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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옥시' 뒤에 숨은 비겁한 이름들

'애경' 옥시 이어 다수 피해자 양산하고도 '모르쇠' 일관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6.05.02 12:46:48
























[프라임경제]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업체 옥시 레킷벤키저(RB코리아, 이하 옥시)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불매운동은 시중 약국 등 판매채널로 번졌고 검찰 역시 옥시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무려 239명(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가해자가 옥시만은 아니다.

최근 국내 3대 대형마트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한창인 옥시 제품에 대해 대규모 판촉(판매촉진) 행사를 진행해 공분을 샀다. 특히 옥시와 함께 가해 업체로 지목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공식 사과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아 '옥시 돕기'를 자처한 것으로 충격을 줬다.

◆ 그들에게 옥시는 '든든한 방패막이' 이상

옥시에 비난이 집중될수록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자를 냈거나 몇몇 이유로 검찰 수사와 언론의 주목을 피한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좋은 예다. 옥시가 비난 받을수록 이를 방패막이 삼는 것은 훨씬 용이해진다.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는 지난해 4월까지 정부가 진행한 1·2차 조사에서 128명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으며 27명은 목숨을 잃었다. 역시 애경이 이마트 PB상품으로 납품한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39명의 환자 중에서도 10명이 숨졌다.

애경 관련 제품을 쓰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37명에 달해 같은 기간 100명의 사망자를 낸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셈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물론 검찰도 애경을 크게 주목 하지 않았다.

애경이 폭풍에 휘말리지 않은 것은 원료 덕분이다. 2012년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중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만 피해 원인물질로 인정했다. 이를 사용한 업체는 △옥시 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케톡스(세퓨) 등이고 수사대상 역시 이들로 한정됐다.

애경과 이마트 제품은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을 원료로 썼다. 6명의 피해자와 1명의 사망자를 낸 GS리테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유독물질이 면죄부

CMIT, MIT 역시 환경부가 2012년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 이들은 PHMG, PGH보다도 세포독성이 가장 높은 성분으로 나타났다.

위원회가 2014년 발간한 사건백서에 따르면 CMIT와 MIT를 쓴 '가습기메이트', PHG를 쓴 '세퓨', PHMG인산염을 쓴 '옥시싹싹' '와이즐렉'에 의한 세포독성과 활성산소 생성이 확인됐다. 또 CMIT, MIT의 위해도는 최소 1.76, 최대 2.35로 평가됐는데 보통 위해도가 1을 넘으면 위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독물질임이 분명함에도 정부는 해당 성분에 대해 '노출 농도와 가능성이 낮아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며 얼버무렸고 업체들은 이를 내세워 법망은 물론 비난여론도 피해갔다.

그러는 사이 애경 제품만 사용한 살균제 피해자 30명이 드러났고 이중 4명은 숨졌다. 정부는 이 가운데 3명만 피해를 인정했으며 나머지 27명은 '가능성 낮음' 또는 '거의 없음'으로 판정했다.

지난 1월 서울아산병원은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보건센터 보고서를 통해 CMIT, MIT가 동물실험 결과 폐섬유화를 비롯한 신체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전달했다. 이는 지난 2013년 발표된 논문과 같은 내용으로 알려졌지만 환경부는 지난달 28일에야 CMIT, MIT 성분 제품을 포함해 피해 실태를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조사에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자들이 버텨야할 고통의 시간은 그만큼 길어졌으며 가해자들은 더 정교한 변명과 면피 수단을 찾을 여유를 벌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가해업체의 무마 시도가 성과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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