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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이번엔 '의대 증원 회의록'...전의교협 "행정 절차 철회해야"

'주 1회 휴진' 의대교수 대다수 환자곁 지켜...전공의 일부 병원 복귀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4.05.06 16:45:43
[프라임경제]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증원을 논의한 회의록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의록 제출 여부를 놓고 의료계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다수의 의대 교수들은 휴진 없이 환자 곁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있었다.

◆의대정원 증원 행정 폭주 철회해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며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재차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는 사법부의 요청에 따라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씩 늘리기로 한 결정한 희의의 회의록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이제라도 의대정원 증원, 배정 과정의 절차적인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대정원 증원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 연합뉴스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에 5월10일까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자료, 현장실사 등 조사자료, 배정위원회가 각 대학의 세부적인 인원을 배정한 회의록 등을 석명 요구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증원 논의를 위해 운영한 주요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등도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교협은 "주요 회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회의록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필수적인 현장 실사조차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며 "복지부는 증원 논의를 위해 운영한 주요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의 회의록이 전혀 없다고 답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10일 전까지 법원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을 제출할 예정이다. 회의록을 공개할지 여부는 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 등 의료계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대학별 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결정을 이달 중순까지 내리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정부에 이달 10일까지 2000명 의대 증원의 근거 자료와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의대 증원 승인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이달 10일까지 정부 측 자료를 제출받은 뒤 이달 중순까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이달 중순 의대증원 효력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화도 갈등 격화도 없는 이런 식의 '소강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교수들, 환자 위해 진료 이어가

정부의 정원 증원 추진에 전국에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예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 교수를 포함한 상당수 교수는 환자를 위해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그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소속 교수들에게 지난 3일 휴진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암센터에서 예정돼 있던 대장암 환자 진료를 봤다. 다른 병도 아닌, 암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을 환자를 생각하면 도저히 휴진을 할 수가 없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가운데 일부가 최근 들어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연합뉴스


이 교수는 "내가 비대위원장이고 교수협의회장이지만 나도 (휴진 권고를) 못 지켰다"며 "(휴진을) 결정했더라도 환자가 먼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다른 교수들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대다수도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병원에 따르면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중심으로 지난 4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 3기는 최근 소속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전체 교수 중 96.5%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도 근무지 이탈이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병원을 떠난 이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누적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 역시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3기 비대위에 따르면 전체 교수의 70.9%가 현재 수준의 진료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신체적·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돼 향후 진료를 줄이겠다고 답변한 비율도 63.5%에 달했다. 병원 이탈을 고려하는 교수들은 7.4%,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응답한 교수들은 3.5%로 집계됐다.

이탈 전공의, 이틀 새 20여명 복귀

한편,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가운데 일부가 최근 들어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일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복귀하는 전공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소수 복귀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전날 기준 590여명으로 이틀 새 20여명 늘었다. 전체 9900여명의 6% 수준이지만,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자 소수의 전공의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병원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100개 수련병원 전임의 계약률은 65.8%로 지난달 30일(61.7%)보다 4.1% 포인트 증가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직후인 지난 2월 말에 전임의 계약률은 33.6%였다.

박 차관은 의사들에게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 개선 논의에 참여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제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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