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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암울한 '신경영 20주년'

김용철 변호사 내부고발로 이건희-이재용 경영승계 ‘먹구름’

이연춘 기자 | lyc@newsprime.co.kr | 2007.11.19 14:21:25

[프라임경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큰 행사를 두고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올해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20주년 추모행사와 이건희 회장 본인이 그룹 회장에 취임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뜻 깊은 행사에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은 ‘잔칫집’ 분위기보다는 ‘조촐한 행사’로 치를 조심스런 입장이다.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지 2년이 채 안 돼, 삼성그룹이 다시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사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그룹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종의 ‘내부고발’로 인해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앞두고 그룹 수뇌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행사는 최대한 조촐하게

11월 19일엔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타계 20주년을 맞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번 20주기 이병철 회장 추모식에는 김동건 아나운서의 사회로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내 호암 묘역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강영훈 추모위원장(전 국무총리)과 이현재 호암재단 이사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현승종 전국무총리,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 등 추모위원들을 비롯한 내외귀빈과 범삼성가(삼성 신세계 CJ 한솔)문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기념일은 매우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건희 회장도 감기몸살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추모식 행사에 불참했다는 게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은 다음달 1일 이 회장의 취임 및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5일에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으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증폭되는 가운데 '삼성 특검'도입 움직임 등으로 삼성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아 자숙의 의미가 강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의 폭로로 그룹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행사들이 어떻게 치러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그룹은 올 12월 대선 등으로 인한 민감한 사회분위기를 이유로 행사들을 대내 행사로 조용히 치른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이 행사들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생겼다.

삼성 내에서는 “10주년 징크스가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1997년 이 회장 취임 10주년 때는 외환위기로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은 조직을 30% 줄이고, 임원 보수를 10%씩 삭감했다. 취임 10주년도 별도 기념식 없이 이 회장의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에세이 출판 기념회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와 함께 그룹의 핵심사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말연초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 차원의 대규모 인사설까지 나돈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더 악화될 지경이다.

■경영권 승계마저 ‘안개속’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산 넘어 산인 격으로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 변호사가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기 때문.

또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의 법정증언도 직접 조작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에까지도 불똥이 튈 조짐이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고발됐다는 사실에 삼성그룹은 초비상이다. 검찰 수사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진위여부를 떠나 그룹 핵심 간부 출신인 김 변호사가 삼성 내부 문제를 외부에 폭로했다는 것만으로도 삼성그룹 내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그룹 분위기상 내부 문제 폭로나 노조 등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게다가 김 변호사는 특수부 검사 출신인 만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을 모아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는 삼성그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 일게다.

결국 삼성그룹은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받고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지배구조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에서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는 순탄할까. 이번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삼성의 미래’로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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