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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애틀 아마존고] 컨텍스트,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의 최전방

한참 벌어진 격차, 따라잡지 않나? 아니면 못하나?

시애틀=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12.08 08:51:01
[프라임경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꺼내고 앱을 연 다음 'Ready-to-eat Food'라고 불리는 메뉴를 골라 전자레인지에 데우고는 자리에 앉아 먹고 나가는 일련의 과정에 단 한순간도 머뭇거림은 없었다. 현장에서 지켜본 아마존(Amazon)의 '아마존 고(Amazon go)'를 이용하는 태도다. 

(좌) 아마존고에 진입하기 위해서 우선 아마존고 어플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계정 등록을 완료한 다음 앱에 표시된 QR코드를 인식기에 입력해야 한다. (우)젤리가 진열된 진열장 뒤로 주류 진열대가 자리해 있다. = 강경식 기자


지난해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가 이끄는 아마존은 2021년까지 미국 전역에 아마존고 매장 3000개를 오픈할 계획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를 지켜봤다. 그리고 올해 아마존은 '내년 1분기에 아마존고 기술을 적용한 무인 대형 슈퍼마켓과 소규모 팝업 스토어를 개설할 예정이며 기존 유통시장에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보란듯 받아쳤다.

전 세계 온라인 유통을 지배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IT기술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의 아마존고는 미국내 유통기업들에게 현실적인 악재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이미 아마존은 괴물이 돼 버린 상태. 클라우드 컴퓨팅과 AWS라는 이름으로 국내 유통시장에도 아마존고는 발을 딛기 시작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미국에선 이미 현실이 돼 버린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화 점포 아마존고를 직접 찾아가 다가올 미래를 먼저 겪어봤다.

시애틀 다운타운 가장 구석에 위치한 아마존고 1호점은 이른 점심을 때우거나 간단한 제품들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로 꽤나 북적였다. 천천히 둘러보는 내내 많게는 15명에서 적게는 6명의 순수한 고객이 계속해서 매장안에 머물렀다.

이곳은 아마존 캠퍼스 한복판에서 가장 먼저 아마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했던 1호점인데다 주위를 둘러싼 , 인근에 견학이 가능한 아마존스피어스(The Spheres)까지 자리해 관광객 내지는 기자나 블로거의 취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동행한 AWS코리아 관계자와 파트너사 직원들, 파트너사의 협력업체 직원들을 제외하면 모두 고객이었다. 입장을 바꿔선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줄을 서고, 계산원이 상주하는 매장이 아닌 놀라운 현장이었지만 현지에선 이미 현실이 돼 버렸기 때문에 취재할 가치나 견학할 이유가 없다는 방증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건 인식기가 붙은 유리문이다. 허리 높이의 유리문은 스마트폰에서 '아마존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나타나는 QR코드를 인식기에 보여주면 자동으로 열린다.

인식기를 통과하기 전 우측에는 간단한 조리식품을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비치됐고, 현장에 방문했을 때 이미 몇명의 고객들이 구매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시, 우선 취급하는 물건들이 어떤 건지 보고 싶어졌다. 아마존고 진열장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편의점'의 취급 품목과 비슷한 품목의 제품들이 올려져 있었다. 한쪽 벽면은 냉장 음료로 가득차 있었고, 또 다른 벽에는 냉장보관 중인 'Ready-to-eat Food'가 고객의 손길을 기다린다. 빈자리에는 가림막이 올려져 있었다. 

규모 면에서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앞서 방문했던 'CVS pharmacy'나 '월그린(Walgreens)'등 미국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에서 인상 깊었던 몇가지 상품의 진열방식에 대해 비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에 머물렀던 앞선 일정에서 AAA사이즈의 건전지가 필요해졌다. 인근 CVS에선 열쇠가 달린 진열장안에 들어있었다. 잠겨있는 진열장을 열고 꺼낼 수는 없어서 담당직원을 불렀더니 계산할때 달라고 말하라는 답을 들었다. 계산대에서 만난 직원은 "종이 포장지를 찢어서 건전지만 훔쳐가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살 사람에게만 계산할 때 꺼내준다"고 말했다. 

시애틀에서 들른 월그린에서도 비슷했다. 친절하게도 직원을 부르라는 벨이 유리 진열장에 붙어 있거나 없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월그린은 비교적 고가의 작은 제품들을 모아 유리 진열장에 진열하고 열쇠를 갖고 있는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을 설치해 놓았다.

반면 아마존고에선 건전지나 USB케이블, 블루투스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종이 상자에 담긴 채로 매대에 올려져 있다. 다른 업체의 매장에선 도난이 빈번해 별도로 보관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직원을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 제품 보존을 위한 냉장유지가 필요한 제품만 고객이 열 수 있는 쇼케이스 안에 보존되고 있을 뿐.

아마존고의 배터리 진열. = 강경식 기자


입장하기 전부터 고객의 결제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입장하고 난 뒤 고객의 동선을 추적하며, 고객의 행동을 기록하는 기술이 가져다 준 '억지 신뢰'다. 어플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무인 결제를 전제로 약관에 동의를 유도하고, 거래시 개인정보를 조회해 기업이 보유하게 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믿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만들어진 신뢰는 결국 최종 유통업자의 인건비와 제품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고객을 유도하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이미 많은 고용을 통해 직원이 곧 기업의 고객이 됐던 시대는 최말단 유통 현장에서부터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매장 한바퀴를 돌아보니 아마존 고가 쓰여진 노란색 셔츠를 입은 직원을 마주칠 수 있었다. 술을 구매하는 고객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진열대 앞에 자리한 단 한명의 직원이다. 이 사람의 역할은 술을 사는 고객이 있어서 신원을 확인해야 할 때, 그리고 'Ready-to-eat Food'가 팔려서 빈 진열대를 가림막으로 채워야 할 때에만 발생한다. 

직원이 보는데서 카메라를 들고 매장 몇바퀴를 돌며 돌아다녔지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직원이 앞서 다른 취재를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 질문하려 하자 "술을 살꺼면 ID를 보여달라"는 답변 말고는 무관심한 눈길을 돌려 이전부터 보고 있던 노트북을 다시 응시했다. 

익숙치 않은 무관심한 응대에 꾀가 나기 시작했다. 술 진열대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장소를 찾았다. 사각으로 가는 경로에서 수십가지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백팩에 넣었다가 다른 진열대에 올려놓고 나오는 방법을 모색했다. 반드시 아마존고에서 사가려고 했던 제품을 찾는 시늉을 하며 매장 곳곳에 진열된 제품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가방이 아닌 주머니에 넣었던 제품을 구석 진열대에 숨겨놓고 일행을 쫓아 나갔다. 두근거림과 기대, 작은 희열이 찾아왔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알림이 왔다. 0.00$. 첨단 기술을 속여 보려던 유치한 실험은 실패했다. 
  
이제 현실을 직면하러 넘어가야 할 차례다. 다행스럽게도 시애틀 다운타운 인근에 다섯개의 아마존고가 운영되고 있었고, 그 가운데 한 곳이 이날 방문하기로 계획했던 공공도서관 인근에 있었다. 아마존이 아마존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득은 고정비를 절감한 매장 운영을 통해 얻는 매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실인 아마존고도 국내에서 시범운영중인 이마트24 무인점포도 필수인력은 필요하다. 사실상 상시근로인력의 최소화 점포가 더 맞는 얘기다. 또 소비는 온라인 위주로 재편됐다. 온라인 최강자인 아마존이 모를리가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리테일테크를 개발해 적용하고 적용된 매장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반복하는 이유. 현실에서 답이 필요했다.

시애틀에만 5개의 아마존고(Amazon go)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 강경식 기자


걸음을 재촉해 방문한 5번가의 아마존고는 1호점에 비해 한산했다. 매장안에 머물렀던 약 15분동안 총 다섯명의 고객이 방문한 반면 세명의 직원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현지시간 7일 오후 두시를 조금 지난 무렵의 일이다. 'Ready-to-eat Food' 제품도 꽤나 남아 있었고, 진열대는 빈 공간 없이 빼곡했다. 

또 이곳 매장은 주류를 취급하지 않았다. 그중 한 직원의 얘기로는 자기를 포함한 두명의 직원은 매장에서 상주하며 테이블과 쓰레기를 정리하고 매대를 채우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한명의 직원은 지역 매장의 관리자다. 정해진 시간에 매장을 순회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산한 매장이더라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역할이다.

빌이라는 이름의 직원은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통해서 고객의 소비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필요를 예측한다"고 말했다. 아마존고에서 취급하지 않는 제품들은 거의 다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누적된 고객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 

아마존고를 전국에 배치하면 이미 아마존의 고객이 아마존고를 이용하기 위해 어플을 설치할 것이고, 설치된 어플을 고객이 사용할때마다 편의점 수준의 간단하고 쉽게 구매하는 제품의 영역까지 더 많고 세밀한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빌은 "아마존을 한국에서도 사용하냐"며 "아마존고가 한국에도 있다면 네가 레드불을 마신 다음날 아마존에서 비타민을 추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다. 사용자 추천 광고는 이미 보편적인 광고 기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마존과 아마존고의 연결 과정에서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억지로라도 만들어 낸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이미 아마존의 재산이 됐고, 한동안 기업을 성장시킬 미래 먹거리의 원천이 됐다.

매장에서 음류수 한 캔을 다 마시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영수증이 도착했다. = 강경식 기자


2014년 로버트 스코블과 셸 이스라엘은 저서 '컨텍스트의 시대'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며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데이터, 센서, 그리고 지리정보가 연결된 '맥락'의 가치를 설명했다.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컨텍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아마존이 유통시장과 클라우드 시장의 주인이 됐다. 

특히 전 세계에서 새로운 회원가입이 쏟아지는 대규모 할인행사는 폭발력을 가져다 줬다. 어쩌면 블랙프라이데이는 아마존을 만들었고, 이를 벤치마킹한 알리바바는 광군제를 통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초대형 쇼핑 축제의 반복을 기폭제 삼아 보다 많은 데이터를 상용화 과정을 거치는 사이 적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아마존에게 아마존고는 양질의 컨텍스트가 담긴 데이터의 생산현장이자 지속가능경영의 전초기지로 운영될 것이다. 점령군에게 전초기지의 수가 늘어날수록 지배력은 커진다. 컨텍스트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는 변경되거나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 곳의 아마존고 매장을 돌아 숙소에 돌아오니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급하게 찾아왔다. 국내 유통업체들에게 아마존고 처럼 컨텍스트를 담은 리테일테크 도입하라면 장애물이 많다는 대답부터 돌려받을 것이다. 기술문제를 첫번째로 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안도와 한계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신세계는 신세계아이앤씨를 통해 자동결제 셀프매장을 열었지만, 여기서 취득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한계, 그리고 채용과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최소인력 운영 자동화 점포의 확장은 염두에 두기 부담스럽다. 기술은 최소한 3년전의 아마존고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보인다.

또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와 롯데쇼핑은 클라우드컴퓨팅 SI 가운데 최고수준으로 알려진 '롯데정보통신'의 가족이다. 그럼에도 인건비 저지출 이슈를 비판하는 소수와도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리테일테크에 접목을 꺼려하는 뉘앙스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곳의 채널 사업자가, 구조와 IT인프라를 울타리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다름아닌 규제와 여론 때문에 실제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 잠시 겪은 미국이지만,  규제 때문에 새로운 도약을 포기하지 않고 기업이 먼저 책임지는 자세로 국민들과 신뢰를 만들려 노력해 온 점에서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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