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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2030 겨냥한 "경제적 살인"

올해도 전세사기 피해 여전…청년전세대출 피해 55.3%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4.04.29 09:19:14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어린 나이에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뛰어든 결혼, 장인어른께 빌려 보증금 1억5700만원을 마련해 꼼꼼히 검토 후 신혼집을 구했다. 한 달 만에 집주인이 바뀌어있었고, 알고 보니 공인중개사도 한패였던 사기 매물이었다. 1년 반 동안 온갖 마음고생 하다가 오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행요구 서류 제출을 끝마쳤다.

온라인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전세 사기의 끝이 보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24일 게시된 글이다. 20대 신혼부부의 아픔에 다수의 네티즌들이 공감하면서 수많은 응원의 댓글을 받았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자는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된 모습이다. 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9세 이상~33세 이하 청년 무주택자라면 정부 보증으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악용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전세자금대출 실태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세자금대출 공급 286조6000억원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 129조7000억원(45%) △40대 63조8000억원(22%) △20대 56조1000억원(20%) △50대 27조3000억원(10%) △60대이상 9조6000억원(3%) 순으로 20·30대 청년 비율이 절반 이상을 훌쩍 넘었다.

경찰청 자료에서도 청년 전세대출 지원금이 주 타깃이 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6개월간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였다. 이를 통해 1947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유형별로는 가짜 임대인·임차인 867명(44.7%),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 373명(19.2%) 등이다. 자금 출처별로는 가짜 임대인·임차인을 끌어들여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지원금을 받아 가로챈 이들이 1073명으로 가장 많았다.

◆줄지 않는 전세사기1Q 사고건수 전년 80% 증가 

지난해 세모녀사기, 빌라왕, 빌라의신 등 빈발하는 전세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는 단속부터 수사 및 처벌까지 신속한 협력체계 구축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도 전세사기는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고 피해자만 양산되는 모습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이다. 사고건수는 6593건으로 전년(7973억원)대비 무려 80%나 증가했다.

심지어 전세사기 후유증으로 비아파트의 전세 기피 현상도 일어났다. 실제 월세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서울 빌라 경매 진행건수는 1년새 110.46% 급등했다. 지난 2022년 월 평균 449건 수준에 머물던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월 평균 945건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더 증가하는 추세다. △1월 1290건 △2월 1182건 △3월 1048건으로 매월 1000건대 이상을 기록중이다.

◆사회 첫걸음부터 재난 경제적 살인행위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 하겠다" 

지난해 2월2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한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꿈을 펼치기도 전 청년은 이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안일한 정책에 사회의 중심이 될 청년들이 목숨을 끊고 있고 있다. 일부에선 고작 몇천만원에 목숨을 끊는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재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회 첫걸음을 뗀 이들에겐 평생 모아 편안한 주거지를 마련한 '희망'의 불씨를 꺼버린 셈이다.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사기행위가 '경제적 살인행위'라 비난받는 이유다. 아울러 느슷한 법도 피해자들을 양산하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엔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수백채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빌라왕의 배후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재산몰수와 추징 등의 조치도 없다. 정부와 법원의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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