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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대란 천수해법] 3층 연금으로 '연타남·연타녀' 되는 법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6.07.26 12:10:31

[프라임경제] 요즘 인기 있는 남녀의 조건 중 '연타남, 연타녀'가 포함된다고 하네요. 연타남과 연타녀는 '연금 타는 남자와 연금 타는 여자'의 줄임말인데요. 노후빈곤율이 늘고 있는 요즘 시대를 반영한 유머라고 할 수 있죠.

점차 우리나라는 부동산·예금 등과 같은 자산의 규모를 중시하던 '자산사회'에서 연금과 같은 일정 소득의 흐름을 더 따지는 선진국형 '연금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부자'의 개념이 '부동산 백만장자'였다면 저성장 속에서 무엇보다 노후 준비가 중요해지는 최근에는 '연금장자'로 변하고 있는 셈이죠.

이는 노후생활을 위해 '얼마를 갖고 있는가?'보다는 '매월 얼마의 연금을 받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인데요. 저금리시대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처럼 노후 준비에는 소유한 자산의 크기보다는 매월 받는 연금액을 따지는 방향에 맞춰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죠.

'자유·만족·행복'. 글로벌 은행 HSBC가 전 세계 17개국 1만7000여명을 상대로 "은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은 데 대한 선진국 사람들의 대답입니다. 우울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설문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언급했다고 하네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선진국들의 경우 노후 복지, 그중에서도 연금제도가 잘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에도 연금만으로도 윤택하면서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연금을 뜻하는 영어 'pension'은 '식사가 제공되는 숙소'와 '연금'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진 프랑스어에서 유래됐습니다. 노후생활비를 충족시켜주는 연금과 경치 좋은 곳에 있는 펜션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선진국 사람들은 연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기에 은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걸까요? 이때 기준이 되는 용어가 연금의 '소득대체율'인데요. 이 말의 공식적 정의는 '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의 비율'입니다.

쉽게 '은퇴 후 예상하는 월 생활비 중 연금 충당 가능한 비율'로 해석하면 되는데요. 은퇴한 부부가 한 달 생활비 300만원 중 연금으로 200만원을 쓸 준비를 했다면 소득대체율이 66.7%가 되는 것이죠.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0ECD) 등의 국제기구가 내놓고 있는 적정 소득대체율은 60~70%입니다. 연금이 노후생활비 또는 현역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받은 평균 월급의 60~70% 정도면 은퇴 후 편안하면서도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보는 것이죠.

여기서 소득대체율은 '공적 연금과 사적연금을 모두 더한 금액이 평균 월급 또는 생활비의 몇 퍼센트인가'로 계산하는데요. 공적 연금에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이 있고 사적 연금으로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을 연금으로 쪼개서 받는 것이고, 개인연금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보험회사 등에 가입한 것이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은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고 적은 반면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가입 대상이고 가입자 수도 2000만명을 넘어선 가장 보편적인 공적 연금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해 이른바 3층 연금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기본으로 부족한 국민연금 부분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해 채우는 '3층 탑'처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 연금을 모두 감안해도 대부분 50%를 넘지 못해 국제기구의 적정 기준인 60~70%에 크게 못 미칩니다.

대체로 소득대체율이 낮은 나라는 '노인빈곤율'이 높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연금이라는 노후 생활의 안전판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은퇴한 후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게 때문이죠.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2013년)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OECD 평균(12.6%)보다 4배나 높은데요. 소득대체율이 낮은 데다 노후 복지까지 부실해 노후빈곤율이 크게 높은 것이죠.

연간 근로시간이 2124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막상 은퇴하고 나면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큰 모순이죠. 자녀 교육과 결혼 등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현역으로 근무하는 동안 연금과 같은 노후 준비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한편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현대적 의미의 연금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할 때의 연금 수령 나이는 70세(1916년 65세로 하향조정)였습니다.

당시 독일인들의 기대수명이 45세였으므로 연금을 오래 받다가 죽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90세를 향하는 지금, 연금은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죠.

은퇴가 더 이상 '빈곤'이 아닌 '자유·행복·만족'을 떠올리는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3층 연금' 준비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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