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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세장 등판한 개미들 "꺼진 기업가치도 다시 보자"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4.09 10:20:53
[프라임경제] 개인투자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과 산유국 치킨게임 등 영향으로 늪에 빠진 국내 증시에 구원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연이어 '팔자'를 외치며 탈출 러시를 보일 때 개인투자자들은 '사자'로 맞서며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과 비교해 시장에서 소외됐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중 두드러지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외국인들 순매도 공세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 매수가 3월 저점 이후 반등세를 만들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국내 코로나19 '1번 확진자' 발생(1월20일) 전 27조5000억원(1월17일)에서 최근 43조1000억원(4월6일)을 넘어서는 등 신규 개인투자자들 증시 입성이 대거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같은 기간(1월20일~4월6일)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21조8000억원(외국인 19조원 · 기관 2조8000억원), 코스닥에서 2조원(외국인 9800억원 · 기관 1조200억원)을 내다 팔때도 개인투자자들은 22조원(코스피 19조7000억원 · 코스닥 2조3000억원)을 사들이며 든든한 국내 증시 한 축으로 주가 하방을 지지했다. 

약 80일간 개인투자자가 22조원가량을 대량 매수했음에도, 투자자예탁금이 줄지 않고 오히려 15조6000억원이 늘었다는 점은 실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예탁금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개인투자자들 증시 입성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고 풀이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개인투자자들은 9931억원(코스피 8430억원 · 코스닥 1501억원) 순매도했다. 이날은 코스피가 전 거래일(1725.44)보다 66.44p(3.85%) 상승한 1791.88로 거래를 마친 날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상승장 속 매도 행렬은 지난달 24일 코스피가 8.6% 급등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했을 때에도 일어났다. 당시 개인은 코스피에서 4613억원을 내다팔며 순매도로 돌아섰다. 

투자자예탁금이 여전히 4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3월2일 2990만개에서 같은 달 말 기준 3076만개로 늘어나는 추세로 비춰 볼 때 개인투자자들 증시 열기가 식은 것보단 차익 실현 목적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전문가들은 예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행렬을 보이면서 '외국인과 연기금에 맞서는 또 하나의 기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보여준 개인투자자들 자금 성격이 대체로 짧았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유입된 투자자예탁금 43조원 가운데 단기와 장기 투자자금을 구별할 순 없겠지만, 전날 급등장에서 보여준 개인투자자들 매도세를 감안하면 단기 자금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은 쉽사리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다. 약세장이라는 판단 아래 '저점매수'를 외치며 증시에 입성한 개인투자자들은 '언젠가 오르겠지'라고 생각하며 급등장에서의 차익실현을 노릴 수도 있다. 

주가가 저점일 때 베팅하는 건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순 있지만,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특히 극심한 변동장 내 저점을 파악하기 쉽지 않기에 비록 약세장이라고 해도 '100% 이익 실현'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추락하는 시장에서 증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지탱하는 의미 있는 존재로 거듭났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건 약세장이든 혹은 강세장이든 투자 행위는 '기업가치 판단'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슈에 들고 나는 단기 투자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객관적 기업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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