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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짜점심(No free lunch)은 없다

 

가재산 피플스그룹 대표 | jska@unitel.co.kr | 2015.06.08 10:21:03

[프라임경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가격은 얼마일까. 아마도 투자의 귀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워런 버핏과의 점심가격일 것이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경매는 2010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2012년에는 350만달러(40억원)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경매 낙찰가는 워런 버핏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고스란히 반 빈곤 비정부기구 글라이드(Glide)에 기부된다.

미국에서 유명인사와의 점심식사를 통한 기부는 인생에 대한 지혜를 팔아 자선기금을 마련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이들의 경험을 직접 듣는 기회를 얻으며 기부문화에 동참하는 식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그저 주겠다면 솔깃하지만 반드시 보이지 않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란 말을 즐겨 썼는데, 그는 항상 공짜점심의 보이지 않는 함정을 늘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짜 점심'이란 용어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술집에서 일정 한도의 술을 마시는 손님에게 식사를 무료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공짜 밥을 먹으려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셔야 되고 당연히 술값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저 밥을 주는 것 같지만 술값 속에 밥값이 포함된 셈이어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뒤에 알아차린 것이다.

언뜻 보기에 공짜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공짜가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짜 뒤에는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러시아 속담에도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란 말이 있는데 같은 취지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어느 황제가 신하들에게 통치에 필요한 덕목을 건의할 것을 지시했다.

신하들은 처음 수십 권의 책을 다시 몇 권의 책으로 제출했으나, 황제는 "국사를 처리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도 무수한데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 몇 번 퇴짜를 맞은 끝에 신하들은 마지막으로 종이 한 장에 다음과 같이 한 줄만 써서 황제에게 제출하자 대만족했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世上沒有免費的午餐)."

요쯤 공짜가 몰려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미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공짜 PC, 공짜 카페, 공짜 사냥, 공짜 다운로드, 공짜 넷북, 공짜 스마트폰 등이 소비자를 현혹한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선 공짜 마켓팅이 대세다. 심지어는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 공짜라는 의미의 'Free'와 경제학의 'Economics'를 합쳐 만든 신조어도 생겼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기존 경제학 격언이 인터넷 시대에는 크게 흔들리고 있어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공짜는 회사나 장사꾼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도 공짜 포퓰리즘이 한창이다. 무상급식으로 시작한 선심 공세는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으로 이어지고 선거철만 되면 늘 공짜 선거공약이 난무한다. 공짜 밥으로 군중의 영혼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이나 취업을 위한 지원제도들이 모두 공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취업을 위한 정부지원제도는 대부분 공짜다. 공짜를 맛들인 사람은 그다음부터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정작 회사가 커져서 꼭 시켜야 할 교육이나 인재 육성을 위해 반드시 돈을 써야하는데도 공짜에 익숙해진 사장은 공짜만을 찾다보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지원이 없다고 돈타령만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상복지나 무상경제학이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틀림없는 추세다. 그러나 자식들을 위해 덜 먹고 덜 쓴 부모님 세대의 희생을 되돌려 주지는 못할망정 후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도 자문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아르헨티나의 교훈에서 보듯이 포퓰리즘을 등에 엎고 공짜선심을 쓰고 베풀다가 잘못된 예는 역사적으로도 무수히 많다.

우리는 모든 게 부족함이 없는 에덴동산에 살고 있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누군가가 쓰면 누군가는 못쓰게 된다. 여기서 바로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나온다. 경제교육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질 수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알려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경제원리는 유대인이 생활 속에서 가장 잘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돈의 소중함과 돈을 버는 것의 어려움을 생활에서 직접 체험하며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해 소득한도 내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체득한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0.4%에 불과한 유대인이 세계 100대 기업의 40%를 소유하고,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약 65%를 배출하게 한 주요 원동력의 배경에는 유대인식 경제교육이 있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짜 뒤에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함정과 누군가의 희생이 숨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가재산 피플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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