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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캐셔레스트, 특금법 위반…자체발행 코인끼리 교환

애물단지 된 거래소 코인, 실명계좌 발급에 악영향 미칠 수도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04.04 10:18:31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캐셔레스트 내부 모습. ⓒ 캐셔레스트

[프라임경제] 캐셔레스트(운영사 뉴링크)가 10개월 동안 특금법을 위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유난히 추운 크립토 윈터를 버티며, 조심스럽게 봄이 오길 기다리는 업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가상자산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원화마켓 운영을 위한 필수 관문인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5대 거래소를 제외한 모든 중소형 거래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금융당국, 은행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A거래소 대표는 "금융당국과 은행의 헛기침에도 정신이 바짝바짝 든다"는 말로 현 상황을 묘사했다. B거래소 대표는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하지만, 할 수 있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씁쓸할 정도로 금융당국과 은행권 눈치를 살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캐셔레스트는 석연치 않은 행보로 눈길을 끈다. 캐셔레스트는 특금법 시행으로 상장이 폐지된 자체발행 코인(HRT, Holder Royalty Token)을 또 다른 자체발행 코인인 CAP(Cashierest Affiliate Program, 캐셔레이트 제휴 프로그램, 이하 캡 코인)으로 교환하고 있다.

특금법 제10조의20 5항에는 가상자산사업자나 가상자산사업자 본인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즉, 캐셔레스트에서 발행한 가상자산인 HRT와 캡 간의 교환은 명백한 특금법 위반이다.

◆자체 발행 토큰 간 스왑이 고객권익 보호 조치라고?

거래소의 코인 발행은 특금법과 동법 시행령이 개정된 2021년 말부터 금지됐다. 즉, 캐셔레스트가 2018년 8월과 2019년 1월에 캡 코인과 HRT를 발행한 건 위법이 아니다. 분쟁의 소지가 있다면 관련 법으로 다퉈야 할 문제일 뿐, 특금법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캐셔레스트는 특금법에서 금지한 자체발행 토큰 교환을 공지했다. ⓒ 캐셔레스트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현재 캐셔레스트에서 진행 중인 HRT와 캡의 스왑은 특금법 시행 이후 일어난 일이며, 캐셔레스트의 본 조치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 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캐셔레스트는 13대1의 비율로 HRT를 캡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이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에 대해 캐셔레스트는 "특금법 시행으로 HRT 거래가 종료돼 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될 수도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스왑을 하게 됐다"는 말로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말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업계에선 고깝게 바라본다. 한 투자자는 "진짜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라면 HRT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교환해줬을 것"이라며 "캡 코인은 비트, 이더와 달리 상장된 거래소도 거의 없을뿐더러 가격 변동성과 매수, 매도 호가 간 이격이 커 제대로 된 가치를 보장받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모든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고, 거래소별 가격 편차가 적은 기축통화 같은 코인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거래소에서 굳이 자체발행 코인으로 교환하는 건 그 목적이 고객 보호에 있다기보다 고객을 보호한 것으로 보이고자 하는 이유에서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업계의 지적처럼 캡 코인은 오아시스 거래소에만 상장돼 있으며, 유동성도 매우 적다. 오아시스 거래소에 예치돼 있는 캡 물량 역시 323만개로 총유통량 1억3387만4716개 대비 2.4%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오아시스 거래소에 캡이 상장된 시점은 2022년 5월로, 캐셔레스트가 HRT 거래를 종료한 시점과 같다”며 “캐셔레스트가 자체 발행 코인 모두 외부에 상장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캐셔레스트 내에서 HRT를 캡 코인으로 교환해주고 △캡 코인을 외부에서 거래할 수 있으니 HRT와 캡 코인 투자자 모두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야심찬 프로젝트에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

캡 코인은 캐셔레스트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트레이드 마이닝 가상자산이다. 캡 코인 보유량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분배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며, 에어드랍과 가상자산 상장 투표권 행사 등 여러 특전이 약속된 캐셔레스트의 황태자 같은 코인이었다. 

박원준 캐셔레스트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소와 고객 이익 실현 확대가 캡 토큰 발행 목적"이라고 밝혀 투자자의 기대를 사기도 했다.

오아시스거래소에서 캡 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유통량이 턱없이 적다. ⓒ 오아시스거래소


거래소와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던 캡 코인은 발행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장밋빛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전저점을 갈아치웠고, 거래소 비전에 배팅했던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래가 판을 치던 당시 거래소의 물량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한 대부분의 거래소 코인은 짧은 기간 만에 실패했고, 캡 코인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고 진단했다.

캐셔레스트는 캡 코인 가치 상승을 위해 올비트, 엘뱅크 등에 상장했지만 추가적 하락을 막진 못했다. 결국 캐셔레스트는 캡 코인의 미래유통량을 전량 소각하는 한편, HRT(Holder Royalty Token)라는 또 다른 코인을 발행했다. 이후 캡 코인의 발행량은 1000:1로 병합했다.  
 
한편, 캐셔레스트는 캡 코인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36명의 고객으로부터 배임·횡령·유사수신 혐의로 피소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무혐의로 해당 사건이 마무리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주식회사 뉴링크에서 아래와 같이 알려왔습니다. 

당사가 진행한 가상자산 CAP과 HRT의 교환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법무법인 검토를 받아 진행한 사항입니다. 또한 당사는 CAP과 HRT의 교환 정책에 관한 사항을 금융위에 이미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금법 해석에 관하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의20제5호: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효율적으로방지하기 위해 다음 각 목의 행위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것

<가목> 가상자산사업자나 가상자산사업자 본인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1) 특금법에서 해당 조문이 존재하는 목적은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의 방지입니다. 당사는 가상자산 CAP과 HRT를 교환해주는 과정에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가 없음을 확인드립니다. 

(2) 가목에서 정한바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본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주식회사 뉴링크는 본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대행한 사실이 없습니다. 주식회사 뉴링크는 HRT보유 고객 보호 차원에서 CAP으로 직접교환해주고 있을 뿐이며, 매매·교환을 중개·알선·대행한 사실이 없습니다. 

특금법 어디에도 본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교환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조항은 없습니다. 

(3) 더하여 주식회사 뉴링크는 가상자산 CAP과 HRT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이득도 얻은 바 없이 무상으로 지급하였습니다. 최근 두 가상자산간의 교환행위 또한 무상으로 진행되는 사항이며,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 뉴링크는 어떠한 영리행위도 없었습니다.(2023년 4월5일 09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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