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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 ‘풋백옵션’ 주의보

참여 기업 실탄 확보 비상… ‘빈 수레가 요란’

나원재 기자 | nwj@newsprime.co.kr | 2008.08.27 11:25:20

[프라임경제] 지난 22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각 공고를 발표하면서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와 관련, 현재 인수 참여 기업들은 이번 인수전의 향방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금 마련’을 꼽고 있지만 자금 마련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FI)가 필요한 상황에서 향후 ‘풋백옵션’ 부담이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얼마 전 금호아시나아의 경우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로 재무적 부담이 커진 것과 관련, ‘풋백옵션’이 그룹의 양대 지주사 가운데 하나인 금호산업의 올 1분기에 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 것이 선례다. 그리고 경쟁 ‘빅 4’ 외 또 다른 기업이 막판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향후 행방은 그야말로 불꽃 튀는 전쟁을 방불케 할 것으로 보인다.

◆ 실탄 확보 위해 자산 매각 ‘가능’

더구나 경쟁 4사의 자금력 확보가 중요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1조 5000억원을 투자할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공단은 이들 기업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듯 ‘오리무중’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경쟁 4사의 향후 행방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수자금 확보와 이와 관련한 컨소시엄 구성 및 기타 변수에 대해 인수 경쟁 4사들은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인수의향서를 받은 후 9월 초 예비입찰, 9월말 본입찰 참가자 실사를 거쳐 10월 초에 본입찰 제안서 통해 10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산총액 10조 5,000억원, 시가총액 7조원, 수주 잔량 33조원의 세계 3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매각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31.3%와 자산관리공사 19.1%를 합친 지분 50.4%, 9,639만주가 매각 대상이다. 산업은행의 이번 매각 공고에 따라 인수전에 참여할 기업 및 관련 업계는 하반기 M&A 최대어의 향방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인수전 경쟁 4사는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기업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노출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현재 부채비율이 26%이며 현금 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장부 상 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주식 인수 방법에 대해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회수하거나 차입매수(LBO)를 하지 않고 단순하고 가장 표준적인 방식으로 주식을 인수할 것”이라며 “단돈 1원도 대우조선에서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해 시너지를 극대화 할 것이란 방침이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자 선발기준은 인수금액과 인수 후 육성계획 및 시너지가 9:1의 비율로 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및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한화는 보유하고 있는 자금 2조원과 대한생명과 한화건설 상장, 일부 자산매각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각각 3조원과 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화가 객관적으로 4조원 내외는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사인 대한생명이나 한화건설 상장을 통해서만 2조 7,000~2조 8,000억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시기적으로 인수시기와 상장 시기가 맞물리지 않더라도 이를 담보로 자금확보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를 중심으로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3~4개 계열사들이 주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즉, 인수지분 가운데 50% 안팎을 한화그룹이 가져가고 재무적 투자자(FI)는 전체의 20%~25%선, 나머지는 전략적투자자(SI)로 꾸밀 것이란 설명이다.

GS는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부채비율이 26%(자기자본 2조9천억원, 부채 7천600억원) 수준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매각할 50.4%의 지분 중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25~30%만 인수하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FI)를 받겠다 뜻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GS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거래 금융회사는 물론 전문 투자자에게도 발행할 수 있도록 배정 범위를 넓히는 등 실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지난 26일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현금성 자산이 3조 3,000억원으로 단독 참여 또는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기업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가 총액 7조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인수 자금 등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것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풋백옵션’ 학습효과 무시 못해

얼마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대규모 인수합병의 후유증을 겪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로 재무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그룹의 지주사 가운데 하나인 금호산업이 올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것인데 금호산업은 올 1분기에 265억 1400만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로 줄었으며 손실을 기록한 부분은 주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발생했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대우건설 인수 때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주어진 ‘풋백옵션’에 대한 우려감이 가장 크다는 분석 또한 나타났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마찬가지로 재무적 투자자들에 대한 명확한 절차 없이는 금호그룹의 지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재계 서열이 뒤바뀌고 그 외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경영의 불안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 기업들은 저마다의 전략을 알리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식’의 논리일 뿐, 단·장기적으로 봤을 때 불안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자기 자본으로 인수를 할 목적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를 제외하고 재무적 투자(FI)를 준비 중인 한화, GS 및 그 가능성이 열려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풋백옵션’에 대한 명확한 대응 전략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지속적인 해외 수주에도 불구하고 매각가 및 이에 따른 주가가 안정치 않아 ‘풋백옵션’의 문제가 재무적 투자자들로써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 뿐이다.

◆ M&A 성사, 국민연금 향배 달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 또한 중요한 변수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 인수에 최대 1조 5,000억원의 투자 의사를 밝히고 파트너로 함께할 인수 참여 기업들의 경영 및 재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 참여 기업으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으며 현재 국민연금공단에 대해 경쟁사들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들이 국민연금공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적자금이 투자된 기업에 대한 ‘인수 명분’과 함께 특히 방위산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산업은행이 외국기업의 지분보유를 10%로 제한해 국민연금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자금력 동원 차원에서 향후 불안요소가 있을지 몰라도 우선적으로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한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감을 일단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이들 기업으로부터 치열한 구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각 기업들의 M&A 담당 임원들은 국민연금공단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복병 기업, 눈치 작전 치열

한편 관련 업계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한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외에도 의외의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이미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과 SK, STX의 막판 반전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태안 사태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SK의 경우, 최근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SK 측은 “계열사 중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TX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이유로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업계는 삼성중공업과 SK, STX의 막판 대 반전에 대해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김윤태 산업은행 M&A실 실장은 “실질적으로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금융사 팀에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의 눈치놀음 작전은 막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M&A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앞서 제시했듯이 재계의 서열이 뒤바뀌는 등 큰 변화가 있겠지만 보다 안정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노력이 우선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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