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카드뉴스] 넥슨 떠나 걱정 벗은 엔씨소프트 '헤어지길 잘했어'

진경준-넥슨 의혹에 결별 후 '투명경영' 강조 눈길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6.06.07 11:58:02











[프라임경제] 진경준 검사장에게 3000%라는 가공할 수익률을 안긴 넥슨의 기업이미지가 곤두박질 직전이다. 동시에 지난해 넥슨과 경영권분쟁을 겪었던 엔씨소프트(036570)의 투명경영 선언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넥슨이 '재무'와 '투자'를 키워드로 내세운 반면 엔씨소프트는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 상황과 견주면 상당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대목이다.

두 회사는 2012년 8045억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게임업계 '세기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당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는 본인 지분의 절반 이상을 양도하며 넥슨과 함께 '심즈(Sims)'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 인수에 사활을 걸었었다.

불행히도 인수는 실패했고 합작 사업마저 지지부진하며 두 회사는 동거 3년 만인 지난해 10월 결별했다.

모든 이혼이 상처를 남기지만 두 회사 모두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일본 법인을 통해 8000억원을 투자한 넥슨이 손에 쥔 것은 6051억원뿐. 그나마 엔저효과에 겨우 본전을 찾았지만 주주들의 실적 압박은 가중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능가하는 신작 흥행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최근에는 동지였던 넷마블게임즈에 업계 2위(2015년 매출액 기준) 자리마저 뺏겼다.

하지만 올해 3월 진 검사장의 재산신고 내역이 로비 의혹으로 비화되면서 넥슨과 일찌감치 관계를 정리한 게 오히려 '새옹지마'가 된 격이다.

개발자와 경영자, 엇갈린 명암. 물론 넥슨의 로비 의혹이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위법이 있었다 해도 공소시효(10년) 만료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수남 검찰청장이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뒤 뒤늦게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실체를 밝히겠다는 게 검찰의 공식입장이지만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한 검찰을 100% 신뢰하기도 어렵다.

다만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사들이고 팔아치운 10년의 과정은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넥슨 주식은 돈 있는 사람도 구경하기 힘든 '레어템'(희귀한 아이템)인데 김정주 창업주가 친히 회사 돈을 융통해 그를 주주로 '모셨고' 정상적인 거래라면 받아야할 4개월치 이자 770여만원까지 마다하며 '무이자 대출'의 모범을 보였다.

하필 진 검사장이 당시 정·재계 비자금 수사의 핵심인 FIU(금융정보분석원) 심사기획팀장 경력을 갖췄다는 것만 빼면 아주 완벽한 성공투자 사례가 될 뻔했다.

이를 통해 수익률에 눈이 어두운 공무원들은 10년간 투자금을 묵히는 인내심의 효과를 체감했을 것이고 개인투자자라면 '부자친구가 최고'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또 입법부는 허술한 금융 법규가 로비 의혹 또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시민단체의 고발과 당사자의 연이은 거짓말, 석연치 않은 정황이 연달아 드러나며 진 검사장의 대박은 '게임 국가대표' 넥슨의 도덕성에 직격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친 현질(유료결제) 유도 탓에 유저들 사이에서 사명보다 '돈슨'으로 통하는 넥슨의 이미지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