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脫)원전 백지화'를 예고한 가운데 두산·SK·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MR는 전기 출력이 300메가와트(MW)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기존 원전 대비 안정성이 높고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25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개최된 협약식에서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오른쪽)과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
25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034020)가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SMR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소형모듈원전의 본격적인 제작 착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UAMPS 프로젝트에 공급할 SMR 본제품 제작에 착수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SMR 제작에 사용되는 대형 주단 소재 제작을 시작하고, 2023년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SMR 본제품 제작에 돌입한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두 차례에 걸쳐 1억380만 달러의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2019년에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 받아 2021년 1월 완료했고, 현재 시제품을 제작 중이다.
SK그룹도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096770)을 중심으로 SMR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제조사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부와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투자해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345메가와트(㎿)급 SMR인 '나트륨'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SMR 상용화에는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다른 기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넷제로(탄소중립)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SMR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에 해당하는 2억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원자력 발전 설비를 바다에 띄우는 해상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최근용융염원자로(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협약을 맺고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가 개발하는 해상 원자력 발전 시설은 육지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어려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1월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의 SMR 시장 진출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 선언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SMR 사업이 향후 정책적 수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SMR 개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12일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방향 브리핑'을 열고 올 상반기, 늦어도 오는 8월 중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기로 했다.
또 SMR을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통합하는 등 지원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한편, 향후 SMR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께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 시장 규모가 390~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