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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스토리' 상지대, 원인은 당국의 엉성한 이사 선출 '잣대'

따지고 보면 '당국 권한 vs 사학 자율권 침해'…학내 분규 이미지에 본질 가려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01 16:49:13

[프라임경제] 강원도 소재 종합대학인 상지대학교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 부문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상지대 하면 오랜 갈등과 분규를 겪은 대학이라고 기억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곳이다. 설립자 김문기씨의 이름을 비리사학의 대명사처럼 기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옥에 갇혔던 김씨가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대법원)을 받은 부분이나, 이후 학교에 총장 자격으로 복귀했던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졌다. 때문에 다시 상지대 이야기를 하면 '그 학교는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핀잔을 듣기 쉽다.

그러나 '비리 사학이니 내버려 두라'는 식의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종의 '비리 사학 프레임'이라고 할 만한 대중의 무관심과 냉소가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잘못된 이런 문제 해결 방식이 반복 학습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학 자율 침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언제 어느 학교가 피해를 볼지 알 수 없다'는 일반론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서 상지대를 둘러싼 갈등의 주체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대 (옛)재단'의 시각 대신 '당국의 행정 대 사학 자율성'으로 들여다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군멍군? 두 대법 판결 모두 '절차상 문제·사학 자율' 공통점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총학생회-대학노조 등 이른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함께 제기한 '상지학원 정이사 선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당연히 이에 대해 비대위 쪽에서는 판결 환영 성명을 냈다. 반면, 비대위와 반대 입장인 상지대 동창회와 한국노총 산하 상지대 노조 등은 이 판결의 의의를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보였다. 후자는 재단 옹호 입장, 혹은 '친김문기' 계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학교의 치열한 내부 갈등이 재발, 대법원 판결까지 다시 받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요약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조금 더 나아가 이전에 나온 대법원 판결로 '김문기 체제'가 돌아왔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대법원 판결이 김문기 체제에 타격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씨는 앞서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 소송을 내서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 2014년 8월 총장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비대위 쪽에서 문제를 제기, 친김문기 인사들을 이사 선임 무효로 내모는 데 성공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기로 양쪽이 서로 '장군멍군'을 한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상지대학교. © 뉴스1

여기서 소송을 제기한 주체만 달라졌을 뿐 같은 문제를 두고 법리 다툼을 벌였음에도, 왜 또 다른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했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우선 비대위 진영의 승리로 받아들여지는 지난달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판결 구조를 그대로 인정해 법리적 해석이 따로 필요없다고 대법원이 생각한 경우다.

올 6월 서울고법 입장과 논리 구조가 사실상의 최종심이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참여권)을 들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교수협의회 및 총학생회의 참여권을 밝힌 점이 두드러지기 때문.

서울고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 심의와 개방이사 추천 절차는 그 목적과 취지가 다르며, 조정위의 심의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해도 의견청취가 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를 추천한 인사 중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학교운영 참여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개방이사 추천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면서, 교육부의 이사의 선임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하지만 여기서 조정위의 문제점은 학교 구성원인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발언권과 참여권을 빼고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점(노조에 대해서는 참여권 부인)에만 있지 않다.

서울고법이 말한 개방이사 추천절차를 다시 살피면, 서울고법은 "정상화 과정에서 개방이사는 추천위원회의 선임절차를 거쳐야 하고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없다"고 제언했다.

그렇지만, 또한 "이 절차를 거쳐 상지학원 정관에 따른 3인의 개방이사 선임 없이 정식이사를 전부 선임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관을 침해한 것이 주가 되는 것이지, 교수와 학생이 주인이라는 식으로 참여권의 극대화해 해석을 했기에 문제가 이렇게까지 전면 선임 취소로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서울고법은 "교육부는 3인의 개방이사를 대신해 선임된 정식이사들이 누군지 특정하지도 않았고 정식이사 선임에 있어서 개방이사의 선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요점은 '학교의 정관을 무시하고 개방이사 선임(이) 없이' 정식이사들을 뽑은 것, 아울러 개방이사들을 대체할 정식이사가 누군지 특정하지도 않고 명단 발표를 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자율권, 즉 사립학교 자체의 자율권을 의미한다. 여기에 일정한 의견을 개진할 교수나 총학생회 등의 힘 자체가 문제를 뒤엎을 수 있다는 해석은 어폐가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학생들의 승리라기보다는, 정관과 교육용 재산이 본체를 이루는 학교, 재단이라는 불로불사의 조직이 가진 독자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운영 체계를 교육당국이라 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재단의 승리라고 요약할 수 있다.

비리사학 엄단? 거친 논리 반복에 브니엘학원 등 갈등 반복

이런 사고 기반 위에서 시곗바늘만 다시 2007년 5월로 돌려보자. '김씨 복귀'의 단초가 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상지대, 그리고 학교법인 상지학원이 각종 분란으로 1993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가 2003년 12월 정식이사가 선임된 바 있다. 이에 김씨가 소송을 냈다.

김씨는 "임시이사회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법원에서 이 소송은 원고 승소로 확정 판결됐다. 이에 2007년 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되돌아갔고, 교육부가 2008년 5월 조정위의 상지학원 정상화 방안에 관한 심의 결과에 따라 정식이사 8명과 임시이사 1명을 선임했다.

이런 과정에서 친김문기 인사들이 다수 선임됐다며 비대위 등에서는 이를 김씨의 귀환, 김문기 제체의 부활로 본다.

당시 대법원은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를 설치, 경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의 일종으로 그 운영 시 설립 당시의 설립자의 의사, 설립 목적을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학교법인의 이사가 반영되지 아니한 채 타율적인 방식으로 이어진 임시이사 선임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지됐던 학교법인의 운영의 자유 등은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종료됨에 따라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임시이사가 물러날 때 이들이 정이사를 뽑는 식으로 뒷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다시 학교재단 측에 자율권을 돌려줘서 선출 등을 할 방법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다.

학교 설립자 등이 아무리 밉다 해도 이는 별론으로 하고, 더욱이 김씨는 횡령 등에서 무죄를 받거나 일부 문제는 사면복권됐으므로 이를 별개 문제로 삼기도 곤란한 이유에서다.

이 경우도 결국 학교와 사학재단의 자율권을 각종 행정행위의 관리감독 아래로 보는 교육부(조정위도 교육부 산하)의 발상이 2007년 문제를 일으켰고, 다시 이 문제를 바로잡는 와중에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일어나 이것이 재차 대법원까지 가는 파란을 빚은 셈이다.

결국 2007년 대법원 확정 사건이나 2016년의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사건은 누가 소송을 제기를 했는가의 주체만 다를 뿐 결국은 사학 대 교육 당국의 싸움, 혹은 당국이 이사 선출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조치 탓에 갈등이 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지대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더욱이 학생들과 졸업생, 학교 관계자들은 김문기 체제를 놓고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연령이 높은 일부 학생들과 총학생회는 김문기 체제를 과거 문제의 원흉이라며 반발하고, 동문들이 모인 총동창회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을 우려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조정위 그 이면의 교육부의 이런 행정적인 고려와 조치가 상지대만의 갈등만 빚은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곳은 부산. 부산 정선학원(옛 브니엘학원)의 경영권 분쟁을 봉합했던 2012년 조정위의 이사회 선임이 무효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지난 3월 나왔다.

장기화한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정선학원 등 부산 교육계가 치러야 할 유무형의 비용이 적지 않게 됐다. 

부산에서 벌어진 조정위와 이사 선임과 관련된 갈등은 애초 상지대 사태에 당국이 칼을 잘못 대면서 잉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처음부터 세세하면서도 엄정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고, 이 같은 엉성한 행정이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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