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집중이슈]“ 디지털 익사이팅이라구요 말도 안돼요”

브랜드 명칭 오남용 해외에선 웃음거리

이철원 기자 | chol386@yahoo.co.kr | 2005.10.07 00:54:19

영 언론, 쌍용 로디우스 ‘불행한 이름’ 지적

 

브랜드 명칭 마구잡이식 사용 심각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이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마구잡이식 조어(造語)로 해외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 명칭의 오남용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최용식(세종대 강사)씨는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서 국내 선두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의 기본인 명칭을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최씨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사용하는 ‘디지털 익사이팅(Digital Exciting)’과 ‘월드베스트(World Best)’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영미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쌍용자동차가 제작한 로디우스(Rodius)는 브랜드 명칭을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최근 영국의 유력일간지인 ‘인디펜던트’지에 ‘불행한 이름(Unfortunate Name)’이란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세계 최고를 의미하기 위해 만든 ‘월드베스트’는 어법상으로는 도저히 성립될 수 없으며 ‘디지털 익사이팅’의 ‘디지털’ 단어도 명사화된 것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원어민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삼성생명의 ‘브라보 유어 라이프(Brabo Your Life)’ 역시 어법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우리나라 수출주력상품인 자동차에 모호하거나 잘못된 브랜드 명칭 사용 사례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스포티지, 코란도, 액티온도 브랜드명 모호

 

쌍용자동차의 ‘로디우스(Rodius)’는 ‘길(road)’과 ‘제우스(Zeus)’의 합성어로 ‘길위의 제왕’을 의미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역한 냄새(order)’에서 파생한 ‘오디어스(odious 증오할, 불쾌한)’라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해 차의 성능과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결국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코란도(Korando)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뜻으로 어설프게 조합했지만 그것은 쌍용자동차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쌍용자동차가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인 ‘액티언(Actyon)’은 '액션(Action)'과 영(Young)'의 합성어로 기존 SUV의 차원을 넘어서 ‘역동과 개성, 도전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영미권에서는 ‘변(Pyeon)’이 파이언으로 발음되는 것처럼 액티언도 ‘액타이언’으로 발음되는 점을 간과해 의미전달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Sportage)는 SPORTs, mAss(대중), 매스티지(masstige), prestiGE(명품)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매스티지 계층을 위한 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매스티지 족(tribe)이란 말은 경영학적 신조어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들 중 저렴한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계층이지만 ‘a’와 ‘ge’만으로 의미를 알린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현대자동차의 드라이브 유어웨이(Drive Your Way)는 고객에게 ‘당신의 길이나 가시오’란 뜻이어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이 어법을 벗어난 브랜드 마케팅은 행정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가 브랜드개념을 도입한 ‘하이 서울(Hi Seoul)’도 우스꽝스러운 말이라는 것. 어감만 생각한 채 짓다보니 ‘서울안녕’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경우다. 

 

외국인 직원들 지적해도 무시하기 일쑤

 

최씨는 외국인 직원이 많은 모 대기업에서 명칭사용이 잘못됐다는 내부지적이 있었지만 임원진이 시안을 내려보낸 것이어서 그대로 결정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사용할 뿐 해외에서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며 귀에 익숙해지다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마케팅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로 오랜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이 필수인 것처럼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명칭 사용 하나하나에도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만이 장수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당장 물건만 팔리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잡이식 브랜드 사용은 장기적으로는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한 만큼 신중한 언어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