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터뷰] 유튜버가 된 영어선생님 '혼공티비' 허준석

14년차 교사 '무급휴가' 선언하고 교실 밖으로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8.11.20 17:28:16
[프라임경제] 허준석씨는 범박고등학교에 소속된 영어교사이자 EBS 강사로 활약한 천생 교사다. 안정적인 일상에 만족할 법도 하지만, 그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교실 밖으로 향했다.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허씨의 새로운 활동영역은 온라인 유튜브(youtube)로 넓어졌다. 

허준석 교사. 자신이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2005년 처음 교편을 잡아 14년차 교사로 커리어를 쌓은 허씨가 무급휴직을 선언하면서까지 영어 학습콘텐츠 전문 유튜버로 변신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EBS를 비롯해 사설 '인강'(인터넷강의)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교육시장에서 그는 "기존과 전혀 다른 교육의 장을 추구한다"며 자신감을 뽐냈다. 

맛집탐방을 앞세운 일명 '먹방'이나 온라인게임·뷰티콘텐츠 등이 주류인 유튜브에서 허준석씨는 신생 크리에이터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현재 그의 채널 '혼공티비'는 약 2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최다 콘텐츠 조회수는 300만건 정도다. 

먼저 현직 교사 신분으로 유튜버로 나서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허씨는 '나만의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공교육과 사교육 '그 사이'

그는 "2008년부터 EBS에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수능대비처럼 이미 짜여있는 커리큘럼을 벗어나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유용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듯 영상콘텐츠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나만의 플랫폼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고 네이버 카페를 거쳐 유튜브로 진출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유튜브일까? EBS나 사설학원 인강을 뛰어넘는 유튜브 채널의 매력에 대해 허씨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청자들을 만남으로서 교사로서 경험한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허준석 교사가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의 틈새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는 "학교에 몸 담을 때는 아이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수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역설적으로 아이들 수준에 일일이 맞춰주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속칭 '영포자(영어포기자)'가 속출하는데 이런 학생들에게는 공교육 자체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이어 "학원 역시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게 목적인지라 여러 제약이 많은데, 유튜브 콘텐츠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서 소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 스트리밍이라면 교육콘텐츠 시장에서도 이른바 공유경제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허씨 생각이다. 

◆무급휴직 선택 "어쩔 수 없었다"

잘나가던 현역 교사인 그가 하필이면 무급휴가를 불사하며 유튜버가 됐는지 묻자, 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허씨는 "현업과 병행하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안식연구를 신청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면서 "궁극적으로 고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결심이었지만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사비를 털어 학습콘텐츠를 만들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허씨. 

그는 "영어라는 주요 과목을 주제로 공개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나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영어공부를 결심한 이들이 비싼 돈을 낭비하면서 헛수고하지 않도록 주요 포인트를 콘텐츠에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문법처럼 실력향상은 더디면서 포기하기 쉬운 내용을 기초적인 부분부터 공개콘텐츠로 제공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허씨는 교사로서의 그와 유튜버로서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학생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는 전인교육의 의무를 진 교사이자,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유튜버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제작한다는 허준석 교사. ⓒ 프라임경제



◆자본논리 잠식된 교육시장 '작은 반란' 꿈꿔

허씨의 채널은 10대 학생보다 2040 청년세대의 구독률이 훨씬 높다. 주류 교육시장이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 위주로 콘텐츠가 나열된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허씨는 "직장인이나 주부 등 성인들은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때문에 학원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들을 위한 전문 콘텐츠나 비용부담이 큰 공시생 등을 위한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사이 지점을 채울 공익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꾸준히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허씨는 "물에서 물을 길어오기 위해서는 사람이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지만 튼튼한 파이프라인을 한 번 설치하면 언제든 물을 쓸 수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잘 만든 영상 콘텐츠는 한 번 업로드만으로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계속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교육관련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기업 법인 설립에도 관심이 많다는 허씨. 그의 도전이 자본논리에 잠식된 국내 교육시장에서 작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