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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찬선의 이론조론 (理論造論) : 무인자동차에 대한 단상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4.10.06 09:58:42

[프라임경제] 미래를 바꿀 흥미로운 기술 중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무인자동차'다.

구글(Google)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Google Car'라고 하는 무인자동차를 만들고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거나 GM, 볼보, 벤츠 등과 같은 굴지의 자동차회사에서 앞다투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얼마 전에는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무인자동차 관련 기술개발을 후원하는 것도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사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무인자동차는 몽상이나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실용적인 기술이 될 수 있을지,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많은 미래의 변화를 가져올 지 의문을 갖는 것 같다.

무인자동차는 지난 1977년 일본의 츠쿠바 기계공학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제작했으며, 1986년에 독일 뮌헨 분데스워 대학교에서 디터딕맨스 교수가 시속 100Km로 운행하는 무인자동차를 만든 역사를 갖고 있다.

상당히 오랜 개발과 테스트 기간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구글의 직원 12명이 매일 무인자동차로 출퇴근하며 2014년 기준 110만 Km 무사고주행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이제 무인자동차 시대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듯하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많은 기술들이 있었다. 라디오, TV, 자동차, 비행기, 스마트폰 등의 기술발전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과연 그 정도의 큰 기술변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을 미칠 것이다.

구글에서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내건 모토가 '사람이 운전하는 차보다 안전한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2013년 기준, 전 세계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연간 1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유럽에서 가장 사망자수가 많은 루마니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무인자동차의 시험주행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안정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 무인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무인자동차에 비해 인간이 운전한 자동차의 보험료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염려가 있을 정도다.

또한 무인자동차 기술이 발전되면서 자동차는 가장 유력한 컴퓨팅 플랫폼으로 확고한 위치를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동차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자 사물인터넷(IoT)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이 있었지만,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면서 운전에 묶였던 사람들의 시간은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는 시간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바이오시그널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사용자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집중되며 매일 2시간 이상의 집중이 가능한 공간으로써 자동차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겠는가? 실리콘밸리에 만들어진 최초의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자동차는 '움직이는 컴퓨터'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제 무인자동차를 통해 교통사고가 예방되고, 사람들은 보다 자유로운 시간활용이 가능해지며 시각장애인 및 운전이 불편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제공해줄 것이다.

그런데 무인자동차가 제시하는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볼 수 있을까? 현재 각국 도시에서 택시기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새로운 운송서비스 사업인 우버(Uber)에 대한 규제는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면 상당부분 무력화될 것이다.

운전을 직업으로 갖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위협받게 될 것이며 그 범위는 확산돼 다양한 운송체의 운전, 조종과 관련된 영역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이것은 곧 운송시장 전반에 대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
 
기술의 변화가 새로운 산업과 사업기회를 만들고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겠지만, 그러한 기술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제 인류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였던 운전을 기계에 양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과연 우리는 그 공백을 '어떤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며 인간다운' 활동으로 채울 것인가?

또한, 운전이나 조종 등 불완전한 인간이 만드는 사고위험을 제거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게 됐을 때, 이로 인해 인간의 감각과 능력이 쇠퇴하고 무력해지는 모순된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프라임경제
과거에 꽤 많은 전화번호를 외우고 전국 도로망을 머릿속에 담았던 우리의 머리가, 이제는 한두 개의 전화번호 외에는 외우지도 못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외출이 두려워지는 지경이 되지 않았는가?

언젠가 인간의 운전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먼 훗날 어린 학생들이 '예전에는 자동차 충돌사고로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고 놀라며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글을 마친다.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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