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물 관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 화학성 제품처럼 승객이 일상적으로 소지하는 물품이 늘면서 운송 현장의 판단 부담도 함께 커졌다.
기내 반입이 가능한지, 위탁수하물로 보낼 수 있는지, 운송 자체가 제한되는 품목인지를 짧은 시간 안에 가려내는 일이 항공사 안전관리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제주항공(089590)이 이런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 기반 위험물 안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6월1일부터 항공운송 위험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JRAG(JEJUair Regulation-based AI Guide)'를 국내 지점과 운송 현장에 적용한다.
JRAG는 항공운송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거나 운송이 제한되는 물품을 현장 직원들이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규정 확인과 품목 판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 대응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항공 위험물 관리는 체크리스트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같은 배터리 제품이라도 용량과 포장 상태, 제품 장착 여부, 반입 경로에 따라 처리 기준이 달라진다. 화장품·스프레이·의약품·전자기기처럼 승객에게는 익숙한 물품도 항공운송 기준에서는 별도 확인이 필요할 때가 많다.

제주항공이 AI 기반 위험물 안내 프로그램 'JRAG'를 6월1일부터 도입했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JRAG에 OCR(광학문자인식)과 Vision AI 기술을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에서 접수된 물품의 라벨, 성분 표기, 배터리 용량 등을 AI가 분석하고, 촬영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위험 품목 여부를 판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직원은 해당 물품의 기내 반입 가능 여부와 위탁수하물 처리 가능 여부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위험물 규정(DGR)과 자사 내부 지침을 JRAG에 반영했다. 항공 위험물 판단은 국제 기준과 항공사별 운송 정책이 함께 작동하는 영역인 만큼,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한곳에서 확인되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위험물 관리가 갈수록 현장 중심의 안전 역량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보조배터리 화재처럼 작은 물품 하나가 항공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결국 관건은 규정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실제 운송 현장에서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정확하게 적용하느냐다.
제주항공은 인천 등 국내 지점을 시작으로 JRAG 운영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는 다국어 기능을 개선해 해외 지점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제선 운항 비중이 큰 항공사 특성상 해외 현장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위험물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향후에는 실제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시스템 정확도를 높이고, 국제 기준과 정책 변경 사항도 수시로 반영할 방침이다. 위험물 규정은 품목 변화와 항공 안전 이슈에 따라 계속 보완되는 분야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에도 최신 기준을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가 시스템 신뢰도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의 이번 도입은 항공사 AI 활용 범위가 예약·고객 응대·마케팅을 벗어나 안전관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한정된 현장 인력으로 다양한 노선과 운송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AI 기반 보조 시스템은 업무 효율 개선과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다만 AI가 위험물 판단을 완전히 대체하는 구조로 보기는 어렵다. 항공 안전은 예외 상황과 현장 변수가 많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JRAG의 역할도 최종 판단권을 기계에 넘기는 방식보다, 현장 직원이 규정을 빠르게 확인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체계에 무게가 실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JRAG 도입으로 운송 현장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보조배터리 화재 등 잠재적 위험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데이터와 AI 기반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로 고객들이 더욱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