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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2 '독점 라이선스' 둘러싼 1조 규모 분쟁…위메이드 '위태'

ICC 판정과 다른 韓·中 판결, 계약 효력 여부가 관건

김경태 기자 | kkt@newsprime.co.kr | 2022.01.26 15:21:08
[프라임경제] 중국 내 게임 한류 초석을 다진 '미르의 전설 2(현지명 열혈전기)'가 독점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SLA)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어 관련 업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분쟁 규모도 만만치 않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점차 상급심 판결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미르2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해 봤다.

'미르의 전설 2(이하 미르2)' 게임은 액토즈소프트(이하 액토즈)와 위메이드가 저작권을 가진, 동양풍 세계관의 PC온라인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온라인 게임 황무지'인 중국 출시(2001년) 이후 현지에서 온라인 게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인기의 일등공신이 중국 서비스업체 샨다(현재 란샤)'로, 자체 업그레이드 등 현지 이용자 입맛에 맞춘 운영을 통해 국민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중국 동시 접속자 수 80만 명을 기록하면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분쟁이 숨어있었다. 위메이드, 액토즈와 샨다는 출시 후 불과 2~3년 만에 불거진 분쟁이 합의를 통해 봉합되는 듯 보였지만, 잔재하던 불씨가 결국 화마로 확산된 것이다. 

실제 불안한 동행을 이어오던 이들 사이에 또 다시 분쟁이 발생한 건 위메이드가 2015년경 란샤 측 '미르2 독점권'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피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격화된 분쟁은 전처럼 전소되지 않고,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의 법정 다툼으로 확대되고야 말았다. 나아가 위메이드가 싱가포르에서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이 무려 1조원에 달한 정도로 규모도 엄청난 수준이다. 

이런 분쟁에 대한 각국 법원들의 판단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위메이드, 액토즈와 란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위메이드 승리' 분위기로 흐르던 분쟁 양상을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상급심을 통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대법원격인 최고인민법원이 최종 판결을 통해 위메이드 주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즉 싱가포르 중재에서 위메이드가 최종 승소하더라도 정작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인 셈. 

이에 중국과 우리나라 법원 최근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을 토대로 이들 소송 중 주요 분쟁의 진행 경과를 재구성하고 그 향방을 가늠해 보았다.

◆'핵심 키워드' 독점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위메이드, 액토즈, 란샤간의 분쟁은 매우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분쟁의 원인은 '독점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이하 SLA)' 때문이다. 

사실 대다수 게임회사들은 외국시장 진출 당시 SLA를 체결한 현지 회사에게 게임 배급 및 운영을 맡기는 잦다. 미르2의 경우 샨다와의 계약을 통해 중국 내 독점권을 부여했다. 

최초 분쟁은 미르2 소스코드 유출로 인한 책임과 배상 문제로 시작됐다. 이후 미르2 공동 저작권자(지분 50:50)인 액토즈와 위메이드 사이에 SLA 계약 체결과 갱신 권한에 대한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공동저작권자 중 일방이 해당 저작물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다른 공동저작권자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는 SLA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02년 7월14일 액토즈와 샨다간 체결한 보충협의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공동저작권자로서의 권리 일체를 액토즈에 위탁했으며, SLA가 효력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에서 위탁을 회수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후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던 미르2는 서비스 과정에서 위메이드가 관리하던 소스코드가 유출, 불법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샨다는 문제 발단으로 위메이드 책임을 주장, 로열티 지급을 중단했다. 

위메이드는 이런 샨다 반응에 SLA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를 주장함과 동시에 2003년 미르의 전설3(미르2 업그레이드 버전) 독점적 라이선스를 액토즈 동의 없이 다른 현지 회사(광통)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액토즈 입장은 위메이드와 달랐다. 그동안 중국에서 '미르2' 운영을 책임진 샨다와의 SLA 계약 유지를 원한 것이다. 이에 샨다와의 합의를 통해 SLA를 고수하는 한편, 위메이드와 광통간 미르3 계약에 대해 '무효' 입장을 강조했다. 

당시 분쟁은 싱가포르에서의 중재 및 우리나라 법원 소송으로 이어졌으며, 이중 싱가포르 중재는 액토즈와 샨다간 화해계약 체결로 마무리 졌다. 

국내에서 진행된 액토즈와 위메이드간 소송(2004년 4월29일)은 재판상 화해로 일단락됐다. 다만 SLA 계약에 있어 샨다와의 기존 계약 갱신 권한은 액토즈에게, 광통과의 권한은 위메이드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계약 갱신시 사전에 상호 협의하도록 합의했다. 

이후 13년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미르2 중국 내 SLA가 샨다에서 성취를 거쳐 란샤로 변경됐을 뿐이다. 

란샤와의 SLA 계약기간은 2017년 9월28일. 하지만 중국 내 미르2 인기는 여전하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액토즈는 SLA 갱신을 위한 협상을 그해 6월30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최장 오는 2025년 9월28일까지 연장된 동시에 모든 SLA 관련 분쟁 해결 방법이 이전 싱가포르 ICC 중재에서 상해국제중재센터(Shanghai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 SHIAC) 중재로 변경됐다. 

다만 문제는 란샤와의 SLA 연장 계약을 위메이드가 그 이전인 2016년말부터 반대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2017년 6월 하순경 액토즈를 상대로 계약 체결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계약 체결 확인으로 신청 취하).

결국 위메이드는 2017년 연장 계약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체결된 만큼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 계약 유효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 유효성 둘러싼 엇갈린 각국 법원 결정

#1. 싱가포르 ICC "연장계약 무효"

위메이드는 2017년 5월 기존 SLA 중재합의에 근거해 싱가포르 ICC에 란샤 등을 상대로 기존 SLA 만료 선언과 함께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해당 중재에 있어 관건은 ICC 중재 판정부가 분쟁 관할권 여부다. 2017년 연장계약이 유효할 경우 모든 SLA 관련 분쟁은 ICC 중재가 아닌, 중국 SHIAC 중재를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ICC 중재 판정부는 2020년 6월8일 이와 관련해 '연장계약 무효'로 보고, 사건 관한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위메이드 주장을 받아들여 란샤는 SLA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액토즈도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정했다. 

현재 ICC중재에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2단계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2. 서울고법 "유효"

반면 국내 법원 판단은 ICC 중재 판정부과는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메이드가 2017년 연장계약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에 대해 2019년 10월10일 이를 기각했다. 불복한 위메이드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 역시 2021년 1월28일 '연장계약이 무효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은 2004년 화해조서상 SLA 최종 갱신 결정권은 액토즈에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갱신 과정에서 위메이드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반영할 의무까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불어 위메이드 측 계약 반대 사유인 '란샤 위반행위'도 연장 계약 효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바라봤다. 

오히려 샨다 측이 SLA를 유지한 기간·입지·영향력·노하우 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실제 샨다는 지난 20년간 중국 현지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 등을 통한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액토즈와 위메이드에 1조원 수준의 로열티 수익도 가져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결에 불복한 위메이드는 현재 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2017년 계약 유효성을 두고 국내 법원과 ICC가 다르게 판단해 액토즈와 위메이드, 랸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9일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단이 나왔다.

#3. 중국 최고인민법원 "유효"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액토즈가 란샤와 체결한 2017년 연장계약이 무효가 아니다"라고 계약 유효성을 최종 판결했다. 

위메이드는 중국 법원에서 "액토즈가 협의 없이 란샤와 악의적인 공모를 통해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이런 계약은 중국 계약법 제52조 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했다. 

중국 계약법 제52조 제2호에 따르면, 악의적으로 공모해 국가, 단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계약은 무효다.

하지만 정작 최고인민법원은 이런 주장을 전부 배척했다. 

액토즈와 샨다는 2001년 SLA를 체결했으며, 위메이드와 액토즈는 2004년 재판상 화해를 통해 액토즈가 해당 계약에 대해 갱신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확정했다. 물론 2017년 9월28일까지 여러 차례 연장되는 동안 여러 분쟁이 있었으나, SLA 이행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위메이드는 액토즈와 란샤간 SLA 연장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당사자인 만큼 악의적 공모를 통한 위메이드 이익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바라봤다. 

뿐만 아니라 '중국 계약법 제52조 제2호에 의거, 사전 협의 없는 계약으로 인한 무효'라는 입장도 배척했다. 

위메이드가 주장하는 조례(중국 저작권법 실시조례 제9조·컴퓨터소프트웨어 보호조례 제10조) 규정은 효력성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설령 액토즈가 단독으로 연장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를 무효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연장계약 협상 과정에서 위메이드가 체결을 제지할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ICC 중재 판정부 2020년 판정 당시만 해도 액토즈·란샤 공동 손해배상 책임으로 위메이드에게 유리한 듯 보였다. 이에 위메이드는 손해배상액을 심리하는 2단계 중재절차에서 손해액 2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후 산정에 있어 1조원 이상 오류를 인정하고, 약 1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2조원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주장한 위메이드는 총 청구금액을 5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국내에서 액토즈 재산 대부분을 가압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서울고법 측 '계약 유효' 판정 이후 분쟁양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고법과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결이 이전 ICC 판정과 상이했다는 점에서 위메이드에겐 뼈아픈 결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ICC가 관할권 확보를 위해 연장계약 효력을 부정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ICC 판정보단 계약 효력 여부에 승패 갈려

사실 손해배상을 명하는 중재판정이 실질적으로 의미를 확보하기 위해선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의 중재판정의 경우 뉴욕 협약(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에 따라 집행된다. 이에 규정된 승인·집행 거부 사유가 있을 경우 중재판정은 협약 가맹국에서 집행될 수 없다.

뉴욕 협약에 따르면, 합의가 무효이거나 혹은 중재 판정부 구성, 당사자 간 절차 합의가 합치하지 않는 경우를 중재판정 승인·집행 거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 간 합의로 서울 중재기관에서 해결키로 결정한 분쟁을 도쿄 기관에서 판정했다면 승인·집행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있어 위메이드는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는 액토즈를 상대로, 중국에서는 액토즈와 란샤를 상대로, ICC 판정에 대한 승인·집행 결정을 신청한 상태다. 

아울러 싱가포르 ICC 2단계 이후 판단될 손해배상액도 추가로 승인·집행 결정도 신청할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ICC 판정에 대한 승인·집행 결정을 인정해야만 경매 등 강제 집행절차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나 중국 법원이 ICC 승인·집행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다. 설령 싱가포르 ICC가 2단계 절차에서 손해배상 판정을 하더라도 위메이드는 중재판정을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사안에 있어 핵심은 2017년 SLA 연장계약 효력 여부인 셈. 

서울고법과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결처럼 연장 계약이 유효하다면, 싱가포르 ICC 판정은 효력이 없는 중재합의에 따라 관할권 없는 중재판정부에 의해 내려진 것이다. 이는 ICC 판정승인·집행 거부사유에 해당해 우리나라와 중국 법원은 이를 독자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액토즈와 랸샤는 연장계약 유효를 주장하며, 2020년 말 싱가포르 법원에 ICC 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상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위메이드 손을 들어준 ICC 판정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ICC판정이 취소되거나 승인·집행 거부시 2단계 중재에서 손해배상액으로 어떤 금액이 확정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액토즈 관계자는 "중국에서 지난 20여년간 미르2 서비스 근간이 된 건 SLA였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장계약도 당시 공동저작권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이 명백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한국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지만,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결로 연장계약 유효성에 관한 다툼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라며 "ICC 중재사건을 포함해 관련 분쟁이나 법률관계도 그에 따라 일단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ICC 판정이 승인돼 집행에 이를 수 있을지, 위메이드가 그동안 주장한 손해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을지 '미르의 전설 2'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법적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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