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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부터 우체국까지 '최저임금' 실종

택배기업들 '시가'로 근로자 임금산정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2.02 18:24:08
[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지키는 택배기업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지킬 수가 없어요. 근로자 임금을 '시가'로 산정하는데 최저임금을 어떻게 지킵니까. 그런데 마치 우리가 근로자 임금을 떼먹어서 최저임금을 못 줬다고 말하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물류도급기업 담당자 A씨는 택배기업의 최저임금 위반이 도급기업에서 수수료를 뗀 것이 원인이란 지적에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고용노동부(고용부)에서 실시한 택배물류업종 사업장 250곳 근로감독결과, CJ대한통운 등 대형택배사 6곳을 포함한 202곳에서 총 558건의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위반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 등 대형택배사 7곳의 물류센터 및 하청 218곳, 기타 중소택배회사 물류센터 32곳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 고용노동부


이에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관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청인 택배업체들이 현장 인건비로 지불하는 금액은 인당 평균 10만~11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1~2차 하도급 업체를 거치며 수수료를 떼면 실제 일용직 근로자들이 받는 하루 임금은 8만~9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시급 기준 10만원, 실제는 8만5000원

도급기업이 운영비용을 산출할 때 근로자 임금 기준을 최저임금으로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잡포털사이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최근 택배상하차 일급은 8만5000원으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터미널은 보통 오후 6시나 7시부터 12시간 동안 근무하고 터미널에 따라 휴게시간이 40~50분이 주어진다. 이를 최저임금 6470원을 적용해 야간근로수당과 연장수당을 계산하면 10만7000원가량의 임금이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물류 도급기업이 최저임금을 지키고 싶어도 원청사에서 '시가'대로 하자고 하면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 원청사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계약해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청사에서 초기 지급한다는 10만~11만원에 대해서도 도급관계자들은 알맹이를 뺀 오보라고 반박한다. 

한 관계자는 "택배기업들이 지급한다는 10~11만원이 전액 근로자 임금인 것처럼 오보한 것"이라며 "그 금액은 관리자 수당과 사건사고에 대비한 리스크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잦은 물류현장에서 근로자의 사고를 대비한 비용 및 클레임 비용과 인력수급이 안됐을 때 긴급인력 투입을 위한 비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는 "긴급인력의 경우 웃돈을 얹어주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책임전가 꼼수 택배기업

지난해 12월 고용부 근로감독으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지만 택배업계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꼼수를 부려 책임을 도급기업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국내 대형 택배기업인 H기업은 최종단가견적서를 도급기업에게 받을 때 근로자의 직·간접비와 운영비가 세세하게 나타난 산출내역서를 받았으나 올해는 최종비용만 표기된 견적서 제출을 요청했다.

특별근로감독 이후 택배사들은 도급사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산출내역서가 아닌 최종비용만 표기된 견적서 제출을 요청했다. ⓒ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도급기업 관계자는 "이전의 세세하게 나타난 산출내역서를 원청사에서 받으면 최저임금 위반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 된다. 하지만 올해 H기업처럼 최종비용만 표기했다는 것은 도급기업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모 물류도급기업으로부터 입수한 H기업의 최종견적단가제안서엔 '당사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 등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하여 견적을 산출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견적서에 대해 원청사는 모르쇠하고, 도급사보고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택배기업인 H기업이 도급기업들의 요청으로 지난달 31일 2차 재하도급 금지와 법정휴게시간 준수 협조공문을 보냈으나 최저임금 및 각종 수당과 관련한 언급은 없다. ⓒ 프라임경제


또한 최근 H기업은 도급기업들이 최저임금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건의하자 지난달 31일 H기업은 관련 도급기업들에게 공문을 보내 △2차 재하도급 금지 △휴게시간 준수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협조공문엔 최저임금 준수나 연장·야근·휴일 수당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편, 주요 잡포털사이트의 택배관련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제목은 최저임금준수 금액인 10만~11만원으로 공고돼 있지만 상세내용은 최저임금 미달 금액인 8만5000원으로 게재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미준수 기업을 적발했지만, 여전히 채용포털사이트엔 최저임금미달 채용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 알바몬


이에 대해 알바몬 관계자는 "시스템상 최저시급 미만이면 공고등록자체가 안된다"며 "공고상세내용 텍스트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필터링 시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택배업계 최저시급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관련 모니터링 요원을 증원해 필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며 "향후 택배관련 업계 최저임금미만 채용공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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