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감소'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카드업계는 튼튼한 이익 구조와 함께 수익성 다각화를 통해 예상 외의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올해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대형 악재 때문에 '수익성 감소'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으나, 튼튼한 이익 구조와 수익성 다각화를 통해 나름대로 실적에 선방했다. 물론 실적 외로는 롯데카드 매각과 함께 코스트코 독점 계약권 이관 등 결코 작지 않은 이슈들 때문에 의외로 조용한 날이 적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대비 3.9% 증가한 4111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도 2.2% 증가한 2510억원을 이뤄냈으며, 이외에도 △삼성카드(2827억원) 전년비 2.8%↑ △우리카드(948억원) 7%↑ △현대카드(1518억원) 18.8%↑를 실현했다.
다만 롯데카드(425억원)와 하나카드(498억원)가 각각 39.3%, 37.8%씩 감소하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수수료 인하' 여파로 '실적 악화'가 우려됐던 카드업계가 올해 경기 침체에 대비한 '수익성 다각화' 전략을 펼치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는 데 성공했다.
물론 현대카드-코스트코 독점 계약 및 롯데카드 인수·합병(M&A) 등 지각변동에 따른 후폭풍은 아직 잠재된 상황이다. 특히 롯데카드 매각은 '13년만의 대기업 계열 카드사 매각'이라는 점에서 절차부터 결과까지 업계관계자들 이목을 끌었다.
올 2019년 기해년 카드업계 대표 이슈를 되짚어봤다.
◆'13년 만의 매물' 롯데카드 매각
올해 카드업계 가장 큰 이슈로는 '롯데카드 매각'을 꼽을 수 있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 매각은 지난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매각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오자 금융지주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와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 등이 참여한 롯데카드 본 입찰은 치열한 경쟁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가 선정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과거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법적 이슈에 휘말린 한앤컴퍼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에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다시금 안개 속에 빠졌다.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매각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롯데카드 매각은 금융지주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연합뉴스
그 다음 우선협상대상자 주인공으로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으로 지난 5월 결정됐다. 이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안전을 택했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롯데지주는 MBK-우리금융 컨소시엄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MBK파트너스 60% △우리은행 20%로 지분을 나눠 롯데카드를 인수했으며, 롯데그룹이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됐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 인수가격은 기존 한앤컴퍼니 제시금액(1조8000억원)보다 다소 낮은 1조6000억원. 추후 추가 협상을 통해 가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은행과 MBK가 지분 60%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 중 절반가량을 대출로 조달하기로 했다.
10월2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롯데카드 인수사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승인, 실질적인 새 주인이 정해졌다. 그리고 8일 뒤인 10일 롯데카드가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위반 해소' 사유로 롯데지주 자회사에서 탈퇴 '롯데가 아닌 롯데카드'가 됐다.
물론 초반에는 '빅딜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부 조건들이 있지 않겠느냐', '우리금융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인수전에 참여할 리 없다'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업계 중 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우리카드가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반등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변수가 많은 문제"라며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인수 후 재매각하더라도 우리금융에 먼저 매각하는 우선매수청구권 옵션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카드사 DB는 마케팅 등에 있어 엄청난 자료인 만큼 매각 초창기 참여했던 하나금융지주 및 한화는 물론, 핀테크 업체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등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트코=현대카드' 새로운 공식 "10년 장기 계약"
카드업계의 또 다른 이슈는 5월24일에 발생했다. 바로 18년간 이어졌던 '코스트코=삼성카드' 기존 공식이 깨지고, '코스트코=현대카드'라는 새로운 인연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24일, 코스트코 차기 제휴사업자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한 현대카드는 9개월 만에 새로운 코스트코 특화 카드를 출시했다. 또 간편하게 카드를 발급받아 결제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파트너십을 차분하게 준비해왔다.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 앞에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 2월 등장한 제휴카드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는 기존 삼성카드와 비교해 한층 확대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몰이에 한몫했다. 기존 코스트코 삼성카드 특화 상품 △적립률 1% △적립 한도 월 1만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최대 이용금액 3% 적립 △연간 적립 한도 50만포인트로 늘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카드는 단순 결제 서비스 제휴를 넘어 전략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제 데이터를 공동 분석해 회원들에게 맞춤형 상품 및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양사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전 '5년 단위' 재계약을 진행했던 삼성카드와 달리, 무려 10년에 달하는 계약 기간을 바탕으로 장기 관점에서 시너지를 꾀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현대카드가 코스트코라는 대어(大魚)를 낚은 당시 업계는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발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회원 수 191만명, 연간 매출액 4조원의 글로벌 대형마트 체인 '코스트코'는 무엇보다 '1국가 1카드' 정책을 펴고 있어 코스트코 고객은 오직 현대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발표된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실제 최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현대카드 회원 수는 지난 연말 대비 9.5%(72만명) 증가한 833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업 카드사 중 증가폭이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대다수 관계자들은 "코스트코 결제 카드가 현대카드로 바뀌면서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현대카드 관계자 역시 "단독 제휴권 이후 코스트코 내 현대카드 이용 점유율도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과의 협업' PLCC 경쟁 심화
한편, 올해 카드사들에게 있어 트렌드 중 하나가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에 앞 다퉈 나섰다는 점이다.
PLCC는 신용카드를 직접 보유하고자 하는 기업이 카드 상품 설계와 운영 등에 전문성을 지닌 카드사와 손을 잡고 만든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본 카드사 상품에 특정 업체 혜택을 더한 일반 제휴카드와 달리, 개별 기업과 카드사가 단독 계약을 맺고 집중적인 혜택을 주는 카드 상품이다.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출시한 PLCC 상품 '스마일카드'는 누적 회원수가 42만명을 넘어섰다. ⓒ 현대카드
카드사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을 제휴 기업과 분담하는 만큼 비용을 줄이면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 또 특화 혜택을 무기로 신규 회원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에 과도한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이도록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PLCC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드업을 못하는 제휴사 입장에서도 PLCC를 통해 능동적으로 원하는 카드 상품을 운영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PLCC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출시한 PLCC 상품 '스마일카드'는 발급건수(지난 10일 기준)가 65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계열 e커머스 채널과 함께 다양한 온·오프라인 쇼핑에 최적화된 혜택을 선보인 것이 인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2월 코스트코 전용 카드를 출시했으며, 8월에도 신세계 산하 E커머스 전문기업 'SSG.COM' 카드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함께 카드 마케팅 및 운영 지원 등 내용을 담은 'PLCC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 항공사 전용 신용카드 출시도 앞두고 있는 상황. 해당 카드 상품은 기존 대한항공 제휴카드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혜택이 담길 예정이다.
반면, 이마트와의 제휴를 맺은 삼성카드의 경우 '트레이더스 신세계 삼성카드'를 선보이는 동시에 홈플러스 및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전용 카드를 내놓으면서 혜택 강화에 힘쓰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들이 유통사와의 제휴 확대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유통사와의 제휴가 대다수이지만, 최근 현대카드 사례처럼 타 영역으로의 제휴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카드사 외에도 인터넷 은행 및 핀테크 업체도 PLCC 상품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씨티카드 4개 카드사와 제휴해 PLCC를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대형 카드사들과 PLCC를 내놓은 토스 역시 향후 중소형 카드사들과 저변을 넓힐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로 시선 돌린 신남방 공략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익 감소 및 시장 포화 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으로 '해외 진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사업다각화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카드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후 현지 영업망 확대와 더불어 현지인 대상 소비자대출 및 할부금융, 신용카드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사업다각화 추진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 주목하며 잇따라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 연합뉴스
신한카드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베트남을 거점으로 미얀마·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 해외법인 4곳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실제 신한카드가 베트남에 출범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는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123억4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인도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 1억3100만원 △미얀마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1억94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2014년부터 인도네시아 국책 은행 만디리(Mandiri)은행과 협업을 추진했던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판 비씨카드'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우체국 망을 독점 운영하는 국영은행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도 손잡는 등 해외 진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캄보디아 현지 법인 'KB대한특수은행'도 올 상반기, 공식 출범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이익(한화 약 3억4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 '인도네시아 성공 신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소유욕 자극' 어느 때보다 화려해진 플레이트
한편, 올해 출시된 카드 상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캐릭터 디자인부터 각자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업계를 수놓았다.
초반에는 각종 캐릭터 카드들이 대세를 이뤘다.
인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및 마이펫 이중생활(이상 신한카드) 캐릭터를 비롯해 △위 베어 베어스(BC카드) △오버액션토끼(KB국민카드) 등 젊은 층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을 플레이트 전면에 앞세우며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다.
하반기에는 단순히 캐릭터에서 나아가 보다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KB국민카드에서 출시한 'KB국민 청춘대로 싱글 레터링 체크카드'.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는 레터링 문구를 복고 스타일 '힙트로' 양식으로 디자인한 'KB국민 청춘대로 싱글 레터링 체크카드'를 새롭게 선보였다면, 삼성카드는 기존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카드'에 고객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 디자인 4종을 새롭게 적용해 리뉴얼 출시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네온사인을 형상화한 뉴트로(New+Retro) 디자인 '신한카드 D-day'를, 롯데카드는 MLB(美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구단 이미지를 적용한 한정판 'LIKIT X MLB 스페셜 에디션' 라이킷(LIKIT) 카드와 기프트 카드를 통해 어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여전히 국내시장은 개성 있는 카드를 통해 본인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현' 일부분"이라며 "색다른 디자인은 소유욕을 자극해 잠재 고객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자인 차별화가 역설적으로 '업계의 불황'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축소 등으로 점차 예전처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부가서비스 차별화'가 아닌 '시각적 차별화'가 소비자 유인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카드사에 있어 수수료 인하 등 경영 환경 변화를 타개하한 그야말로 '실적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해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한 배경은 결국 인건비 및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 지출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도 크다"며 "금융당국 지적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으며,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향후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가오는 2020년 '경자년'에는 카드업계가 과연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를 이겨내고 올해처럼 견조한 실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