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디젤(경유)차 수요가 감소세를 그리며 디젤차의 몰락이 급격히 진행되는 모양새다.
환경파괴 주범이라는 낙인, 치솟는 유가와 앞서 발생한 요소수 부족 사태 등으로 디젤에 대한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중 최근 경유 평균가격은 14년 만에 가솔린(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한때 친환경차로 분류되며 각종 혜택과 뛰어난 연비로 인기를 구가했던 디젤차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디젤의 하락세는 수치로도 분명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등록된 연료별 신규 차량은 △가솔린 42만298대 △디젤 17만4858대 △친환경(하이브리드·전기·LPG) 21만2134대다. 지난 6월 디젤 대수는 전년 동기(24만9529대) 대비 29.9% 감소했다.
또 지난 몇 년 간 출시되는 가솔린차들이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디젤차 대비 아쉬웠던 출력과 연비 부분을 상당 부분 개선하고 있다는 점도 디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디젤차가 환경파괴 주범이라는 낙인과 고유가, 요소수 부족 사태 등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고 있다. ⓒ 연합뉴스
일일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소비자들은 기름 값을 더 주더라도 관리·유지가 용이한 가솔린차를 선택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가솔린차와 달리 디젤차는 요소수 분사장치를 비롯해 매연포집장치 등 다양한 장치 탓에 장기간 운용 시 엔진출력, 연료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주기적인 부품교체를 요하며, 부품교체 시 발생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는 "디젤차는 엔진출력 등 과다한 스펙으로 도심주행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겨울철 시동 문제를 비롯해 유지비용이 크다 보니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디젤게이트 이후 제조사들의 달라진 행보도 디젤 몰락에 속도를 붙였다. 많은 완성차업체들이 디젤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기존 디젤차의 생산도 중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SUV=디젤' 공식이 깨진 것이 디젤이 휘청거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경우 △그랜저 △쏘나타 △K3 △K7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으며, 지난해부터 디젤엔진 개발을 완전히 중단하는 등 디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SUV의 경우 기존 디젤모델만 판매하던 현대차·기아도 라인업 다변화를 위해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변화를 꾀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도 2019년 국내 LPG 차량 규제가 완화되자 QM6 LPG 모델을 출시했고, 한국GM은 아예 국내에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디젤엔진만을 고수하던 쌍용자동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이 된 신차 토레스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만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향후 출시될 신차에도 더 이상 디젤엔진을 탑재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쌍용차는 토레스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만을 선보였으며, 향후 디젤 모델 생산 계획은 없다. ⓒ 쌍용자동차
수입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인기인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를 중점으로 한 모델들을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는 등 기존 디젤의 자리를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와 가솔린이 메우고 있다.
물론, 일부 브랜드들이 여전히 디젤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전 세계 트렌드가 △하이브리드 △전기 위주로 가는 만큼 디젤차의 몰락은 머지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완성차업체도 생산을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디젤차는 노후화 될 시 시내에 진입을 못하거나 환경개선부담금, 요소수 문제 등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요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화물차마저도 빠르게 전동화 수순을 밟아가며, 화물차시장에서의 디젤 전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우선, 현대차·기아는 2024년부터 포터와 봉고에 경유 생산라인을 없애고 전기·LPG 트럭만을 생산할 계획이며, 대형 트럭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를 수소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중장기 전략까지 발표한 상태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를 수소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 현대자동차
볼보트럭도 전기트럭과 수소전기트럭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다임러와 테슬라도 친환경 트럭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대형 트럭 시장에서의 친환경 흐름이 본격화됐다.
업계는 향후 유가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일반 승용모델에서 디젤 모델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된 디젤차의 대부분은 친환경 규제가 덜한 미국이나 중동 쪽으로 수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유가 문제 등 디젤차를 구매해야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며 "내연기관 모델은 공식적으로 2035년 판매가 종식되지만 디젤은 그보다 단종 속도가 빠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문학훈 교수도 "경유가격이 안정화돼도 이전처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제조사에서도 디젤차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디젤차는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