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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10명 중 4명 무계획 퇴직' 재취업 성공 위한 팁은?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9.06.24 14:42:10

[프라임경제]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는 10년 이상 급여를 받으며 일하다가 50세 이후에 퇴직한 50~60대(1808명)를 대상으로 퇴직 이후 일자리 이동 경로를 설문조사 했는데요.

조사 대상 5060세대는 평균 54.5세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퇴직 이전에 평균 25.3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퇴직 당시 일하던 직장에서 14.7년간 일했죠.

하지만 이들에게 회사와의 이별은 예상치 못한 순간 성큼 다가왔는데요. 5060 퇴직자 셋 중 둘은 자신의 퇴직 시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퇴직 시기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예상 시기보다 빨리 퇴직했다'고 답한 사람이 41.9%나 됐고, '퇴직 시기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24%나 됐죠.

이렇듯 갑작스럽게 퇴직을 맞이하다 보니 재취업 준비를 할 겨를이 많지는 않았을 텐데요. 퇴직 이전 재취업 준비 여부를 묻는 질문에 5060 퇴직자 중 30%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재취업 의향이 없다'고 답한 11.2%를 빼고 나면, 퇴직 전 재취업 준비를 한 사람은 58.8%죠.

5060 퇴직자 10명 중 6명 정도만 재취업 준비를 하고 퇴직을 한 셈입니다. 그 정도면 적은 수는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기간이 겨우 평균 6.4개월에 불과했죠.

게다가 재취업 준비를 했다고 답한 이들 10명 중 3명(35.2%)은 준비 기간이 3개월이 안 됐습니다. 심지어 준비 기간이 채 1개월이 안 되는 사람도 22%나 됐죠.

굳이 우리가 생애 첫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졸업 때까지 쏟아 부은 시간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재취업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5060 퇴직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재직 당시에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우선 재취업 준비 과정에 회사의 도움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재직 당시 회사가 제공한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18.8%에 불과했습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스로 재취업이나 창업 관련 정보를 습득했다(43.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 순서는 인맥 관리(26.3%), 자격증 취득(22.4), 취직·창업 박람회 참석(19.4%)이 차지했죠.

그러나 실제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자가 구직에 성공한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직장 동료와 지인을 통한 일자리 소개 부탁'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재취업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인데요.

인력 시장에는 '오픈 잡(open job)'과 '히든 잡(hidden job)'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오픈 잡은 구인 회사가 공개 채용공고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로, 구직자가 정보에 접근하기는 수월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히든 잡은 구인 회사가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후보자를 알아보는 일자리로, 구직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대신 경쟁은 치열하지 않죠.

히든 잡 정보에 접근할 수만 있으면, 그만큼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인데요. 이때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재취업 준비를 위해 우선 신경 써야 할 것이 인맥 관리인 이유죠.

친한 사람이 많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아주 친한 사람보다는 느슨한 인간관계에 속한 사람이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모양새 빠지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재취업 일자리를 소개시켜 달라고 애써 부탁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냥 이제 곧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거나 그만뒀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죠.

물론 인맥 관리가 전부는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인맥이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어필할 만한 자랑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업종으로 재취업한 사람은 퇴직 전에 쌓아 둔 경력(40.6%)을,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사람들은 눈높이를 낮췄다(22.5%)는 것이 재취업에 유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재취업자들이 모두 그곳에 계속 머물지는 않았는데요. 재취업자들 중 절반은 새로운 일자리로 옮겼고, 두 번째 재취업자 중에서 다시 절반이 세 번째 일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한 직장에 계속 머물지 않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닌다는 점에서 5060세대는 '잡 노마드(job nomad)' 사회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데요. 퇴직 전에 재취업 준비를 단단히 해서 구직 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구직 기간 동안 생활하는 필요한 비상예비자금도 충분히 마련해 둬야 하겠죠?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소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조사 대상 5060세대가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기 직전에 받는 급여는 월평균 426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재취업 일자리에서 소득은 월평균 269만원으로 36.9%나 감소했고,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일자리에서 월평균 소득은 각각 244만원과 23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이와 같은 소득 변화에 적응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할 텐데요. 먼저 일자리를 이동하는 기간 동안 소득 공백에 대비해야 합니다.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5.1개월이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되기도 하죠. 따라서 주된 직장 퇴직을 앞두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치 생활비를 비상예비자금으로 준비해 둬야 합니다.

또한 주된 직장에 재직하는 동안 '재정소방훈련'을 해야 합니다. 화재를 예방하고 불이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방훈련을 하듯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다음 급격한 소득 감소에 대응하려면, 퇴직 전부터 재정소방훈련을 해 두는 것이 좋겠죠.

재정소방훈련이라 처음 칭한 것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엘리자베스 워런인데요. 그는 딸과 함께 쓴 책 '맞벌이의 함정'에서 맞벌이와 소비자 파산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진행했던 소비자 파산 프로젝트에서 파산으로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이죠.

이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좋은 학군 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파산했는데요. 대출받을 당시에는 부부 두 사람의 소득에 맞춰 원리금 상환 계획을 세웠지만,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실직하면 상환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죠.

워런은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맞벌이 부부에게 재정소방훈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주된 일자리에 재직하는 동안 향후 줄어든 소득에 맞춰 살아보는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하겠죠?

마지막으로 근로소득 감소분을 금융소득으로 보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줄어든 소득에 맞춰 소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만 가지고 기본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금융자산을 활용해 부족분을 메워야 합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각종 연금 자산을 활용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해서 벌어들인 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쳐 노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연금겸업(年金兼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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