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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씨티은행 인출 사고 2년 전에도 있었다

발리서 같은 수법 400여 만원 인출 "알면서 또 당한 이유?"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4.10 14:17:12

[프라임경제] 지난 8~9일 발생한 씨티은행 부당 인출 사고에 해당 금융사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으로 지적된 가운데 2015년에도 유사한 피해가 발생했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당시 국내 고객의 현금카드가 ATM 기기를 통해 복제됐으며 피해금액은 400여 만원에 달했다.

2년 전 같은 수법에 당했던 씨티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고 전 카드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받고도 고객의 피해를 사실상 구경만 한 셈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도유진씨는 2015년 5월 업무 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거쳐 태국에 머물 당시 숙소 근처 ATM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보니 계좌에 있던 잔액이 몽땅 사라져 낭패를 겪었다.

출금내역을 보니 16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화폐로 인출이 이뤄졌고 불과 6분 만에 잔고는 0원이 된 상태였다.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 제작자 도유진씨가 2015년 해외 촬영 당시 겪은 불법 계좌인출 피해를 설명하며 본인의 온라인 블로그(dareyourself.net/youjindo)에 게재한 출금내역과 보상 안내문. 이번 사건처럼 ATM 기기를 통한 카드복제 수법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씨티은행에 사고 사실을 알린 도씨는 카드를 모두 파쇄하고 사건경위서와 본인의 동선을 입증할 출입국 기록,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빠짐없이 제출한 뒤 한 달 만에 은행으로부터 보상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도씨는 본인의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은행 서비스와 카드를 통해 일어난 사고인데 왜 과실 입증은 피해 당사자가 해야 하는지 찜찜했다"라며 "모든 자료가 준비된 후 제출하는 것도 꽤나 번거로웠다"라고 토로했다.

고객 개인에게 평생 트라우마가 될법한 금융 사고가 2년 만에 재현됐다. 이번에는 추가 피해자가 28명에 이른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사고 전 2500여 건의 카드 정보가 유출됐음을 파악하고 각 금융사에 거래정지 및 카드 재발급 유도 지침을 내렸지만 씨티은행은 해외 현금인출 수요가 많다며 당국의 지침을 묵인해 피해를 키웠다.

10일 금융권과 씨티은행 등에 따르면 범인들은 태국에서 현금을 빼갔고 지난 3월 편의점과 할인마트 등에 설치된 청호이지캐쉬 ATM 이용한 고객들이 표적이 됐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ATM을 통해 복제카드를 만들어 인출 한도에 걸리지 않는 소액을 여러 번 빼가는 수법이 도씨가 2년 전 당한 것의 복사판이었다.

일단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 고객 28명의 피해를 확인했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이번 주 안에 모두 보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당국의 지침을 무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해외여행 중이거나 단기 체류하는 경우 씨티카드를 통해 현금을 뽑는 경우가 흔한데 무턱대고 거래를 정지시킬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해외에 머무는 고객들 중 씨티카드로 현지 ATM을 통해 현금을 뽑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라며 "현지 ATM 사용을 막아버리면 고객들이 더 큰 불편을 겪어야 하고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을 먼저 안내하다 보니 부득이한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씨티은행이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보상안을 내놓았고 개별 피해 금액이 비교적 적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수요가 많은 특정 서비스의 편의를 위해 일부 고객의 피해를 방조해 금융사로서의 신뢰도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씨티은행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와 보상절차는 '고객보호 및 당행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2015년 도입된 영업점 차별화 전략이 사실상 VIP고객을 제외한 일반 소매금융 철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씨티은행은 2013년 이후 대대적인 지점 통폐합을 거치면서 2015년 11월 전국 134개 지점을 세 그룹으로 나눠 차별화했다. 기업고객 점포 12곳을 제외한 나머지 122곳을 각각 △WM(자산관리)센터(39개) △여신금융센터(37개) △일반고객점포(46개)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전통적인 영업점 네트워크 형태에서 벗어나 초대형 허브센터(거점 영업점), 디지털 서비스 확대 등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고자 한다"라고 공지해 영업점 추가 감축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에서 일반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영업점은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점포를 전국 30여 개 수준까지 축소하는 과정에서 개인 고객의 소규모 피해까지 챙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개인고객 수는 KB국민은행이 285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000만명대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개인고객 규모는 450만명정도로 시중은행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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