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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가입자 없어도 알뜰폰 수수료 징수…갑질? 채찍?

개통률 높여 고객편의 증대 목적…사업자 "가입자 없는 수수료, 부담 커"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16.05.09 16:51:49

[프라임경제] 지난 3월 알뜰폰 누적 가입자는 600만을 돌파했다. 올해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는 21만9805명으로 지난해 동기 4만여건 대비 규모는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에 분포된 정부산하기관으로서 우체국은 알뜰폰이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에서는 우체국 입점을 '매출 증대 기회'로 여기고 있지만, 지난해 말 우체국이 변경한 수수료 징수 조건과 관련해선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암암리에 터져나오고 있다.

9일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체국은 알뜰폰 사업자로부터 접수 건당 2만3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수료 조건 변경 전까지만 해도 '개통'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았던 것에서 '접수' 기준으로 징수하겠다고 조건을 변경했다. 다만 사업자가 고객에게 3일 이내에 유심칩이나 단말기를 발송하면 우체국은 추후 개통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수수료를 면제한다.

알뜰폰을 접수 중인 서울시 소재 한 우체국. ⓒ 프라임경제

3일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지만, 우체국 입점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입·개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체국에 접수만 한 '허수' 고객에 대해서도 대해 수수료 2만3000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 가입 접수는 했으나, 신용불량자라서 실제 개통을 못한다든지, 단순 변심 등 다양한 연유로 실제 개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수수료까지 납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알뜰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질수록 접수가 늘다보니 가입하지도 않은 고객에 대한 수수료 부담은 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 접수가 많지 않았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가입자가 폭증하는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개통으로 이어지지 않은 접수 건이 100건이었다고 가정하면 이에 대한 수수료로 230만원이 발생된다. 수익이 전혀 없는 '접수만 한 고객'이므로 사업자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올해 가입자가 다섯 배 늘어난 만큼 접수만 한 고객도 늘었다고 가정하면, 이익이 전혀 없는 고객에 대한 수수료는 230만원의 다섯 배인 1150만원으로 껑충 뛰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에서 보낸 접수서류를 처리하는 데만도 3일이 걸려 현실적으로 3일 유예 기간은 무의미하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달라진 알뜰폰 업황을 고려해 수수료 징수 방식을 현실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관련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3일 기한을 기준으로 접수 건수별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개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기한 내 해피콜을 통해 유심을 보내주거나 단말기를 보내준다면 취소해도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그동안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사업자가 수탁업체고 우체국은 위탁업체로, 사업자와 우체국의 관계는 갑을관계"라며 "빠른 개통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도록 사업자에 인력수급에 힘쓰라고 우체국이 직접 지시할 수 없으니 택한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이다.

한편, 우체국 알뜰폰 수수료를 둘러싼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체국의 입점 수수료 2만3000원은 일반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입점수수료는 10만원 이상인 것에 비해 저렴한 편.

그러나 일반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는 가입 접수부터 개통, 해지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는 반면, 우체국에선 안내 및 접수, 유심교부, 계약해지, 명의변경 업무만 진행한다. 특히 명의변경의 경우 수수료가 별도로 발생되며,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료의 4%도 우체국에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리점은 수수료가 비싼 대신 모든 업무가 그 수수료에 포함돼 처리된다"며 "우체국 알뜰폰은 고객이 명의 변경을 하는 등 접수 외적인 업무가 발생되면 그에 대한 수수료도 따로 지불해야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우체국 알뜰폰 사업은 우정사업본부가 약간의 손해를 보면서도 운영하는 것"이라며 "우체국 알뜰폰을 통해 사업자은 마케팅비를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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