고, 미디어 행사를 준비하고, 고객 응대까지 챙겨야 한다.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얻는 것도 분명해야 한다. 신차 공개 효과가 크든,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끌어올리든, 판매와 연결되는 접점이 생기든,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 내부. 곳곳에 부스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 노병우 기자
그런데 지금은 완성차 업체들이 꼭 모빌리티쇼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시대다. 신차는 브랜드 단독 행사가 가능하다. 또 팝업스토어, 고객 초청 행사, 시승 프로그램, 온라인 공개까지 선택지는 많다.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이 바뀌었는데, 전시회만 예전 방식 그대로 업체들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모빌리티쇼도 버거운 시대다. 수도권 접근성, 미디어 집중도, 수입차 브랜드와 기술 기업의 참여 여건을 갖춘 서울도 예전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울모빌리티쇼는 완성차만 바라보지 않고 배터리, 자율주행, 로보틱스, 서비스,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전시회에서 모빌리티 산업전으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산모빌리티쇼가 기본 뼈대에서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또 한 번 열리면 부담은 커진다.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니고,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일정이 전시회에 맞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서울에 한 번, 부산에 또 한 번 나가야 하는 구조가 된다. 명분이 약하면 두 번째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밀린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 내부. 곳곳에 부스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 노병우 기자
그래서 "한국에 모빌리티쇼가 두 개나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지역 균형이나 부산의 상징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산모빌리티쇼가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서울모빌리티쇼와 다른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서울의 축소판이어서는 안 된다. 같은 차, 같은 전시, 같은 메시지를 장소만 바꿔 반복한다면 관람객은 올 수 있어도 업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부산이 가질 수 있는 색깔은 분명 있다. 부산은 항만도시다. 물류와 해양, 관광, 도심 교통을 함께 묶을 수 있다. 완성차 중심의 실내 전시장보다 도시 전체를 활용한 체험형 모빌리티 행사로 갈 여지도 있다. 실제로 부산모빌리티쇼도 전시장 안에 차를 세워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 전시와 시승,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방향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그 움직임이 아직 부산모빌리티쇼만의 확실한 정체성으로 굳어졌느냐는 점이다. 올해 행사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쳤고, 완성차 업체들이 부산까지 내려와야 할 이유로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과제는 더 분명해졌다. 행사 이름은 모빌리티쇼로 바뀌었지만, 관람객이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자동차이고,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완성차 브랜드의 참가 여부다. 완성차가 빠지면 "볼 게 줄었다"는 말이 나오고, 신차가 적으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관성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 내부. 곳곳에 부스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 노병우 기자
결국 부산모빌리티쇼가 넘어야 할 벽은 관람객 숫자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갑을 열고, 인력을 보내고, 신차를 공개할 만한 무대인가 하는 질문이다. 여기에 답하지 못하면 62만명이라는 숫자도 오래 버팀목이 되기 어렵다.
부산모빌리티쇼가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부산에도 자동차와 모빌리티를 즐기는 소비자는 있고, 지역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금처럼 서울과 비슷한 형식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선의와 의무감에 기대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업체들이 오지 않는다면 섭섭해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부산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서울도 버겁다. 이 말은 부산을 깎아내리기 위한 표현이 아니다. 국내 모빌리티쇼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다. 서울도 변하지 않으면 힘든 시대라면, 부산은 더 달라져야 한다.
관람객 62만명보다 더 무거운 숫자는 완성차 8개 브랜드다. 국내에서 차를 파는 브랜드가 어디 한두 곳인가. 국산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합치면 선택지는 수십 개로 늘어난다. 그 시장을 대표한다는 모빌리티쇼에 실제로 나온 완성차 브랜드가 8개였다는 건, 숫자보다 공백이 먼저 보이는 이유다.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완성차는 왜 부산에 가야 하나. 부산모빌리티쇼가 다음에도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행사는 계속 열릴 수는 있어도 무게는 점점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