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4조원 넘게 불어나며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도 주식 투자 열풍과 집값 상승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심리를 자극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9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770조8299억원) 대비 4조1378억원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7월(4조1386억원 증가)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1월(-1조8650억원)과 3월(-1364억원) 감소세를 보이며 안정되는 듯했던 가계대출은 4월 들어 1조5670억원 증가 전환한 뒤 지난 5월(3조5269억원)과 지난달(4조1378억원)을 거치며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출의 질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주택담보대출이 3개월 연속 늘며 지난달 말 615조1456억원(전월 대비 1조7576억원 증가)을 기록한 가운데 개인신용대출마저 2조1550억원 폭증했다.
신용대출도 전월(2조1741억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2조원대 급증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6조8401억원 증가)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통상 신용대출은 주택 매수 자금의 부족분을 메우거나 주식·코인 등 자산시장 투자 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레버리지 수요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 시장 온기와 맞물린 개인집단대출도 8606억원 늘며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자영업자와 기업대출 시장은 차갑게 식어 대조를 이뤘다. 지난 5월 중 333억원 증가했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지난달 들어 3984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기업 대출에서도 온도 차가 극명했다. 대기업대출은 한 달 새 4조9285억원 폭증,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82조7204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368억원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은행권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하거나 대출모집법인 접수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회복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차주들이 레버리지를 서둘러 늘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