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직장인 최우성(32·가명) 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지금 안 들어가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현금 비중을 유지했는데 최근에는 주변에서도 반도체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투자 규모를 더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이동효(31·가명) 씨는 최근 증권사 신용융자를 활용해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 투자에 나섰다. 그는 "하루에도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다 보니 짧은 기간에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며 "공매도나 변동성 확대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시장이 더 오를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강해 쉽게 빠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급등세 속 신용융자와 공매도 잔고가 동시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 과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코스피가 사상 처음 8800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1만 시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과열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는 신호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공매도와 대차잔고까지 급증하면서 상승장 후반부 진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합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68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말 18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원으로 늘어난 뒤 올해 들어서만 약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4조3034억원, 3조4907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규모는 7조7941억원에 달한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3조3132억원, 2조3061억원으로 총 5조6193억원 수준이었지만, 한 달 만에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최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6종에도 하루 만에 28조원 규모 거래대금이 몰리는 등 반도체 중심의 공격적인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 공매도 22조원·VKOSPI 70선…급등장 뒤 커지는 '불안감'
반면 시장에서는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고는 22조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12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최근 공매도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시장 일각에서 단기 급등 이후 변동성 확대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한미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 미래에셋증권 등 최근 급등했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잔고가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VKOSPI는 지난달 29일 장중 75.27까지 치솟은 뒤 현재도 7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 기대 변동성을 지수화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20~30 수준은 안정 구간, 50 이상은 극단적인 변동성 구간으로 평가된다.
통상 급락장에서 상승하는 VKOSPI가 강세장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시장 내부 불안 심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대차잔고까지 급증…반도체 쏠림에 시장 내부선 '고점 경계'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잔고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86조9549억원으로 올해 초 대비 약 35% 늘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AI 반도체 중심 랠리와 글로벌 유동성 기대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지만, 동시에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한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스피는 101.1% 상승했고, 그 중 약 7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 덕분"이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장 폭(주가 상승 종목 수)이 좁아진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 상승폭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시장 체력 대비 지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 금리 경로와 AI 투자 사이클 변화, 스페이스X 등 대형 기업공개(IPO)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재편 가능성 역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AI와 반도체 중심의 유동성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지만, 미국 금리 변수와 대형 IPO 등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이 바뀔 경우 변동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특히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차익실현과 반대매매 물량이 동시에 출회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