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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좋은 우리 쌀 고르는 비결

 

문광철 (사)한국약선요리협회 사무총장 | press@newsprime.co.kr | 2016.03.15 12:29:05

[프라임경제] 맛있는 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쌀이 좋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품종이 가장 우선이다. 국내 한식전문가와 미식가들도 좋은 쌀을 고르기 위해서는 품종을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외에 기후, 토양, 물, 일조량과 같은 재배 조건과 도정 공정에서의 품질관리 등 여러 요소가 있다.

현재 시중에는 쌀 씻기, 불리기, 쌀과 물 비율 등 밥짓기 기술에 대한 달인수준의 정보와 돌솥, 최신형 압력밥솥 등 밥을 짓는 도구가 즐비하지만 이들은 부차적인 기술과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실제 주부와 소비자들은 어떻게 밥쌀을 고를까. 일반적으로 한우를 먹을 때는 등급, 산지, 부위별 용도, 굽는 법 등 여러 가지를 따지면서 정작 주식인 밥은 국내산인지 햅쌀인지 구분하는 정도에 그친다. 다소 까다로운 소비자 중에 경기미나 철원 오대쌀 등 산지 브랜드를 찾는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브랜드 쌀을 구입한 고객 4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쌀 구입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생산년도(4점 척도 중 3.13점)였으며 도정연월일(3.00점), 구입가격(2.88점) 순이었다.

품질 등급(2.43점)에 대한 고려 정도는 비교적 낮았는데, 쌀 포장지에 '미검사' 표시가 많아 소비자 선택정보로써의 활용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수도권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쌀 92종의 품질표시 실태를 함께 조사한 결과, 품질 등급을 '미검사'로 표기한 제품이 71.7%였다. 소비자가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여기서 주시할 점은 쌀 품종에 대한 고려를 한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정작 국내에서 재배되는 쌀 품종이 거의 300여 가지에 이르지만 품종에 대해서는 너무 등한시하고 있었다.

단일품종인지 혼합미인지 가리지 않고 익숙한 지명인 경기미 혹은 한번 들어봤던 브랜드 명품쌀, 심한 경우 저렴한 가격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밥맛이 좋은 쌀을 골라야 할까. 국내 시판되는 쌀 포장지에는 의무적으로 품질표시사항을 기재하게 돼 있는데 반드시 단일품종을 확인해야 한다.

추청(아끼바리), 삼광, 운광, 신동진, 호품, 일품, 일미, 오대 등과 같은 것들이다. 또한 도정일자가 가까운 것으로 고르면 일단 좋은 쌀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농민들이 단일품종의 쌀을 재배해도 수매 과정과 도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 경쟁 때문에 품종이 다른 쌀을 혼합해 시중에 유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를 '혼합미'라 표기하게 돼 있는데 품종과 용도가 제각각인 쌀이 섞여서는 밥맛이 제대로 날 수가 없다. 심지어 혼합미 중에서는 오래 묵은 수입쌀과 찰기를 더하기 위해 국산 찹쌀을 섞어 유명 산지의 명칭을 붙이고 불법 유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완전미 비율도 중요하다. 완전미는 싸래기 등을 제외한 본래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완전미 비율 88.0% 미만은 저가미, 88.0%~92.0% 일반미, 93.0% 이상이면 고급미다.

구분 방법은 쌀 포장지 품질표시사항 등급에 '상'이나 '보통' 혹은 '미검사'로 표시가 돼 있으면 일반미나 저가미라 보면 된다. 고급미는 '특'으로 표시한다.

고급미는 대부분 타원형 형태며 이물질, 깨진 쌀, 흰색 쌀 등이 없고 쌀에 금이 가지 않은 맑고 투명한 쌀을 말한다. 주요 쌀 경쟁국과 미질을 비교하면 국산 쌀의 경우 밥맛은 좋은 편이지만 완전미(Head rice) 비율에서 82.1% 수준으로 일본 93.2%에 비해 10.0% 이상 낮다.

더 나아가 최고의 밥맛에 욕심을 낸다면 아밀로스 함량이 15% 이하인 '반 찹쌀계' '저아밀로스 쌀'을 고르면 된다. 보통 쌀의 주성분은 대부분 전분으로 단백질, 미네랄 성분 등이 소량 포함되며 각종 비타민류도 약간 함유하고 있다.

쌀의 전분은 아밀로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아밀로스 함량 유무에 따라 찹쌀과 멥쌀로 분류한다.

아밀로펙틴은 밥의 차진 맛을 내는 성분으로 찹쌀의 경우 아밀로스 함량이 거의 없고 대부분 아밀로펙틴 만으로 구성돼 일반 멥쌀보다 끈기가 강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좋으며 소화가 잘된다.

그래서 일반 가정에서는 찹쌀과 멥쌀을 섞어서 밥을 해먹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찹쌀 섞은 수입쌀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반면 보통 밥쌀로 사용하는 품종들은 아밀로스 함량이 17~20% 수준이다.

대표적 저아밀로스 품종으로는 일본에서 육성한 '밀키퀸'이 있는데 현재 강원 철원군 동송면, 충남 홍성군 홍동면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국내 육성 신품종으로는 '백진주' '진상미' '골든퀸 3호' 등이 있다. 최근 밀키퀸과 동급 품질에 구수한 향까지 풍기는 골드퀸 3호가 지난해부터 충남 서산 간척지에서 생산·판매되지만 아직 많은 곳에서 재배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조선향미에서는 무료샘플을 배포하고 있는데 이 쌀은 아밀로스 성분이 12.5% 정도로 찹쌀과 멥쌀이 최적의 비율을 가졌다.

이외에 꼭 확인해야 할 것은 단백질 함량이다. 밥을 지을 때 쌀의 전분이 가열에 의해 물을 흡수하면서 팽창과 붕괴 등, 이른바 호화과정을 거쳐 밥이 된다. 이 과정에서 쌀 단백질은 쌀알의 바깥층과 전분 주변에 주로 분포하면서 수분이 쌀알 내부에 침투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더불어 전분을 둘러싼 단백질은 그물막을 둘러친 것과 같이 전분이 팽창하려는 것을 억제해 원활한 호화과정을 방해하면서 밥의 경도를 높여 밥맛을 크게 떨어뜨린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는 이유는 쌀 재배과정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화학 질소비료를 많이 투입하기 때문인데 단백질 함량이 높아진 쌀은 밥맛도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보관성도 아주 나빠진다.

현행 양곡표시제도에서는 권장표시사항으로 단백질 함량을 명시하도록 돼 있는데, 단백질 함량에 따라 수(6.0% 이하), 우(6.1%~7.0%), 미(7.1% 이상) 3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쌀 중에는 단백질 함량을 제대로 표기한 쌀을 찾아보기 힘들며 표기했더라도 '미검사'로 인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한다. 이제 바야흐로 한식도 점차 한류와 세계화 바람을 타고 있다. 쿡방 프로그램과 집밥 열풍으로 인해 먹거리 식문화와 요리에 대해 해박한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의 주식인 '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진정한 '밥맛'을 찾아야겠다.

문광철 (사)한국약선요리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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