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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미래 모녀 손에 달렸다?

맏딸 정지이씨, 대리에서 전무까지 3년만에 '엘리베이터 승진'

이연춘 기자 | lyc@newsprime.co.kr | 2007.11.21 09:46:11

[프라임경제] 올해 재벌가의 대물림 경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세대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30세 나이의 '젊은 피'들이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경영수업 '한창'

   

현정은 회장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전업주부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편을 대신해 지금까지 대기업 여성 오너 CEO로 우뚝 서며 그룹을 맡아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현 회장은 2003년 5조4,400억원에 불과하던 현대그룹 매출을 7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후계구도가 현정은 회장-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모녀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재벌그룹의 기존 후계구도는 부자간 대물림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딸에게 총수자리를 물려주는 일이 드물 일이었기에 현대그룹의 후계구도는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지이 전무

현대그룹의 모녀 후계구도에 더욱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 전무의 경우 입사 이후 몇 년 사이에 초고속 승진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

 1977년 생인 정 전무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거쳐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아버지 고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04년 1월 현대상선 재정부에 경력직 평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했다.

당시 주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오너 2·3세의 화려한 전면배치가 두드러진 가운데서도 정지이 씨의 특별 대우 없이 평범한 사회 초년생의 길을 택해 눈길을 끌었던 게 사실.

■후계구도 '시기상조'

하지만 이후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했던 그는 다음해인 2005년 7월 초 단행된 인사에서 회계부로 부서 이동과 동시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과장을 거쳐 불과 3년 만에 부사장 바로 밑인 전무 자리까지 진급하며 화제가 됐다. 
 
통상 일반 직원이 입사해 사원에서 경우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4년인 것을 감안해 볼 때 그의 경우는 대리로 승진한 지 불과 6개월만에 이뤄진 초고속 인사인 셈.

또한 20여년 이상 일해도 임원급인 상무까지 승진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전무 승진은 파격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현대그룹을 이끌 경영 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게 현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당시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정지이 씨의 경우 대학원 및 외국계 광고회사 근무 경력 등 입사 당시 3년 경력이 인정된 상태여서 대리 승진기준 연한을 다 채운 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지이 씨는 현대유엔아이를 설립할 때부터 관여를 했으며 전산 부문 실력을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현재 경영수업 중이므로 경영전반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 전무는 그룹의 물류·정보기술을 전담하는 현대유앤아이 설립 초기부터 참여해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고 초고속 승진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3년 10월부터 그룹을 맡은 현정은 회장이 올해 4년 정도 밖에 안 된 시점에 한창 일할 때, 외부에서 불고 있는 후계 구도 논란은 시기상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그룹의 후계구도 중심에 있는 정 전무는 IT서비스 업체 현대유엔아이를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에 10%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현대그룹 이외의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원성 거래 의혹?

하지만 재벌들이 소유한 대기업 집단 내 비상장 IT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게 사실. 이는 그룹의 계열사 소액주주들이 제기하고 있는 지원성 거래를 통한 그룹 총수 일가의 돈벌이 의혹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상선·택배·증권 등 그룹내 전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현재 현 회장이 68%, 정 전무가 9.1%, 현대상선 22% 등 총수 가족이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셈.

최근 발표된 좋은지배구조연구소의 대기업기업집단 소속 IT회사의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의 그룹 관계사 매출은 2005년 96%, 지난해에도 73%의 매출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나왔다. 또 2005년 22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05년 12억원, 2006년 33억원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에서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의 개인소유나 다름없는 현대유엔아이의 매출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지원성 거래를 통해 후계자에게 지분을 넘겨 편법적 상속과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눈총을 보내고 있다. 

향후 재계 안팎에선 정몽헌 회장 사후 현정은 회장이 처한 입장과 책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맏딸 정지이 전무가 현대그룹의 국내 최초 모녀후계가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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