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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정 전가협 사무국장 "파출부 아닌 가정관리사로 불러주세요"

계약서쓰기 일반화·가사노동자 고용권 보호하기 위한 법안 발의

김경태 기자 | kkt@newsprime.co.kr | 2016.03.10 14:52:56
[프라임경제] 전국 가정관리·간병·육아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가사노동자는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들이 계약서나 이용지침 등 최소한의 원칙도 없이 일하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가사서비스이용 및 종사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올 1월 시행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유정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는 117개 국, 5260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7.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약 50만~70만명으로 △노인요양 △산후조리 △장애인활동보조 △간병 △아이돌봄 △가사서비스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이하 전가협)다.

김유정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사무국장. = 김경태 기자

전가협은 가사노동·돌봄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경제적 공동체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부설기관이다. 지난 2004년 11월26일 결성된 전국 단일조직인 전가협은 △서울 △서울서부 △인천 △부천 △부천보육 △안산 △수원 △대구 △마창 △부산 △광주 △전북 등 총 12개 지부에 6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김유정 사무국장은 "가사서비스 일의 어려움은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사회적으로 전문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전문직업인으로 인식하고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보다 잠시한 번 거쳐 가는 일자리로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전가협은 이런 가사노동자들이 전문직업으로의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가사도우미'가 아닌 '가정관리사'로 호칭을 변경하고,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사서비스 노동 기준을 세우자! 계약서를 쓰자"

전가협은 지난 10년 동안 가사일은 여자들이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가사노동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또 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노동권과 인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위배되는 차별이라는 것도 알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파출부' '가사도우미' 대신 '가정관리사'라고 불러달라는 인식개선 운동을 통해 가사노동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계약서 한 장 없이 가사서비스 제공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일이 진행돼 가정관리사가 피해를 보거나 고객과의 불편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 4시간으로 이뤄지는 가사서비스 업무가 어디까지가 적정 업무인지 기준이 없어 가정관리사는 휴식도 없이 일해야 하거나 무리한 노동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가협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지난 2014년 3월부터 가사노동자 당사자 주체와 연구자들이 함께 '가사노동 업무매뉴얼'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가사노동 직무분석을 통해 가사노동의 범위와 이에 필요한 소요시간을 산출해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를 작성했다. 

또 이를 근거로 가사노동자와 고객의 권리·의무가 상호 보장되도록 가서서비스 이용약관 및 가사서비스 이용계약서 양식을 개발했다. 

김 사무국장은 "가사서비스 이용 계약서 쓰기가 일반화되면 가사노동이 노동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 되고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직업군으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사노동자의 인권·노동권 보호를 위해 '가사서비스 이용계약서 쓰기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가사노동자 노동권 확보

지난 2011년 6월 제100회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노동시간 제한 △초과노동 임금지급 △매년 휴가와 병가 △모성권 보장 △실업보호 △퇴직연금 자격부여 등을 보장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에 따르면 가정관리사의 기본 업무는 30평형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가사 노동이 사적 공간인 개별가정에서 이뤄진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에 묶여 있다.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 조항으로 인해 가사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임금체불 △부당한 대우 △장시간 노동 △초단시간 노동 △4대보험 제외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초 '비공식부문 노동시장 공식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하반기 입법을 거쳐 올해 가사종사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발표와 달리 법안 발의를 연기해 결국 발의하지 않았고, 법률안 내용 또한 '가사노동자 보호'가 아닌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가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런 법안은 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 법안"이라며 "가사노동자의 고용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전가협은 지난달 4일 이인영 더민주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배제조항 삭제하는 개정안'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동시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가사노동자 노동자성 보장 및 4대보험 적용 △한부모, 저소득 맞벌이가정 등에 가사서비스 공적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제공기관 인증 및 관리감독 규정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및 지원 등이다. 

김 사무국장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함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안' 제정과 함께 근로기준법 11조 1항 삭제도 동시 추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경제공동체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전환할 터

전가협은 가사노동이 돌봄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 서비스 활성화도 있어야 하지만 비영리 제공기관을 더 육성시켜 직업능력이 없는 곳에 가사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가협이 현재는 경제적 공동체로 설립돼 있지만 사회적협동조합 추진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총 12개 지부 중 7개 지부는 이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상태다. 

김 사무국장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전가협이 법인적 성격을 갖고 가정관리사가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가협의 운영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가협은 가정관리사의 건강을 위해 '가사노동자의 건강, 우리가 지켜요' 책자를 발간, 가사노동자들이 잘 걸리는 질환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건강에 적신호가 닥쳤을 때 사회와 개인이 해야 할 일을 쉽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김 사무국장은 "'가사노동자의 건강, 우리가 지켜요'가 가사노동자들이 건강하고 당당한 직업인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와 시민, 고객들의 협력과 지지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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