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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찬선의 이론조론 (理論造論) : 사이버망명 유감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4.10.20 10:13:55

[프라임경제]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합병한 다음카카오에 대한 검찰의 검열이 큰 이슈가 됐다.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있자, 검찰에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검열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처음에는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처럼 일시적인 이슈로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후 '사이버망명'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대대적인 카카오톡 사용자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보보호 및 보안 측면에서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이나 '바이버' 등으로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과 수주 만에 200만 정도의 카카오톡 사용자의 이탈이 있었다고 하니, 가히 사이버망명이라 불릴 만 했다.

그런데 '사이버망명'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까. 어떻게 보면 다소 그 표현이 과장됐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인터넷 사용자의 속성상 특정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한 나라를 탈출하여 다른 나라도 망명한다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억누르는 정부기관의 고압적인 태도와 권위주의에 대한 국민의 소극적인 '사이버시위'라고 생각된다.

결국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성이 높은 국내 사용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사실 사이버망명 보다 사이버시위라는 말이 가볍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기고, 한국의 인터넷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각하면 결코 그 심각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지난 2009년 검찰이 광우병 보도 관련 메일을 검열하였다는 발표가 있자, 많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메일서비스를 구글의 지메일(Gmail)로 바꾼 사건이 있었다. 사실 구글의 인터넷 전략의 전진기지가 바로 메일서비스인 것을 생각하면 이메일 검열 사건으로 인해 구글의 국내 인터넷 시장 장악이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이버망명에 대한 논의 중에는 기술적인 내용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가령 사이버망명지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그램이 기술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보안수준이 높고 해외에서 서버가 운영되는 관계로 검찰이나 정부기관의 강압적인 검열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타당한 설명이지만, 현재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많은 사용자들 중에 그 정도 수준의 정보보호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용자는 결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서비스를 갈아타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막상 사용해보면 국내 서비스인 카카오톡이나 밴드, 라인등과 같은 서비스보다 훨씬 불편하고 매력도도 낮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의 사이버망명은 현재 이탈사용자의 수가 문제가 아니라, 한참 잘 나가는 국내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해외 경쟁기업에게 국내 인터넷 시장을 개방하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만들게 될 것이 염려가 된다.

지난 해, 미국의 CIA에서 근무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이국가안보국 NSA에서 '프리즘'이라고 하는 정보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의 통신정보를 감청하고 검열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정부는 엄청난 곤경에 처하게 됐는데 스노든의 행동은 미국정부의 입장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적행위를 한 배신자로 밖에는 볼 수 없겠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정부와 정보통신 분야의 많은 기업들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검열하는 것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고민과 대응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종단간 암호화 기법(End to End Encryption)이나 키 에스크로(Key Escrow) 정책 들이 그러한 산물이다.

   ⓒ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개인들의 인터넷 활동에 대한 검열이나 감시가 어디까지 합법적이고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권위적이고 다소 무지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와 권리에 대한 국가기관의 인식수준을 보여준다.

검찰에서 공공연하게 개인적인 정보를 검열하고 조사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부디, 공익의 개념을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방식으로 오남용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권리인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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